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 고용에 관한 연방법 개정
2023년 8월 1일
고용주들끼리 담합, 형사처벌 최대 14년 징역
직장인 임금과 고용에 관한 캐나다 연방법 일부 조항이 개정돼 지난 6월 23일부터 발효에 들어갔다. 동종 업종의 회사들간에 피고용인에 대한 임금을 담합하거나 피고용인의 전직(轉職)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와 관련해 고용주와 피고용인들이 알아야 몇가지 핵심 내용을 아래에 소개한다. 이는 복수의 회사들이 피고용인의 임금 상승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담합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지 못하게 하려는 또는 인하하려는 저의로 동종업계 복수의 회사들이 담합을 하면 형사범죄가 된다. 또, 근로자가 여하한 이유로 타 회사로 전직하려고 하지만 회사들간의 담합에 의해 전직을 불가능하게 하는 소위 노 포칭(no-poaching)합의를 하면 이 또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영어 단어 poaching이란 타인의 사유지에서 짐승을 잡거나 죽이는 행위를 일컫는 역사적 연원을 가지는 단어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근로자를 착취하기 위해 이직을 못하고 한 회사에만 붙들어 매려는 술책이 횡행하기 시작했다. 유사업종의 회사들이 스카웃 경쟁을 하면(poaching) 근로자의 임금이나 혜택등을 인상하거나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업계 전체 고용주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같은 불온한 합의를 자행하게 된다. 쉽게 말해 “우리끼리는 상대 회사 유능한 직원 빼오기 하지 맙시다”라는 신사 협정같아 보인다. 이때 남의 회사 직원을 빼온다(근로자 입장에서는 전직한다)는 의미가 poach라는 단어에 추가 된 것이다. 이를 하지 않는 합의를 ‘no-poaching’이라고 표현하는 의미가 이해가 될 것이다.
임금과 고용 전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연방법 ‘공정경쟁에 관한 법률’( Competition Act)이 있는데 지난해 6월에 담합에 관한 조항을 개정해 통과됐고 1년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6월 23일부터 발효된 것이다.
관련법 시행의 주무관청인 공정거래위원회(Competition Bureau)는 “경쟁 회사들끼리 상품과 서비스 가격 담합을 주도하거나 임금 담합 그리고 근로자 전직금지 합의 행위는 모두 공정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사실 회사들 사이의 건전한 경쟁을 유지 장려하게 되면 근로자 급여가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자본주의 유지의 근간 중 하나다. 이렇게 돼야 약자의 위치에 있는 근로자의 고용과 복지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방해하는 업자들간의 어떤 담합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동 조항을 위반하면 최대 14년까지 징역형에 처해지며 법원의 재량에 따라서는 벌금도 병과될 수 있다.
개정 전에도 해당법 45조는 상품 가격, 시장 점유, 생산량에 관한 담합은 형사적 위법행위로 이미 규정 돼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와 관련해서는 담합 금지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다만, 구매행위와 관련해서 경쟁 구매자끼리 가격 인상을 막기위한 담합 행위는 90조에서 민사상의 위반으로 규제 대상이었을 뿐이다. 이제 개정 법률은 적용 대상을 넓히면서 동시에 형사 처벌로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위반 시 징역형과 더불어 병과될 수 있는 최대 벌금액은 기존에는 2,500만 달러까지였으나 재판부 재량에 따라 이 상한선에 구애받지 않고 그 이상도 가능하도록 했다.
개정법 적용 범위 예외
근로자 지위 보호를 주 목적으로 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이번 새 개정법은 그러나 상호 소유나 지분 관계가 없는 완전 독립적인 법인체들에게만 적용되며 그룹 계열사 간혹은 모회사에 속한 업체들 간의 행위는 적용시키지 않는다. 또, 담합이 아니라 한 회사가 자체 판단으로 타회사 피고용인을 고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전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자유 재량이다. 회사 정책을 그렇게 하겠다는 행위를 막아야 할 아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담합이냐 아니냐가 기준일 뿐이다.
전직(轉職)자유에 관한 에피소드
근로자 입장에서는 전직, 고용주 입장에서는 ‘남의 회사 직원 뺏어오기’(poaching)와 관련한 유명한 사건 하나를 소개한다. 2016년에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LG와 삼성 미국 법인 두 회사가 ‘고용방해’ 집단 소송을 당했다. 당시 LG미국법인 영업부장을 지냈던 ‘프로스트’라는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삼성전자 미국법인으로 자리를 옮기려고 구직신청을 냈다. 그러자 삼성측은 “LG직원 경력자를 우리 삼성에서 채용하면 안된다. 두 회사는 상대 회사 경력자를 고용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맺었기 때문이다” 라는 답을 했다. 이에 프로스트씨는 이 분야 최고의 실력을 가진 변호사를 고용해 두 회사를 상대로 소송 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취지인 즉 “직원들의 이직 기회를 방해해 급여 상승을 제한하고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였다. 고용된 변호사 조셉 세이버리씨는 이 전해에 구글, 애플, 인텔, 어도비 등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이 근로자의 전직을 막는 ‘노-포칭(no-poaching) 합의’를 맺어 근로자에 피해를 끼쳤다는 집단소송 변호인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4억 1,500만 달러의 배상금을 받아낸 경험을 가진 인물이라 소송의 결말에 귀추가 주목됐었다. 그러나 2020년에야 나온 1심 판결은 ‘기각’이었고 원고측은 즉각 항소했다. 이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결말은 어떤지 보도가 없는 것으로 봐 여전히 진행형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