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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마켓의 위협

2023년 5월 1일

애꿎은 소매채널 피해, 당과류 특히 심해




경제용어에 ‘grey market’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회색시장’으로도 번역 사용되고 있는데 짝퉁이나 불법 제조된 제품을 판매하는 것도 아니어서 블랙마켓(암시장)으로 분류될 수는 없으면서 정식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거래돼, 중간 지대에 있는 거래라 하여 ‘회색 시장’으로 불리는 것이다.

원 제조자가 아니라 제3자가 재판매하는 등 정식 경로를 우회하는 식으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시장의 건전한 질서를 교란한다. 요즘 캐나다에서 문제의 회색 시장이 맹위를 떨친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이 왜곡 된 유통시장이 편의점과 소비자들에게 위험을 가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다. 특히 당과류 품목군에서 현상이 집중화되는 모습이다. 편의점과도 직결되는 이슈인만큼 업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회색 시장에서 취급되는 제품은 앞서 설명한대로 정품이다. 장물이나 가짜 브랜드가 아니라서 개념을 혼동하면 안된다.

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품은 타국에서 수입돼 기존 유통 경로 밖에서 거래가 발생한다. 대개 캐나다 국내법령이 요구하는 포장이나 라벨 준수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영어와 불어 2개 언어로 라벨이 부착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그리고 알러지 경고 문구도 없다.

익명을 요구하는 당과류 업계의 한 전문가는 많은 세월을 이 바닥에서 겪어온 늘상 있어온 문제라고 고백했다.

Groupe Beaudry라는 회사는 퀘벡 최대 규모의 정품 당과류 공급사 중 하나다. 그런데 회사 영업담당 직원들은 몬트리얼같은 도시에서는 회색 시장 문제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고 증언하고 있다. 다만 그들도 온타리오 접경 지역의 편의점을 방문해보면 선반에 진열된 당과류의 일부에서 출처가 의심되는 제품들을 발견한다고 증언했다. 대표적인 예로, 불어가 전혀없이 영어로만 된 포장 문구를 보면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의 보고에서도 회색시장의 규모가 점점 증대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과류 공급망에서 회색시장이 만연하는 추세이며 음료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수입산 제품이 공공연하게 수입되어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회색시장 창궐의 이유에 대한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이미 편의점 업계는 인플레이션과 마진폭 감소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한 전문가는 이 시장에서 유통되는 당과류의 가격은 정상 가격의 50%를 밑돌아 공정 경쟁가격의 틀을 심하게 흔드는데도 정상적으로 해외에서 컨테니어 물량이 거침없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실정임을 증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콜렛바의 경우 캐나다 제조사를 통해 도매상을 경유해 구입되는 단가가 한개에 90센트인 것이 회색 시장을 통하면 45센트에 해결된다는 것이다. 소매업주들은 또, 국내에서는 경쟁 동종업체로부터 구할 수 없는 다양한 향가미 브랜드 제품 구입에도 열중하고 있다. 만약 정식 루트만을 통해서 거래되는 당과류를 취급하는 정직한 편의점이라면 이런 기형적 유통구조를 통해 크게 저렴한 동일한 제품을 취급하는 동종업계 혹은 경쟁관계의 소매채널과는 가격 싸움을 감당할 수 없는 불리한 처지에 놓인다.

법적 문제

지하시장이라면 법적 제재 수단을 동원할 수 있지만 회색시장의 난처한 점은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다. 멀쩡한 정품을 수입해서 팔겠다는데 자유무역협정에 근거하고 있어서 딱히 막을 방법은 없다. 법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하지만 몇가지 점에서 법의 충돌이 일어나는 지점이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계약상의 위반에 대해 소매유통사가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지난 2020년 코스트코(Costco)는 저렴하고 고급스런 진(jean)을 거래 공급사를 통해 수입해 판매했는데 징벌적(punitive) 손해배상을 치른 경험이 있다. 해당 제품에 대해서는 독점공급권을 가진 잘 알려진 회사였음에도 벌어진 일이다.

해당 회사와 코스트코는 식품 라벨 관련 법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가 따를 상황도 겪을 뻔했다. 당시 오타와에 소재한 회사 자문 법률회사는 “포장 라벨에서 거짓 혹은 오도된 정보가 담길 가능성으로 인해 회색시장을 통한 상품의 판매는 법적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전했다고 한다.

 




2018년에 다국적 종합 식품사 마스(Mars) 캐나다는 도매상 Bemco Cash & Carry라는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있었다. 이 도매상은 동일한 정품 마스 제조 상품을 다량 미국에서 수입해서 장사를 했는데 마스 캐나다가 소매업소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했다. 마스 캐나다가 이 사건에서 승소한 부분적 이유는 수입 상품이 라벨과 포장에 관한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상품을 해당 도매상이 취급했다는 점을 공략한 덕분이다.

이런 몇가지 과거 사례를 검토한 때문인지 앞에서 소개한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는 “회색시장은 중대한 공공안전을 해치는 위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CICC는 여러가지 사례를 들고 있는데 몇가지를 소개한다. 많은 초콜렛바 제품이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것은 견과류가 없다. 동일한 브랜드가 다른 나라에서 수입되는데 견과류가 포함되는 제품들이 자주 있다. 식품 알러지가 있는 내국인 보호 차원에서 캐나다는 초콜렛바에서 견과류 사용을 금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보건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로 여긴다.

품질 통제 관리에 대한 보장이 없는 회색 시장 제품에 대한 업계의 예민한 반응은 그래서 이유가 충분하다.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상도의적 문제에서 한걸음 더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가게에서 파는 당과류를 사먹고 손님이 몸이라도 아프게 되면 업주는 손님이 정당한 유통 구조하에서 취급되고 있는 제품을 먹었다는 것을 정부당국에 자신있게 밝힐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전문가는 국내 수입업자나 공급회사들이 감세와 까다로운 정부 준수요건을 피하기 위해 회색 시장을 접촉한다는 점을 들며 비판한다.

대비책

CICC의 서부 총책이자 부회장인 새라 맥킨타이어씨가 최근 연방식품관리청을 접촉해서 회색시장의 제반 문제점에 대해 광범위한 견해를 전했다. 2023년 예산수립에 앞서 시장 실상을 반영하려는 의도에서 였다. 핫 이슈는 국경 물품 통관에서 문제의 상품들에 대한 단속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입업자들이 고의적으로 불법 상품을 유통시키는 것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런 상품이 국내 반입되지 않도록 하는 최상책은 국경 통관에서 걸러내는 것이다. 공연히 국내 소매채널만 벌금을 물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소매유통업과 공급사 계몽 교육 또한 문제 해소의 중요한 정부 시책의 하나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차단돼야 한다.” 정부 세수원이 일부 피해를 보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방어해야 할 과제임도 강조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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