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불법담배 실상(上)
2023년 4월 1일
부가 서비스, 담배세금 동결 등 다양한 해법
▲하루 평균 45갑의 담배를 팔던 업소 Pinantan General Store가 불법담배로 구입처를 옮긴 손님탓에 요즘 5~6갑을 팔고 있다.
업계 전문 격월간지 CSN 3/4월호에서 불법담배에 대한 특집 기사를 꾸몄다. 사례와 통계를 통해 캐나다의 실태에 실감나게 접근하는 내용이라 심각성 인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봐 전문을 정리 소개한다. 내용이 길어 두차례에 걸쳐 게재할 것이다.
B.C주 캠루프 인근 피난탄 레이크(Pinantan Lake) 마을에 상호 ‘피난탄 제너럴 스토어’ 라는 편의점이 있다. 이 업소는 하루에 평균 45갑의 담배를 팔던 곳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매상이 줄고 최근에는 운이 좋아야 하루 5~6갑을 팔 수 있다고 한다. 주인 코리 조지씨는 주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말도 안되게 싼 불법담배 때문이라고 이유를 단정짓는다.
“내 가게하고 차로 90분 거리에 있는 버논(Vernon)이라는 도시 사이에 길가를 따라 10개나 되는 불법 담배 가게가 있다. 이들 가게 중 하나를 일부러 방문했다. 4카튼 물량이 200 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내 가게에는 한 카튼에 약 180달러니까 동일한 물량이면 700달러가 넘는다.”
가격 경쟁을 의식해 가격을 버틸 수 있는 한도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윤이 너무 박해져서 거의 본전을 할 지경이다. 지금 사정은 담배 품목을 그냥 손님 트래픽 유발 수단으로 삼고 있을 뿐이다. 담배 한갑 사러온 손님이 다른 아이템들을 쇼핑하니까 그걸로 위안삼아야 한다.
그의 말을 근거로 여러 업주들의 다른 증언을 종합해보면, 많은 독립 편의점 주인들은 담배 이윤 폭이 불과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가격이 덜 비싼 담배 수요가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런 계산이 나온다. 소수의 업소들만 10% 이윤을 챙긴다고 한다. 앞에 소개한 주인 코리씨는 담배 제품에 대한 보험까지 들어놓은 경우 10%이상의 이윤을 챙기는 업소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담배범죄 911 신고감
전국편의점산업협의회(CICC)는 코리 조지씨와 같은 사연을 요즘 늘상 듣는다고 한다. 이곳 부회장 겸 대 외담당 총책 제프 브라운리씨의 말을 인용한다. “작년 11월 이사회 모임에서 불법담배는 911 신고 사안이여야 한다고까지 말이 나왔다. 퀘벡이 모범 사례인데 불법담배 시장 조사를 위한 경찰력을 크게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 캐나다 전역에서 해마다 담배 매출이 최소 10%씩 줄고 있다. B.C와 뉴펀들랜드 처럼 담뱃세가 높은 주의 불법담배 온상지에 이웃하는 편의점은 감소율이 훨씬 더 높다.”
1월 말에 예산수립 사전 공청회가 있었다. 온주 의회 재정경제상임위 주관 모임이었는데 여기서 온주편의점협회 데이브 브라이언즈 회장은 다음과 같은 취지의 연설을 했다. “불벌담배가 온타리오 모든 지역 커뮤니티에 정교한 보급망을 통해 만연해있다. 생산 네트워크가 광범위하다. 이런 사실을 연방, 주정부, 지자체 모두가 잘 알고 있다.”
900여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온주한인실업인협회(OKBA)가 정계의 의식 촉구 차원에서 ‘SOS’(Save Our Stores) 캠페인을 벌여왔다. 이 단체의 주장에 의하면 지난 10년 사이에 회원 폐업이 1,000건에 다다른다고 한다. 불법담배를 파는 조직 범죄와의 부당한 가격 경쟁때문에 영구 폐업한 회원들이 대부분이다.
사업체 규모 불문하고 심각
독립편의점만이 아니다. 전국 혹은 지역 단위 체인 편의점 업계도 압박감에 시달린다. 온타리오와 퀘벡에 주무대를 두고 있는 매키웬(MacEwen)이라는 법인 직영 체인망 편의점은 산하에 103개의 지점을 두고 있다. 주유소 사업까지 병행하고 있는 이 회사 부사장 겸 담배품목 관리 매니저 무하마드 지샨씨는 이렇게 말한다. “불법담배는 온타리오에서 중대한 이슈다. 우리 회사의 담배 매출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업소 규모를 불문하고 전체 편의점 산업에 악역향을 끼치고 있다. 거의 매년 담뱃세를 인상하는 서부 캐나다의 고통이 특별히 크고 불법담배 거래는 겉잡을 수 없는 지경이다.”
갭 메우기
파크랜드 전 부회장을 지낸 바 있는 편의점 전문가이자 소매업 컨설턴트 일라이 메일씨 또한 불법담배의 턱없이 싼 가격에 맞서 정품 취급 편의점이 가격 경쟁을 감당할 수 없는 실태에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 독립편의점의 처지가 특별히 취약한데 이들은 트래픽 증대를 위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싼 담배때문에 편의점 발길이 끊긴 손님을 다른 아이템이나 서비스로 도로 불러들일 수 있는 묘안으로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푸드서비스 강화, 세탁 비즈니스 추가, 여권사진 서비스 등 여타 부가 서비스에서 답을 찾으라는 것이 그의 답이다. 통계를 보면 이들 부가서비스 분야 매출이 2021년 3/4분기 대비 2022년 동기간 17% 가까이 증가했다. 손님을 붙들어 두거나 일부 품목에서 발길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요긴한 품목이나 서비스 부가로 불법담배에서 기인한 손실을 만회하자는 말이다.
연대 강화
불법담배와의 싸움에서 소매업계에 희망이 있다면 이 산업 내의 경쟁관계 그리고 다양한 영역이 통합 제휴 전략을 펼치는 것인데 진지하게 고려해봄 직하다. 한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18개월 동안 JTI는 뉴펀들랜드와 B.C의 독립 편의점 업주 60명 이상을 접촉했다. 회사 토론토 담당 총책 일레인 맥케이씨 말을 들어보자. “현장에서 생생히 쏟아낸 이야기를 취합해서 정부 유관 조직에 보냈다. 사법당국의 강한 법 집행에 도움이 되고자 공유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함께 하고 있다. 영세 독립 편의점 업주들은 불법 담배 비행을 목격하거나 경험하고도 당국에 신고하기를 꺼린다. 막연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조직범죄가 뒷 배경에 있어서 행여 해코지나 보복이 염려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로부터 우리 회사가 대신 정보를 받아서 비밀 보장을 하고 정보는 당국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B.C 주에도 한가지 사례가 있다. 200명 이상의 독립편의점 업주들이 ‘Convenience Retailers Alliance 4 Safe Communities’라는 긴 이름의 조직을 결성했다. 대정부 로비에 집중하기 위한 특별한 임무를 가지는 조직이다. 이 조직에 생각지도 않았던 도움될 정보들이 답지하고 있다. 본 글 맨 앞에 소개한 제너럴 스토어 주인도 이 단체 가입원인데 평소같으면 세븐일레븐 매니저하고 말섞을 일이라고는 전혀 없었지만 불법담배 문제 해결을 위해 공감대가 단단히 형성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다음호에 계속)
▲불법담배 퇴치를 위해 B.C주 편의점 업주들이 결성한 Convenience Retailers Alliance 4 Safe Communities’라는 조직의 로고. 우측 두 사람은 이 조직을 왕성하게 이끌고 있는 독립편의점 업주들이다. 대정부 압박과 정보 공유가 주 목적인데 마치 협회의 ‘SOS’ 캠페인과 유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캐나다 담배시장의 우울한 통계 >
닐슨 연구소와 전미편의점협회(NACS) 공동으로 조사한 세계 편의점산업 리포트 자료에 의하면 조사 대상인 세계 33개국 중 2022년 3/4분기 실적이 이전 해 동기 대비 감소한 나라는 단 2개국이었다. 남미의 온두라스와 북미주의 캐나다였다. 캐나다는 이 해당 기간에 3.4% 감소를 기록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2/4분기에 2.7%가 감소했으니 한 분기 지나고 감소세가 더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서 담 배 항목을 제외시킨다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품목을 뺀 나머지 상품 전체의 증감은 9% 증가였 다. 매우 고무적인 실적이 아닐 수 없다. 달리 말해 캐나다 편의점 산업에서 담배 매출이 가지는 의미가 실로 막중하다는 사실이다. 담배는 동 기간에 10.7% 감소했다. 유사담배, 즉 무연담배, 전자담배, 코담 배 등은 11.8%나 감소했다.
캐나다 전체 편의점에서 담배가 차지는 매출 비중은 2021년 3/4분기에는 59.3%였으나 2022년 동기에는 54.4%로 감소하고 있다.
물론 단일 품목으로 담배가 전체 매출에서 이 정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은 대단한 구성비다. 여하튼 절 반이 넘는 것이고 2022년 3/4분기 매출은 11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전년 대비 4.9%가 줄었어도 말이다.
사실 담배 소비량은 선전국에서 예외없이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캐나다는 다른 어느나라보다 감소 율이 심하다. 미국은 점유율이 1.3% 포인트 감소했고 스웨덴은 0.5, 홍콩은 0.1이 감소한 것에 대비해보면 감소율이 실감난다.
이런 급격한 감소의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캐나다 흡연자들이 갑자기 금연하는 사람이 폭증했다든가 담배 지출을 대폭 줄였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 조사 결과다. 답은 단 한가지다. 불법담배 소비 증가때문이다. 이는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정품담배 매출의 추락이 설명되는 것이다. 세븐일레븐 캐나다 부사장 겸 전무 마르크 굿맨씨는 “정부의 담뱃세 인상으로 정품 담 배에서 빠져나가는 흡연자가 많기 때문에 매출 감소가 통계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정답이다.
서부 캐나다는 담뱃세가 아주 무겁다. 당연히 이 지역의 담배 매출이 가장 타격을 입는 곳으로 나타난 다. 대략 30%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담배 매출이 감소했으니 국민 보건에 청신호가 아니냐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실상도 모르고 엉뚱하게 축하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편의점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품을 취급하는 편의점 업계의 매출 통계만 줄었을 뿐 흡연자들은 여전히 다른 대안채널인 불법담배를 통해 니코틴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으니 현실을 직시해야 할 일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캐나다 담배 산업의 건전한 방향은 정부의 담뱃세 동결이어야 하며 인상하면 할수록 더 많은 흡연자를 불법담배 구입의 대열로 내모는 충동질에 불과할 뿐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