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만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
2024년 5월 9일
‘규제 사각지대’ 노린 외국기업 공습 무방비
정부 “합성 니코틴 안전성 입증 안돼”
규제 마련 미흡해 세금 결손액 1.6조
청소년 판매 처벌 규정도 적용 안돼
BAT, 전세계 유일 한국에 출시 검토
“합성니코틴 담배 출시일정은 미정”


BAT로스만스가 한국에 출시한 천연 니코틴이 들어간 액상형 전자담배 뷰즈(Vuse)
글로벌 담배기업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가 국내 규제가 전혀 없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한다. 정부가 합성 니코틴에 대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 마련에 미적대는 사이 중국산에 이어 글로벌 기업까지 ‘사각지대’를 노리고 판매에 나선 것이다.
8일 BAT그룹의 한국 법인인 BAT로스만스는 입장문을 내고 “합성 니코틴 액상 담배 한국 출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BAT는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를 전세계적으로 판매하고 있지 않으며 출시 검토도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출시 시기에 대해서는 “현재 준비단계로, 출시 일정이나 제품 스펙 등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합성 니코틴은 담뱃잎·줄기·뿌리에서 추출해 만든 천연 니코틴과 달리 화학적으로 만들어낸 인공적 니코틴으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규제하에 제한적으로 사용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담배사업법상 담뱃잎을 원료로 추출한 것만 담배로 인정해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 니코틴 담배는 공산품으로 분류될 뿐 담배 관련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또한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하면서 KT&G, 필립모리스 등 메이저 담배기업들이 액상형 담배 시장에서 철수했다.
규제도 없고 경쟁사도 없다보니 최근 중국산 합성 니코틴 담배 제품만 범람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규제와 과세 체계가 없는 것은 물론 청소년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합성 니코틴 액상 담배 관련 세금 결손액이 연 1조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합성 니코틴 담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합성 니코틴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제 적용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담배 원료의 범위를 합성 니코틴까지 확대하는 취지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BAT는 합성 니코틴 제품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시선을 의식한 듯 출시 예정인 합성 니코틴 액상담배에 대해 기존 담배가 받는 규제를 적용하고 기존 액상담배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것을 시사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BAT의 합성니코틴 제품은 세금 및 부담금에 대한 절약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소비자 혜택으로 제공할 것”이라면서 “청소년 현혹하는 디자인 요소를 지양하고 강력한 성인인증 제도를 준수하는 판매처와 함께 청소년을 보호하는 책임 있는 판매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