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ATM의 미래
2023년 11월 13일
현금 사용 급감하는 세상에 여전한 위력
▲편의점 ATM 기기가 비트코인 서비스까지 겸한지도 수년이 지나고 있다.
실협뉴스를 통해 편의점 부가서비스의 하나인 ATM 기능과 역할에 대해 몇차례 기사화한 적이 있다. 빠른 속도의 진화를 보이는 편의점 ATM의 발전과 변화는 주목할 현상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추가 창출을 위한 매력적인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어드는 글로벌 트랜드에 비추어보면 불리한 환경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현금이 무용지물인 시대가 위기인가 아니면 또다른 측면에서 기회가 될 수 있는가.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Perative Holdings라는 회사가 있다. 소매업소를 중심으로 약 7,000개 이상의 ATM을 전국에 깔고 있는 선도적인 회사인데 설비 브랜드명은 Acess Cash로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회사가 올 여름 파산신청을 했다. 정확히 표현하면 파산보호신청(bankruptcy protection) 이다. 굴지의 회사가 파산에 이른 결정적 배경은 팬데믹이다. 안그래도 현금 사용이 줄어들던 차에 팬데믹 기간에 현금을 기피하는 경향이 농후해지자 이용률은 더 격감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을 보는 전문가의 안목은 다르다. ATM의 종말이 아니라 또다른 기회요인으로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국은행협회(CBA)가 최근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캐나다 전역의 ATM망 규모는 거의 7만 개에 육박한다. 이 중 18,500개, 백분율로는 25%를 약간 상회하는 설비가 은행 자체 운영, 혹은 대행 ATM이다. 나머지 5만여 개 이상은 은행이 아닌 민간 사업자들 소유다. 캐나다에서 민간 업체들이 ATM사업을 시작한 것은 1996년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에서 소개한 Perativ 이외에도 명망있는 운영업체들로는 NCR Atleos (설비 브랜드는 Cardtronics), 사스케츄완 기반의 Evolution Cash Technologies, 에드몬튼의 Jack Cash, 캘거리의 Olympia ATM 등이 있다. 파산보호신청을 한 Perativ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Sandton Capital Partners라는 회사가 인수에 동의를 한 상태라서 회생하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하튼 현금 이용의 급감 시대에 민간 ATM 서비스 업체들이 온존하고 버티는 배경에는 뭔가 있다는 말일 것이다.
한편,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 부회장 중 한명인 제프 브라운리씨는 “현금이 왕인 시절은 더 이상 아니다”면서 “손님 트래픽 유발의 주요인이던 ATM사용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고 팬데믹이 이런 트랜드를 강화시킨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현금 대신 디지털 결제가 대폭 늘어난 것은 모두가 경험한 주지의 사실이다. CICC 조사에 의하면 산하 회원업소만을 놓고 분석해보니 2021년부터 2022년에 걸쳐 신용카드 사용이 55%가 늘어났다고 한다.
브라운리 부회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고객들은 편의점에 ATM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현상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본다. “팬데믹 기간은 편의점 업계에 큰 기회였다. 업종 불문하고 전부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만을 취급했던 것에 반해 유일하게 편의점 업종만은 ATM을 통해 현금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했다. ‘편의점’ 하면 ‘현금서비스 ATM’이 떠오를 정도로 ATM 에 대 한 고객 인식이 역설적으로 더 강화되는 계기가 팬데믹때문에 만들어졌다. 과거보다는 사용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소액 현금이 정말 필요한 상황에서 편의점 말고는 구할 곳이 없는 상황은 수시로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ATM의 긴요성 혹은 가치가 지난 5년간 20% 이상 증대됐다는 흥미로운 수치가 있다. 이용률이 아니라 이용가치를 의미한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에 편의점의 ATM은 현금 서비스의 허브라는 말이 나돌정도였다. 사진은 은행ATM기가 설치된 한 해외 편의점의 모습.
간단히 정리하자면 현금 사용은 지난 10년간 캐나다에서 급감했지만 그랬던 만큼 현금 필요 시 이의 서비스 가치는 역설적으로 증대했다는 말이다. 또다른 관련 보고 자료를 보면 캐나다 소비자의 37%는 일상적 거래 결제 시 여전히 현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다급한 현금 필요의 경우가 아닌 ‘일상적 이용’을 말하는 것이니만큼 주목할 통계다.
지역의 소공동체에서 특히 현금은 여전히 강력한 거래 수단이고 ATM이 위력을 발휘한다. 은행이 도시 처럼 많지 않아 편의점 등 소매업소의 ATM이 진가를 보이는 것이다. 앞에서 명망있는 ATM사업체의 하나로 소개한 Olympia ATM은 캐나다 전역에 약 800개의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회장 짐 윌슨씨는 ATM 현금 서비스가 주는 부가적 혜택이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단순한 현금 서비스에서 끝나지 않고 이왕 들른 업소에서 쇼핑을 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말이다. 이는 시골로 갈수록 더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용 수수료에 추가 쇼핑까지 합해서 수익을 따져보니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 사설 ATM이 아닌 은행 현금서비스 대행으로 은행소유 ATM을 업소에 설치한 편의점의 경우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한 모범적이고 규모가 나가는 편의점의 경우 은행 ATM을 설치한 결과 연간 거래 횟수가 350만에 달했다는데 이전의 사설 ATM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업주의 말이다. 이는 곧 업소 여타 품목 쇼핑 기회도 크게 증대시켜 비즈니스에 결정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안기고 있다. 여기다가 금융 사기 기법이 날로 지능화, 고도화되면서 현금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손님들도 사설 ATM보다는 은행 ATM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더우기 은행 ATM 서비스는 수수료도 상대적으로 훨씬 저렴하다.
끝으로 2023 C-store IQ National Shopper 보고서의 통계 도표를 소개함으로써 편의점 부가 서비스의 현황과 ATM 이용실태를 일별한다. 물론 편의점만 운영하는 순수편의점이 아니라 세차, 푸드서비스, 여권사진 등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갖춘 편의점에 해당하는 도표이다.
▲파란색 수치는 기존 점유율로 현재 대비해 크게 증가한 영역들을 강조하기 위한 표시다. 표에서 보듯 편의점 부가 서비스 중 ATM이 편의점 이용 시 동시에 이용하는 부가 서비스로는 29%로 단연 1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