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사대용품 소비 폭증

코로나로 인한 ‘집콕족’ 늘어

스프의 제국(帝國) 캠블(Campbells) 제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회사내에서는 ‘스프 시즌’이라는 별칭까지 즐겨 쓰는 겨울 시즌이 원래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생산량을 많이 쏟아내기는 한다. 보통 10월 부터 시작해 3월 정도면 겨울이 끝나면서 허둥대던 생산라인이 숨을 돌리기 시작하는데 올해는 예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월 들어서도 논스톱으로 계속 공장이 돌아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때문이다.

수많은 회사들이 재택 근무가 많아지고 감염자가 발생하면 사업장이 잠정 폐쇄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외출도 자제하라는 정부 지침도 있고 식당과 위락시설 등도 모두 문을 닫아서 마땅히 어디 밥먹고 놀러다닐 장소도 없다. 어쩔 수없는 ‘집콕족’(집에 콕 박혀지내야 하는 상황을 빗댄 은어)들이 만연하게 된 것이다. 삼시 세끼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고역이니 간편 인스턴트 식품이 인기를 누릴 수밖에. 식당들이 우버 등 배달 회사를 끼고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에 비하면 가공식품을 사서 간편하게 데워 먹으면 가격도 싸고 수고도 크게 더니 일석이조다.

캠블사 식사대용품과 음료 라인 (meals and beverages division) 홍보 담당 이사 베쓰 졸리씨는 “공장이 하루도 안쉬고 24시간 풀 가동이며 솔직히 말해 4월에는 겪어본 적이 없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블 캐나다도 이 라인에 포함돼 있다.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교대조를 풀로 가동하는 극적인 상황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간편식사대용 냉동식품들의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다. 연쇄반응이 일어난다. 소매식품 채널에서 수요가 넘쳐나니 주문량은 급증하고 라인을 24시간 가동하려면 인력도 더 필요하다. 업무 시간은 당연히 늘어나야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생산량 증대 아이디어는 다 동원되고 있다. 회사측에 따르면 간편식사상품군의 주문량이 3월 어느 한주에는 전년 동기 대비 366%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또다른 미국의 다국적 가공식품 회사인 크래프트 하인츠(Kraft Heinz)의 캐나다 법인은 간판급 식사대용물 주문이 지난 3월에 2019년 동기 대비 80%가 늘었다. 별개의 두 회사가 왜 하나의 이름으로 단일회사가 됐나 의아하겠다. 2015년에 두 회사가 합병했기 때문에 회사명도 합쳐 부른다. 식음료 회사 규모로 미국에서는 3번째, 세계 랭킹은 5위다. 본사는 일리노이 시카고 있다. 크레프트 캐나다의 생산기지는 몬트리얼에 있는데 여기서도 캐나다 국내 소비를 위한 수요가 급증해 24시간 가동 중이다.

 

크레프트는 생산증대 효율성 제고를 위한 몇가지 새로운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저런 다양한 디자인의 품종 대신 크레프르 저녁식사용 Kraft Dinner 시리즈를 한종류의 디자인으로 통일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효율성만 기준으로 삼자는 말이다. 여러 종류의 포장에 드는 시간을 확 줄이고 인력 소모도 따라서 크게 절감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마켓에서 가장 잘 먹히는 것으로 압축하고 최고 인기브랜드의 최고 인기 규격으로 잠정 일원화해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생산라인의 변화다. 레스토랑이고 호텔이고 식사 손님이 없어져 버렸으니 이에 따른 수요 감소가 가공식품 제조사의 생산라인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푸드 서비스쪽 생산라인의 변경은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다. 자동차 생산라인 변경이 엄청 많은 돈을 소요하게 하듯 식품 생산도 유사하다고 한다. 사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얼마나 갈 것인지도 모르는 가운데 만약 몇개월만 하는 프로젝트라면 공연히 큰 돈을 들여 손해가 막심할 수도 있으니 위험 부담이 크다. 이 대목에서 회사의 의사결정권자들이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이밖에 크레프트는 싱글 피넛버터와 같은 기초 식품 팩 형태의 제품들이 일반 식품 소매업소에서 잘 팔릴 수 있을까를 놓고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반면 캠블은 스프 종류를 압축해서 가장 인기있는 시리즈로 집중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캠블은 또 5월에 출시하려고 준비해둔 앤디 워홀 한정판 스프 캔 150만개를 넘치는 수요에 충당하려고 4월 중에 판촉 겸 시장에 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여러가지 변화로 인해 대형 식품 회사들은 ‘더빨리’ 생산에 매진하고 있다. 크레프트는 전통적으로 월 평균 저녁식사용 ‘크레프트 디너’를 대략 700만 개 정도 생산해왔다. 그런데 3월에 1,500만 개를 생산했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고 자녀들도 학교에 가지 못하자 가족끼리 집에서의 식사횟수가 크게 늘었다. 간편냉동식사대용품 소비도 덩달아 폭증하고 있고 제조사들은 때아닌 주문량 급증으로 하루도 쉬지않고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처럼 폭증하는 생산량으로 북새통을 치르는 것에 더해 배달 서비스도 문제다. 생산업체가 유통 수단까지 갖추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적기에 실어나를 수 있는 운수회사를 구하느라고 정신이 없다. 자칫 물류이동에 병목현상이 발생할 우려까지 있다. 물건이야 급증하는 수요에 맞춰 어떻게 생산해냈다고 하지만 정작 소매유통쪽에 가져다 줄 배달수단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회사 로지스틱 팀이 이제 난리를 겪는다. 하도 바빠서 보급기지로 옮기는 것도 생략하고 생산기지에서 바로 물건을 빼서 주문처에 실어나르는 지경이라고 한다. 지금의 상황은 ‘속도전’이기 때문에 절차와 과정 따질 겨를이 없다고 한다.

여하튼 코로나 사태로 인한 소비자의 간편식사 소비 패턴이 변화를 맞이하자 공룡 식품 회사들도 전혀 겪 여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느라고 분주한 가운데 연일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불행이 모두에게 불행이 아닌 경우가 이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말은 이 판국에 너무 노골적 표현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