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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밌으면 용서가 돼"… 그들은 왜 '펀슈머'에 빠졌나

2024년 4월 11일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대형 라면, 아톰 부츠 모양의 맥세이프 충전기 등 재미 요소가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에서 열린 '아톰 하우스' 팝업 스토어를 구경 중인 시민들의 모습




"이걸 왜 사냐고요? 재밌잖아요!"


최근 대형 라면을 온라인으로 주문한 이현희씨(여·32세)는 구매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재미를 하나의 소비 이유로 꼽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형 컵라면, 참치캔 모양의 케이스, 엄청난 크기의 생크림 빵 등 '펀슈머'(Fun+Consumer 합성어) 소비자를 위한 맞춤 제품이 속속 등장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맛있어서, 필요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늘면서 펀슈머 열풍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보라면·대형 삼각김밥… 대형에 빠진 편의점


대형 제품의 인기 첫 시작은 점보 라면이었다. 사진은 일반 컵라면과 대형 라면의 비교 모습




대형 라면이 출시됐을 때 이씨는 온 동네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찾았지만 실패했다. 이씨는 "대형 라면이 출시됐을 때 너무 사고 싶어서 동네에 있는 편의점을 돌아다녀 봤는데 가는 곳마다 제품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그런데 요즘에는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해서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실 혼자 다 먹을 순 없을 것 같아서 살 생각이 없었다"며 "그런데 먹방 유튜버들의 도전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같이 대형 라면 먹기에 도전해보면 재밌을 것 같아서 샀다"고 밝혔다.


대형 제품의 인기는 점보 라면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GS25는 대형 점보 라면인 '팔도 점보도시락'과 '공간춘'을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일반 컵라면보다 8배 많은 용량으로 제작됐다. 제품이 출시되자 많은 이가 점보 라면을 사기 위해 중고 거래를 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GS리테일은 점보 라면 3종(점보도시락·공간춘·오모리 점보도시락)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 수량 300만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대형·점보 관련 제품의 인기가 높아 앞으로도 시리즈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형 제품이 인기를 끌자 CU도 지난달 6일 초대형 삼각김밥인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또 SPC삼립은 '정통 크림빵'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기존 제품에 비해 6.6배 큰 '크림대빵'을 한정 판매했다.


먹방 유튜버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대형 라면·삼각김밥·빵 먹방 챌린지와 후기 인증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들이 대형 식품을 구매하는 이유가 먹기 위함보다는 즐기기 위함인 것을 보여준다.



귀여움+재미 합쳐져야 MZ 눈길 끈다?


아톰 하우스 팝업 스토어에서 판매 중인 아톰 부츠 모양의 맥세이프 충전기(왼쪽)와 동원참치 모양의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케이스




펀슈머 소비자를 유혹하는 분야는 식품만이 아니다. 아톰 부츠 모양의 맥세이프 충전기, 참치캔 모양의 이어폰 케이스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팝업 스토어 '아톰 하우스'에는 MZ세대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팝업 스토어에 들어서니 아톰 부츠 모양의 맥세이프 충전기, 그립톡, 피규어 등 다양한 제품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곳에서 제품을 구매한 A씨는 "보기에도 귀엽고 재밌지 않나"라며 "아무런 재미가 없는 제품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버 '잇섭'과 함께 아톰 하우스 팝업 스토어를 기획한 에프엑스아이피 관계자는 "구매력이 제일 좋은 고객층은 20~30대 남성"이라고 밝혔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은 '아톰 피규어'와 '아톰 부츠 맥세이프 충전기 패키지' 상품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 인기가 많은 것은 재미 요소가 있고 퀄리티도 다른 제품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펀슈머 열풍, 언제까지 이어질까


대형 인기에 힘입어 CU는 지난달 6일에 초대형 삼각김밥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펀슈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디자인적 요소에 집중하면 제품의 본질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먹어도 줄지 않아서 면이 다 불었다", "먹는데 계속 양이 늘어서 진짜 힘들었다" 등 블로그에는 점보라면 도전 실패 후기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파인애플 모양의 이어폰 케이스를 재밌어서 샀다고 밝힌 B씨는 "케이스가 재밌어서 샀는데 모양이 독특해서 그런지 쓸 때마다 어딘가에 걸려서 불편한 부분이 있다"며 "다음에는 그냥 평범한 디자인을 살까 싶다"고 전했다.이처럼 펀슈머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은 양과 디자인 측면에서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따라서 펀슈머 열풍이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다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펀슈머가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요즘 기업들은 상품 기획과 마케팅 전략에서 재미와 새로움을 중심에 놓고 검토한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펀슈머는 브랜드 충성도가 낮기 때문에 펀슈머가 주도하는 시장은 메가 히트 개념은 아니다"며 "따라서 '반짝 인기'를 누리는 상품이 계속 바뀌어 유행 주기도 짧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또다른 연구위원은 "펀슈머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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