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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베이핑 범람하는 미국

2023년 8월 1일

FDA 강력대응 무색




미국 베이핑 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식품의약청의 발본색원 의지를 비웃듯 수천가지의 불법유통 베이핑 제품이 창궐하는 모양세다. 이하 워싱턴발 AP통신 기사를 토대로 미국 시장의 현황을 소개한다.

 

미국내에서 거래되고 있는 전자담배 종류가 지난 2020년 이후 이전 대비 거의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에서 홍수처럼 밀려 들어오는 미승인 일회용 베이핑 제품때문이다. AP가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판매 관련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무질서한 베이핑 시장을 반듯하게 하려는 식품의약청(FDA)을 비웃는 듯한 기세다. 미성년자들이 향가미 베이핑에 쉽사리 빠져드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천명했음에도 불과 3년이 지난 사이에 벌어진 현상이다.

일회용 전자담배의 대부분은 사용 후 곧바로 버려지는데 이를 수집해 조사해보니 달달한 과일 맛, 특히 핑크색 레모네이드, 거미 베어, 수박 맛이 미성년자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이 FDA의 승인을 얻지 못하고 유통되는 불법 제품들이다.

한때는 틈새 시장 정도로 여겨지던 값싼 일회용 베이핑 제품의 매출규모는 현재 전체 전자담배 시장 약 70억 달러(미 달러 소매가격 2022년도 기준)규모의  40% 전후를 차지하고 있는 놀라운 수준이다. 이 같은 추산은 편의점을 포함한 전자담배 취급 소매업소의 바코드 스캐너 자료를 정밀 분석해 얻은 수치여서 신뢰도에 전혀 이상이 없다. 

현재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갖가지 향가미 일회용 베이핑 제품 종류가 5,800가지나 된다. 2020년 초기에는 이전대비 365%가 증가했으나 지금은 거의 1,500% 증가를 보이고 있다. FDA는 멘솔향을 제외한 모든 향가미 베이핑을 금지시켰는데도 이런 급증은 놀라운 모습이다. 또한 쥬울과 같은 카드리지 기반 전자담배도 미성년자의 베이핑 만연 현상을 낳게하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트럼프 시절 FDA가 일회용 베이핑 제품은 금지 대상에서 제외를 했고 많은 미성년자들이 쥬울 제품에서 새로운 유형의 향 가미 제품으로 돌아섰다. 어정쩡한 통제책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이 현상을 연구해온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제클러 박사는 “FDA는 나름 신중한 행보를 보였으나 업계가 이를 악용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베이핑 산업이 거듭 법망을 피해가며 미성년자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진화발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FDA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중국 남단 광동성 심천(深圳Shenzhen)이 베이핑 제조 허브 역할을 하며 지구촌 보급기지가 돼 있는데 미국으로서는 접근할 방책이 거의 없다. FDA 조사관들이 중국에서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워낙 규모가 방대해 빙산의 일각 정도만 만지는 정도다. 물론 미국에서 소비되는 전자담배의 대부분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는 있다.

담배 관련 규제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 패트리샤 코바체비치씨는 “FDA가 이론적으로는 해외 제조설비 실사 권한을 가지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미국 밖으로까지 힘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설명한다.

정품 일회용 베이핑의 대명사인  Elf Bar, Puff Bar와 같은 메이저급 브랜드들도 많지만 새로운 형태의 베이핑 응용작품들이 매달 평균 수백가지가 쏟아지고 있다. 회사들끼리 잘나가는 브랜드 디자인을 기가 막히게 잘 모방해서 진짜와 짝퉁의 경계가 애매하다. 군소 회사들은 로고와 디자인, 그리고 가미되는 향과 맛의 샘플을 중국 제조사들로 보내기만 하면 원하는 신제품을 손쉽게 확보한다. 불과 몇주만에 근사한 짝퉁 제품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만개가 보내진다.

미국 정계, 학부모 조직, 정품 베이핑 회사들의 무차별 압박에 직면한 FDA가 마침내 지난해에는 정품 취급 소매업소까지 포함해 200개 이상의 업소에게 경고 서한을 보냈다. 주로 미성년자에게 인기있는 일회용 베이핑 제품을 취급하는 업소들이다. 3개 브랜드에 대한 수입을 금한다는 구체적인 명령도 발동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3개 브랜드 매출은 전체 일회용 제품 매출에서 14%나 차지했다. 여타 수 십개 금지해야 할 브랜드들은 건드리지도 못하고 단지 3개 브랜드에게만 내린 조치였음에도 말이다.

 FDA 담배 담당 이사 브라이언 킹씨는 FDA의 불법담배에 대한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한다. “행정조치에 만병 통치약은 없지만 포괄적 접근 즉, 제조, 수입, 보급, 소매채널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접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태는 이와 달리 킹 이사의 말을 공허하게 들리게 한다.

FDA는 과도한 업무와 씨름하는 기관인데 지금까지 임무와 사명을 잘 수행해왔다. 판매 허용을 원하는 제조사들의 베이핑 신제품 신청이 지금까지 총 2,600만 건에 달하는데 이를 심사하고 가부를 결정했다. 이에는 이미 출시돼 시장을 나도는 제품까지 포함되는데 킹 박사는 “출시전 사전 심사”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하는 FDA가 되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한편, 부모 조직들과 건강 관련 NGO단체들 그리고 정품 생산 메이저 회사들은 향가미 일회용 베이핑 제품 시장을 FDA가 철저하게 소탕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공룡급 담배회사들은 이 문제의 대대적인 이슈화에서 몸을 살짝 사리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레이놀즈 아메리카를 들 수 있다. 이 거대 담배회사는 산하에 ‘Vuse’라는 유명 전자담배 제조라인을 거느리고 있다. 올해 초에 회사는 FDA에 베이핑 제품 중 향가미 제품만 통제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앞서 언급한 킹 이사는 FDA의 단속 권한이 강대해서 법의 헛점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임자 미치 젤러씨의 말은 다르다. 트럼프 시절 향가미 제품 금지에서 일회용 제품에 예외를 둔 것이 화근이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은퇴한 젤러씨는 “미연에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다면서 예외를 두지 말자는 주장이 어필하지 못했음을 아쉬워했다. 2019년 9월에 트럼프 행정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향가미 전자담배 제품을 금지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재충전 기기 이용 전자담배이든 일회용이든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금지책이었는데 주변의 정치적 조력자들이 유권자 표를 의식해서 한발 후퇴를 종용했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몇달이 지난 12월에 향가미 제품 금지에서 일회용 제품은 제외한다는 후속 발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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