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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회색시장 심각성 여전

2023년 10월 16일

독립 편의점 중심으로 SKU 점증




회색시장(grey market)의 심각한 상황이 캐나다 식음료 산업에 여전히 주름을 만들고 있다. 이미 실협 뉴스에서도 수개월 전에 한차례 다룬바 있었으나 사태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 회색시장은 암시장(black market)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으나 엄밀히 말해 유통자체가 불법인 암시장과 달리 적법한 정품을 취급하지만 제조사 또는 공급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유통시키는 시장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현재 캐나다 국내 소매업체의 진열대에 버젓이 올라 있는 상품이 부지기수다.


업계 지도급 인사들이 이같은 유통과 판매를 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소매업계 중에서도 편의점이 정도가 심한 편이다. 일단 이같은 상품이 국내로 반입되지 말아야 하는데 상당 물량이 국내에 들어오고 있고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업계를 장악하고 있어서 우려가 점증하고 있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통되는 물건 자체는 정품이다. 다만 캐나다 내에서 유통될 수가 없다. 이유는 국내법 의제 규정을 어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실정법이 정하고 있는 충족 요건에 미달하거나 준수하지 않은 포장을 들 수있다. 2018년에 온타리오 고등법원(항소법원)은 토론토 소재 두개의 회사가 다국적 종합식품사 마스(Mars)제품의 수입과 공급을 금지토록 한 결정을 어긴 이유로 불법 판결을 내린 하급심 법원을 재확인한 바 있었다. 문제의 제품은 마스사의 간판급 제품인 스니커스(Snikers)와 M&Ms 였는데 마스측은 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 유통시키는 것을 허용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수입공급사가 이를 어기고 유통을 시켜서 법정으로까지 간 사례였다.


항소법원까지 가서 결국 원심의 판결의 정당함이 재확인됐고 올해 8월에 캐나다식품검사청(CFIA)은 이 판결에 근거해 몬스터 시리즈 중 일부 제품들의 리콜을 명령했다. 국내법 규정이 요구하고 있는 카페인 성분 함량 허용치를 초과했고 따라서 이의 유통은 회색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위반은 이중언어 표기(영어와 불어) 라벨 규정 불충족이었다. 미국에서는 문제될 것이 없는 정품이었지만 캐나다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더 엄한 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


몬스터 에너지 측은 당시 성명을 통해 해당 드링크가 코카콜라 캐나다 병입 회사(Coca-Cola Canada Bottling Limited)와의 제휴하에 독점 판매와 공급권을 가지고 있고 인기있는 이 음료 제조사로서 캐나다에서 판매되는 이들 음료가 국내법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었다. 또 연방 보건부의 승인도 얻어서 정당하게 국내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도 모르는 제 3자(수입, 공급업체)의 수중에 들어가 이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들이 통용되자 리콜 명령이 발동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캐나다 밖에서 들어온 물건들이 틀림없다고 추정하고 있고 사실이 그렇다. 몬스터 측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여하튼 정품을 만드는 다국적 기업이 있고 이와 별도로 이를 수입해서 유통 시키는 회사가 따로 있으니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하겠다. 각 나라마다 자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규정이나 요구조건들이 다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캐나다는 이런 면에서 타국에 비해 더 엄격한 편이고 특히 이중언어가 공용어인 특성상 라벨에서 빈번한 문제가 오래전부터 대두돼왔다.


회색시장 심각성의 정도


회색시장 유통 상품을 통제하기위한 선결 과제의 하나는 도대체 회색시장이 어느정도 심각한가 실태 파악이다. 제품이 유통되는 다양한 경로와 방법을 알아야 대처방안도 수립될 수 있기에 말이다.


북미주 편의점 채널에 물량을 공급하는 최대 공급사의 하나인 Core-Mark라는 회사가 캐나다에 있다. 이 회사 마켓팅 총책 법인 이사 처크 아캔드씨의 말을 인용한다. “밴쿠버, 토론토 그리고 이들 도시의 광역권까지 포함해 추정 조사를 해본 결과 독립 편의점을 중심으로 회색시장이 집중 형성돼 있다. 캐나다에 반입되는 물량은 기존의 알려진 공급사를 통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 우리같은 공개적으로 알 려진 회사는 국내 제반 규정을 엄정하게 준수하고 있고 회색시장이 형성될 수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알 법도 한 몇몇 공급선이 있는데 이들이 몇가지 인기 제품들을 업소 방문을 통해 아름아름으로 공급해주고 있는 것같다. 편의점이나 여타 소매업소를 방문해보면 회색시장을 통해 공급되는 물건의 가짓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확인한다.”


경제적 이득과 고객 욕구


온주편의점협회(OCSA) 데이브 브라이언즈 회장의 증언도 들어본다. “국내로 물건을 들여오는 많은 군소 공급사들이 있고 미국을 포함해 해외를 다니다가 눈에 띄는 상품들 중에 고객들(소매업주) 마음에 쏙 들 만한 물건들을 많이 발견한다. 일부 편의점 업주들은 애써 눈감고 손님이 찾는 물건들이라 따지지 않고 물건을 받는데 이때 공급사로부터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 부회장 겸 소통담당 제프 브라운리씨의 증언도 추가한다. “회색시장의 강세 이면에는 다른 경제적 요인들도 작용하고 있다. 우려할 수준의 식음료 가격 인상과 고 인플레이션,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팽배해 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미국에서 들어오는 초콜렛바와 스낵 제품으로 각별한 맛과 식감을 가진 종류들이 캐나다에서는 정상적으로 유통되지 못해 소비자들의 유혹을 자극한다. 양쪽에서 같은 가격대 혹은 미국보다 저렴한 가격이라면 소비자의 욕구는 더 강화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가 공급을 유발하는 경제 기초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맛을 경험한다는 한가지 요인만으로 회색시장 형성이 강화될 여건이 마련된다. 사실 과거에는 창의적인 맛의 캔디나 초콜렛 그리고 에너지 드링크와 같은 식품은 이렇게 시장에 만연한 적이 없었다.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지나갔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유형의 맛과 향에 대한 욕구가 시장을 강하게 추동하고 있다.


회색시장의 폐해


일반 소비자와 일부 소매업주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는 한가지 정서가 있다. 소비자가 요구한다면 이들 제품들이 무슨 피해를 유발하는가? 그럴 수 있지 않느냐는 다소 불만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이는 그렇지 않다. 이런 제품들이 만연해서 소매업소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업소 명성에 해롭다. 편의점은 특히나 지역공동체의 성원으로 매우 밀접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편의점이기에 단순한 이해 타산만 하는 비즈니스에 머물지 않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한국식으로 편하게 표현하면 ‘상도의’ (商道義)지킴이의 전위라 일컬을 비즈니스가 바로 편의점이다.


다른 나라의 제품이라고 꼭 안전하지 못할 것도 아닌데 캐나다는 이런 제품들이 자국에서 판매 가능하기 위해 따라야 할 보다 특별한 법규를 제정하는 나라다. 하기사 국민 건강을 위해 정책과 법률이 다른 나라 기준보다 더 엄격하다고 문제될 것은 아니다. 때대로 소매업주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아무 문제없이 잘 팔리고 있는 멀쩡한 제품들이 왜 우리 나라에서만 유독 통제나 더 까다로운 제재를 받아야 하느냐는 불만을 가질 수있다. 그렇지만 이를 취급함으로써 부지불식간에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에너지 드링크가 있는데 국내에서 허용되는 카페인 성분 최대 허용치 보다 월등히 높을 수 있다. 물론 타국에서는 허용되는 기준치다. 또 캐나다에서는 특정 식품에 허용되지 않는 땅콩 성분이 함유돼 있는 제품들이 있다. 알러지 유발때문이다. 비단 땅콩만이 아니라 참깨일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그러나 아무런 제약이 없는 합법적 식품들이다.


땅콩 관련해 캐나다에서는 특정 제품들의 포장 표면의 성분 표기에 “본 제품은 땅콩성분이 들어 있지 않다”는 문구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법으로 명시돼있다. 유통 기한 중에 땅콩의 부패가 염려되는 제품들인 경우에 그렇다. 그런데 회색시장에서 나도는 정품 제품의 경우 이런 규정을 따르지 않는 제품들이 섞여 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초콜렛이 대표적인 또다른 사례인데 결국 너츠류 알러지를 가진 캐나다 소비자의 보건 안전에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에 소개한 Core-Mark의 아캔드 이사의 의견을 들어보자. “공급사와 제조사가 캐나다에서 합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 식품 보건 규정을 확실히 준수해야 하며 연방 보건부의 지침을 분명히 따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우리 회사는 매우 엄격히 법을 준수하며 처음 관계를 맺는 제휴사에게 국내 제반 규정을 엄정 준수해달라고 당부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관련 법령과 제도에 대한 철저한 교육도 한다.“ 그가 누누이 강조하는 말에는 정부 정책을 따르는 모범적 회사라는 이미지 홍보까지 곁들여 있는 분위기다.


정부의 리콜 조치가 내려지자 캐나다음료협회(CBA)가 관련 법령의 대강을 정리한 공문을 회원들에게 하달했다. 내용은 각 에너지 드링크마다 허용되고 있는 카페인 함유 허용치에 관한 정보가 주를 이룬다. “회원사들은 연방 보건부와 식품검사청의 제반 규정을 절대적으로 준수해야 한다”는 문장이 강조되고 있다. 성분 표기도 정확하게 하라는 지시도 있다. 연방 보건부는 에너지 드링크의 최대 허용치를 리터 당 400 mg 으로 한정하고 있고 낱개 판매의 경우 용기 당 180mg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보통 250ml~500ml의 용량을 가지고 있는데 카페인은 80~150mg에 해당된다.  전문 커피숍에서 판매하는 커피 한잔이 함유하고 있는 카페인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캐나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에너지 드링크는 바로 이 범위내에서 합법적인 용량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편의점 운영자들은 경제적인 불리함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규정을 위반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경우 캐나다 제조사들의 반품 혜택을 누릴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제품이 파손됐다거나 유효기 간이 지나면 반품해서 정당하게 크레딧을 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규정위반 제품의 반품을 허용받지 못했 을 경우 재고 손실을 어디서 보상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회색 시장 관련해 또다른 위험이 있다. 규정위반 제품 발견 시 리콜 조치라든가 시정명령으로 선반에서 철수해야 하는 제품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전혀 보상받지 못한다. 비밀리에 판매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정당한 제품을 취급하는 대다수 국내 편의점 산업 종사자들은 회색마켓으로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공급사나 제조사는 국내 규정 준수와 라벨 표기 요구 기준을 잘 준수하며 정부 지침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소매업주와 이들 제조공급사들과도 좋은 파트너 관계가 유지되고 있 다. 연방식품검사청은 회색시장 제품 실사와 발견된 제품의 퇴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대부분의 편의점 업계 종사들은 이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국내 기준을 명확히 충족시키고 있는 한 식품 제조사의 라벨. 허용치인 카페인 성분 표기, 그리고 알러지 관련 경고문도 잘 알리고 있다.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 고위 관계자가 말했듯이 단번에 이 문제를 해결할 특효약(silver bullet)은 없다. 정부 기준과 지침 준수에 만전을 기하라고 소속 회원사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있고 정부와 정책 결정권자들간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정부의 대응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의견 이 지배적이다. 출입국하는 물량에 대해 더 정확하고 세심한 검사가 요구되고 있다. 이를 실효성있게 성취하려면 정부는 예산과 인력을 더 많이 할당해야 할 것이다. 실태 조사, 즉 얼마나 회색시장이 심각하게 만연돼 있는지도 더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당장의 이윤에 현혹돼 무분별하게 비밀 루트를 통해 회색시장 제품 특히 정부 기준을 위반하는 에너지 드링크를 취급하는 것은 길게 볼 때 실리적 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편의점 업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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