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 절도, 예삿일 아냐

국내 연간 78억 불 피해, 근본 대책 절실

편의점을 비롯한 소매채널에서의 편리한 쇼핑이 고객들에게 큰 매력이기는 하지만 응대하는 쪽인 업주나 종업원에게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위니펙에 있는 로브로 그룹(Loblaws) 산하의 리얼캐네디언수퍼스토어(Real Canadian Superstores)종업원들이 겪은 사례가 이를 잘 드러낸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전후 한창 쇼핑이 밀려들던 시기에 이곳 종업원들은 교대조로 근무하며 한 교대 근무 시간 중에도 몇차례나 절도를 당했다고 한다. 목격담이 넘친다. 품안에 들어가는 물건으로는 소형 전자제품, 육류, 세제의 대명사인 타이드 파드(Tide Pods)에 이르기까지 종류 불문이다.

매니토바에 소재하는 모든 로브로 매장과 소비(Sobeys)매장 종업원들은 전국식품노조(UFCW Canada) 832지부 소속이고 지부장은 제프 트래거라는 인물이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가게 절도행위 수준이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워낙 극성이라 로브로측은 비번인 경찰을 임시 고용해 배치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나마 경찰이 서 있어서 절도가 잦아들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이고 경찰이 없는 시간대에는 다시 기승을 부렸다고.

트래거 지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위니펙 지역에서의 이런 우려스러운 지경의 절도범 증가는 빈곤과 노숙 증가, 그리고 제대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정신질환과 중독에 기인하는 바가 결정적이다. 여기서 중독은 주로 매스암페타민이 주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메스암페타민은 methamphetamine, 약칭crystal meth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필로폰, 일명 일본식 발음인 ‘히로뽕’으로 익숙한 이름의 마약이다.) 그는 “소매업소에서 벌어지는 절도의 심각성은 사회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보안요원이나 경찰력 등의 보강 정도로 근본적 해결이 가능해보이지 않는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린다.

매니토바에서 드러나고 있는 절도의 심각성과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에 대해 전국소매업협의회(RCC ; Retail Council of Canada)는 올해 1월 초에 원탁회의를 열고 정부, 업계, 사법관계자 등을 두루 초청해 방안 모색을 한 바 있다. 절도 문제는 비단 매니토바 주에만 국한하는 이슈가 아니다. RCC 추산에 의하면 캐나다 전국 소매업계에서 연평균 절도로 입는 손실 총액은 78억 달러 수준이다. 이중 식품점(편의점 포 함) 채널이 얼마나 차지하는지는 자료가 나와 있지 않지만 상당할 것으로 짐작한다.

캐나다 굴지의 식품 유통체인 롱고스(Longo’s)의 위기관리담당 이사 마이클 콜라디피에트로씨는 식품 유통쪽의 절도 피해와  관련해 우려를 나타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양한 이유에서 절도행각이 늘어 나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온타리오에서는 대형 유통매장에서 술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됐는데 이것이 절도를 키운 부분적 요인이기도 하다. …(중략) 상품 가격이 오르고 절도 장물들이 많아지니 암시장에서의 거래도 활발하다. 우리 롱고스에서 인기(?)절도 표적이 되는 상품으로는 고기, 치즈, 술, 의사처방불필요 약품(OTC drug), 면도기, 유산균 식품, 유아용 식품 등이다. 특히 유아용 식품은 혼자가 아니라 아예 조직을 짜고 떼로 몰려와 훑어가는 실정이다.

사실, 소매업소를 겨냥한 조직절도단이 지난 5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전국소매업연맹 손실방지담당 이사 밥 모라카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 25년간 소매업소 매출 위축의 요인 분석 작업을 설문 형식을 통해 해왔고 자료를 모아왔다. 자료 분석 결과, 처음 21년 동안은 주로 답변이 양심불량의 종업원 절도가 가장 많았다. 그런데 최근 마지막 4년의 답변 양상은 달라졌다. 조직절도단의 소행때문이라는 것이다.

업소 내부에서의 폭행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 절도단이 선반에서 이런저런 많은 물건을 쓸어담아 문밖으 로 들고 튀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는 주인이나 종업원과의 물리적 마찰이 발생하는데 주먹으로 때리거 나 전기충격총이 등장하기도 하고 철퇴까지 휘둘러 인명 사고가 나기도 한다. 사망 건수도 늘고 있다. 미국 이야기지만 캐나다에서도 종종 발생해 언론을 장식하는 빅 뉴스가 되기도 한다. 부분적으로 마약 사용의 범람에 원인이 돌려지겠지만 결국은 경제 문제인데 실직자가 범람하니 절도에 나서는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것이다. 소매업소에서 저지르는 범죄는 특별한 훈련이나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가게에 들어가서 가지고 싶은 것을 쥐고 몰래 나오거나 들고 튀면 끝이다. 차가 있고 동료까지 있으면 더 좋다.

미국의 경우 조직적인 절도범죄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ORCA라는 기구가 마련됐다. Organized Retail Crime Association의 약어로 소매업, 사법당국 관계자(경찰, 검찰 등)이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조직에서 다양한 예방 혹은 후속 조치들에 대한 아이디어와 대책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번 경찰을 일시 고용한다든가 보안요원 투입을 확대한다든가 하는 미봉책에서 더 들어간 것이라 하겠다.

식품 채널이 취급하는 상품 가짓수가 유래가 없을 정도로 다양해지면서 절도범도 늘었다. 왜냐하면 손님에게도 원스톱 쇼핑(one-stop shopping)의 편리함이 있듯이 동일하게 도둑에게도 원스톱 절도(one-stop shoplifting)가 가능해진 것이다. 우스운 소리겠지만 도둑이라고 여기서 이 물건, 저기서 저 물건을 절도해 취합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온타리오 런던의 웨스턴 대학 범죄심리학 교수 마이클 안트 필드씨는 ‘one-stop shopping for thieves’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 안트필드 교수는 경찰에도 몸담았던 사람이다.

문제가 악화되는 것은 손실을 막기위해 고용되는 보안 관련 인력들이 다 외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소매업의 특성이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며 소매업에 종사하는 종업원의 특성에도 무지하다. 결국 비용 절감의 효율성 차원에서 가동시킨 시스템이 전혀 효율적이지 못하고 인력 투자의 값을 못하기 일쑤다.

또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절도범들이 형사범으로 기소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타리오 조지타운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소매업 비즈니스 상담 전문회사 스티븐 오키프씨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인데 그는 소매업소 절도 피해 예방 조언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소매업주들이 기대하는 것은 소송을 걸면 형사 시스템까지는 안가더라도 그 이전 단계에서 절도범이 훔친 물건 상당액을 변상하고 행여 발생한 소송 등 행정비용을 물어줌으로써 재발을 방지한다는 구상인데 이 생각이 전혀 먹히지 않는다. 많은 경우 절도범들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나 활보하니 주인들에게 허탈감을 안긴다.

물건 담아가는 비닐봉지도 문제다. 일부 절도범들은 자신이 휴대하고 온 비닐봉지에 도둑질할 물건을 주워 담고 그냥 밖으로 나간다. 이를 막기 위해 업소측이 경고문을 부착한다. “이 가게에서는 손님이 가져온 비닐봉지 사용을 금한다.” 그래도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큰 골치거리다.

캐나다 편의점 지존이자 세계 규모 2위를 자랑하는 편의점 체인사 쿠쉬타르가 운영하는 서클케이(Circle K ; 이전 간판은 Mac’s)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곳 매장에서 발생하는 도둑질의 대부분은 청소년들 소행이다. 캐나다 중부 담당 보안/피해 예방 담당 매니저 샨 스포턴씨는 이렇게 말한다. “일부 매장에서 급격히 절도범죄가 높은 경우 대개는 근처에 학교가 있기 마련이다. 지역 경찰, 학교 캠퍼스 보안 관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고 관계대책 회의도 열 계획이다.”

서클 케이가 시도해서 성공을 거둔 좋은 본보기는 경찰의 쿠폰 나눠주기 캠페인이다. 경찰에게 무료 음료 제공 쿠폰을 주고 이를 주변 학교 선행 학생들에게 나눠주게 하는 것이다. “어디어디 편의점에 가서 이 쿠폰으로 공짜 음료수를 마시거라” 라고 인심을 쓰는 경찰의 마음씀씀이에 애들은 감동을 느끼고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과거처럼 경찰과 청소년 사이의 대립 감정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공무원 아저씨의 인상을 가지게 되고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 아이들을 순화시키는 캠페인으로 서클 케이는 성공을 확인했다고 한다.  

 

 

 

 

 

 

 

 

 

 

 

 

 

 

 

 

 

 

 

 

▲지역 경찰의 협조하에 쿠쉬타르는 온타리오에서 음료쿠폰 무료 제공 캠페인을 해오고 있다. 사진은 2013년 당시 브램튼 지역 경찰이 선정한 선행학생 대상으로 서클케이(당시는 Mac’s)가 사전에 전달했던 무료 쿠폰을 받아 무료 음료를 마시며 경찰들과 흐믓한 기념촬영을 하는 장면이다.

매니저 샨은 범죄사전예방 툴을 작동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한다. 크라임스토퍼(Crime Stopper) 와의 공조하에 범죄용의자 정보를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혹시 주변에서 본 적이 있으면 경찰이나 크라임스토퍼에 즉각 연락을 취하도록 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이 캠페인으로 적어도 온타리오에서는 89%의 성공률을 거두었다.”

서클케이만이 아니라 롱고스 역시 지역 경찰과의 공조를 통한 범죄예방 조치를 취하고 있다. 광역토론토의 경우 롱고스는 최근 할튼지구 경찰당국과 파트너가 돼 경찰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 범죄 용의자 사진과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롱고스 위기관리담당 이사 콜라디피에트로씨의 코멘트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창궐하는 절도범죄를 예방하려면 근본 해결책은 저지(deter)하고 밝혀내고(detect) 지연시키는(delay) 보안의 중첩적인 시스템이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함축적으로 앞에서 살핀 이야기를 잘 요약해주고 있다.

참고로 롱고스는 최근 인공지능(AL)기술을 활용한 절도범 경고 시스템 도입을 고려 중이다. 절도범 용의자가 매장에 나타나면 경고 신호가 작동되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동원될 만큼 소매업소 절도가 심각 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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