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오렌지 주스 수출 물량, 20년 만에 최저치 기록
Aug 20, 2025
글로벌 공급 부족, 소비자 기호 변화, 관세 부담이 겹쳐진 결과
미국 인구조사국이 새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캐나다로 향하는 미국산 오렌지 주스 수출 물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농업적 차질, 변화하는 소비 습관, 그리고 무역 갈등이 복합적으로 공급을 압박한 결과입니다.
“미국산 오렌지 주스의 캐나다 수출이 크게 줄어들었고, 여러 해 만에 최저 수준에 도달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단일 원인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 부족, 소비자 기호 변화, 그리고 최근에는 북미 지역의 관세 부담이 겹쳐진 결과입니다.” 캐나다 식품·건강·소비재 협회(FHCP) CEO 마이클 그레이든은 CTV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플로리다는 오렌지 주스의 주요 공급지였으나, 지난 20년간 감귤류 녹화병, 병충해, 그리고 잦은 폭풍 피해로 수확량이 급감했습니다. 올해 생산량만 해도 지난해 대비 3분의 1 이상 줄어들었으며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레이든은 설명했습니다.
캐나다는 대체 공급처로 브라질을 찾았지만, 현지의 기상 문제와 질병으로 생산량이 줄어 수출 가능 물량도 제한되고 있습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은 오르고 있으며, 이는 캐나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미 지역의 1인당 오렌지 주스 소비량은 지난 20년간 크게 감소했으며, 아침 식습관 변화와 건강을 고려한 ‘당 섭취 경계심’이 확산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여기에 캐나다와 미국 간 무역 분쟁이 겹쳤습니다. 캐나다 정부는 미국산 일부 품목에 보복 관세를 부과했는데 여기에는 냉동되지 않은 플로리다산 오렌지 주스에 대한 25% 관세도 포함되어 있어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CUSMA)이 많은 품목에 관세 면제를 적용하지만 오렌지 주스 같은 일부 주요 식료품은 여전히 관세 대상입니다.
캐나다 식품·건강·소비재 협회(FHCP) CEO 마이클 그레이든은 이러한 관세의 영향이 미국보다 캐나다에서 훨씬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경제에는 큰 타격이 없었으나 캐나다에서는 식품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 규모의 10%에 불과한 캐나다가 보복 관세로 미국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일부 예외적으로 미국 내에서 피해가 컸던 사례로 켄터키 버번 위스키를 언급했습니다.
또한 캐나다 내 대체 생산이 불가능한 포장재와 원료 수입품도 역관세 적용을 받아 제조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비용을 흡수했던 공급업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으며 메트로(Metro)의 최신 실적 보고서에서도 관세와 관련된 가격 인상 요청이 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매장 진열대에서는 가격 상승과 할인 행사 축소라는 이중 압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소매 현장에서 불안정성이 계속될 겁니다. 할인은 줄고, 판매량은 감소하며, 가격은 오를 것입니다.”라고 그레이든은 말했습니다.
스페인을 예로 들며, 다른 국가에서 수입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운송비 부담으로 현실성이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플로리다와 브라질은 자국 내 소비를 우선시하고 있어 캐나다로의 공급은 더더욱 줄어드는 상황입니다. 이에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온 보관 주스 혼합음료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이는 선택지를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그레이든은 설명했습니다.
“공급은 단순히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무역 환경이 안정되지 않는 한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캐나다 소비자들의 ‘지갑 투표’
GTA에서 저렴한 식료품을 찾도록 돕는 Hoser Grocery Tracker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에릭 윅햄(Eric Wickham)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캐나다 전역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정말로 오렌지 주스를 여전히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캐나다인들이 과거에도 늘 ‘지갑으로 의사 표시’를 해왔다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2024년 전국적으로 번졌던 로블로(Loblaw) 불매 운동을 사례로 들었다. 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오렌지 주스 가격은 급등하지는 않았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2리터 오렌지 주스 평균 소매가는 2024년 같은 달보다 약 30센트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윅햄(Eric Wickham)은 미국산 제품의 공급망 차질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가격에 직접 전가되거나, 소매업체가 마진을 보호하려 비용을 떠안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결국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번 미국산 오렌지 주스 기피 현상은 단순히 가격 문제라기보다 더 큰 불만의 반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캐나다산 구매’ 운동과 ‘미국산 기피’ 분위기가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된 지정학적 긴장, 주권 위협, 무역 분쟁 등을 소비자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세와 인플레이션이 식비를 압박
캐나다 오렌지 주스 공급난은 식료품 가격이 전체 물가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로블로의 7월 식품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캐나다 식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습니다. 이는 5월(3.3%)보다 둔화된 수치지 여전히 전체 인플레이션율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여름철에는 신선 채소 가격이 3.1% 하락하며 일부 완화 효과를 가져왔지만, 관세가 식품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급업체가 제출한 인플레이션 관련 비용 증가의 약 3분의 1이 관세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즉, 캐나다가 미국산 식료품에 부과한 역관세는 직접적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으며, 동시에 미국의 포장재·향신료·단백질 등 원료에 부과된 관세는 캐나다 내 제조 비용을 추가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때 캐나다 아침 식탁에서 흔했던 플로리다산 오렌지 주스는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공급이 끊겨서가 아니라 점점 더 ‘비싼 선택지’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