2023년 식품 소비 10대 트랜드 전망
2023년 5월 1일
해조류, 매콤달콤, 아시안 식품 득세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다국적 데이터 분석 및 컨설팅 회사 ‘칸타르’(Kantar)가 올해 소비자들의 식품 소비 10가지 트랜드를 최근 발표했다. 이미 1/4분기가 끝나고 2/4분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남은 기간에 펼쳐질 식품 소비 주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회사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1/4분기까지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는데 구글 검색에 접속된 360억 횟수와 180가지 주제를 망라한 방대한 데이터가 기초 자료로 활용됐다고 한다. 참고로 칸타르는 세계 90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방면 굴지의 회사다. 맞춤형 컨설팅 자료를 의뢰받으면 막강한 데이터와 조사 능력을 바탕으로 고객만족도가 대단히 높다고 알려져 있 다.
보고서가 내린 결론으로 한가지 뚜렷한 양상은 소비자들의 선택이 매우 목적의식적 쇼핑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10가지 경향 중에는 새로운 맛에 대한 욕구충족, 지속가능성, 식물기반 단백질 음식 등이 포함돼 있다. 이하에서 보고 내용의 핵심을 기반으로 부연설명을 곁들일 것이다. 편의점 업주들에게는 취급 식음료에 대한 거시적 판단 기준 수립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인지능력 향상
다소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개념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인지기능의 집중 활성화(cognitive reloaded)가 주목된다. 소비자들이 건강, 웰빙, 장수(長壽)에 대한 관심을 음식 또는 음식습관에 각별히 집중하는 경 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대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스트레스 관리가 부각되는 가 운데 뇌기능 향상을 위한 식습관이 건강 음식 추구라는 큰 틀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2. 식물성 기반 단백질 강화
실협뉴스에서도 여러차례 이 주제와 관련한 동향을 소개해왔듯이 단백질은 영양소에서 으뜸을 차지하는 만큼 건강유지의 보증수표로 인식될 뿐 아니라 그 공급원을 다양화하려는 소비자들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다양화를 위한 노력 중 하나가 바로 식물성 기반 단백질 식품에 대한 관심과 실험적 소비가 강세를 보인다. 전체 식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소비의 짧은 역사를 볼 때 상승세는 괄목할 만하고 미개척 분야 식품군으로 향후 시장 잠재성이 무한대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3. 속이 편해지는 식품과 삶의 행복
“소화기관의 편안함이 인생의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세상이다. 건강, 웰빙에 대한 비약적 관심이 만들어낸 당연한 케치프레이즈다. 속을 편히 해주는 식품에 대한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는 올해도 활발히 진행될 것이다.
4. 설탕은 사절!
역사적으로 ‘신의 축복’이라는 소리까지 듣던 설탕이 이미 20세기 말부터 경계의 대상으로 변하더니 21세기 들어와서부터는 건강을 위한 기피 식품으로까지 밀려나고 있다. 당분 함량이 어느정도인지 꼼꼼하게 따지고 드는 현대인이다. 수많은 의식있는 소비자들이 맛을 희생하면서라도 설탕 소비를 줄이겠다는 단단한 각오를 보인다. 물론 당분간은 혀의 즐거움도 공존하겠지만 “better for me” 슬로건에 충실하고자 하는 경향은 급속도로 강화될 전망이다.
5. 영양성분의 세밀화
식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요즘의 제조사들은 함유된 영양소를 라벨에 아주 자세하게 표기해야 한다. 어찌보면 소비자들의 이에 대한 살핌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목적의식성이 두드러진다. 예방이 치료보다 중요하다는 의식을 명확히 하면서 소비자 식습관 트랜드에서 막중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식품이 소비자 마인드에 핵심으로 자리잡게 됐고 어떤 성분이 포함돼 있는지 깨알같은 정보를 원하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조사의 식품은 퇴출을 면하기 어렵게 생겼다.
6. 해조류 각광
‘수퍼푸드’(superfood)라는 유행어가 있다. 건강과 웰빙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 용어가 자연스럽게 등장해 일상화됐다. 사전적으로 이 단어의 정의는 이렇다. “활성 산소들을 제거하고 체내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웰빙식품”, 또는 “콜레스테롤 제거로 대량 섭취하여도 되는 건강 식품”. 그런데 이같은 수퍼푸드 범주에 최근 해조류(seeweed, algae)가 당당히 입성해서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이쁨을 받고 있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한류음식의 열풍을 싣고 한국의 김 혹은 김을 기반한 각종 주전부리들이 서양인들부터 큰 인기를 구가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의 소비자들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양 성분에 대해 과도한 관심과 공부를 하다보니 해조류가 수퍼푸드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해조류를 재료로 등장하는 다양한 식품들을 고루 맛보는 실험적 소비가 널리 퍼지고 있다. 김,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 소비가 많은 한국이 서구 사회 식품점과 편의점 선반을 점령할 여건은 충분하다.
7. 아시아 전통과의 융합
소용돌이치는 세상의 한복판에서 소비자들은 균형의 미를 간절히 추구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아시아적 영양소나 조리법이 반영된 식품에 대한 동경과 체험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서구사회에서 중국, 인도, 태국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 10년이 넘도록 인기를 구가하는 한류 식품에 대한 선호도를 보면 실감할 수 있는 현상이다. 과도한 서구식 인공 식품에 대한 맛의 싫증과 천연 음식에 대한 욕구가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해왔다고 볼 수 있다.
8. 매콤달콤에 대한 취향
‘Sweet’ 과 ‘spicy’의 조합어인 ‘swicy’라는 단어가 식품업계의 유행어가 되고 있다. 매운 맛에 대한 소비 자들의 친근감이 계속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국어로 안성맞춤인 단어가 ‘매콤달콤’이라는 표현일 것같다. 서구의 젊은이들이 이 두가지 맛의 조화와 깊이에 열광하면서 그 윗세대까지 함께 가세해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이 두가지 맛을 절묘하게 배합하여 출시되는 소수민족 음식이 홍수를 이루고 있고 전통적인 서양 식품회사들도 이 시장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어 레시피가 이 방향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얼마나 세련되게 조합을 시키냐는 것인데 자칫 얼치기 잡탕이 나올 수도 있다. 정통의 매콤달콤한 맛은 그래서 아시안 소수민족 식품이 주도권을 당분간 쥐고 나갈 것이다.
9. 집밥의 위력
‘집밥’이라는 표현이 한국에서 유행이었고 팬데믹 기간에는 더더욱 소중한 단어로 자리잡았다. 이와 유사한 표현 혹은 현상이 서구에서도 home cooking이라는 용어로 집약될 수 있다. SNS는 물론이고 레거시 언론매체들이 저마다 식품 관련해 이 용어로 도배하고 있다. 집에서 안락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느긋하게 만드는 조리 과정 자체가 매력이고 팬데믹 기간에는 정부 폐쇄 조치로 인한 영업중단이 빈번해지자 불가피한 집밥 만들기가 유행했다. 물론 이를 쉽사리 하기 힘들거나 싫은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을 꽤나 이용했지만 말이다. 건강과 웰빙에도 좋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고 자주 하다보니 실력도 상당히 향상됐다. 앞으로도 집밥 만들어먹기 트랜드는 수그러들지 않고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0. ‘지속가능성’ 개념의 세분화
‘친환경’의 밑바탕에 깔려있는 기초 개념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요즘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이 개념을 깔지 않고는 이야기가 안되는 세상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막 연하고 추상적이며 다소 두루뭉수리하게 펼쳐지는 이 개념도 한층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영역에서 어떤 것을 대상으로 행동계획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라는 식으로 파고드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앞서 말했듯이 초보적 수준의 ‘지속가능성’을 들먹일 것이지만 선도적인 단체, 기업, 정부 등이 구체화시키면서 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지속가능성은 매우 세련되고 세분화될 것이다. 식품, 먹거리 분야에서도 곧 이 논리가 더욱 깊이 갈고 다듬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