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초식품 충분, 코로나가 문제

농장, 농가공 인력 공급 차질이 최대 이슈

▲연방 농무부 비보 장관이 지난 3월 23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농식품 수급 전반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소매업소마다 가격은 높아가고 진열대에 제품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캐나다 농식품 산업이 코로나 바 이러스로 인해 광범위한 시련에 직면해있다. 연방 농무부 마리 클로드 비보 장관은 지난 4월 15일 기자 회견에서 “국내 농식품 물량은 넉넉해서 걱정할 것이 없다”면서 전시 ‘빅토리가든’(Victory Gardens) 캠페인까지 벌여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공급의 안정화를 위해 과거 전시 체제에서 벌였던 자가 농산물 재배 캠페인까지 벌여야 할 만큼 사태가 심각하지 않다는 의미)

 

Victory Garden 캠페인이란?

 

 

 

 

 

 

 

 

 

 

 

 

 

 

 

 

 

 

 

빅토리 가든 캠페인의 연원은 1917년 1차 세계대전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캐나다 연방 농무부가 주도해 ‘각 가정 텃밭 가꾸기’(A Vegetable Garden for Every Home)운동을 벌였다. 전시에 식량 부족을 대비한 국민 자력 식량 조달 정책을 펼친 것이다. 도시, 시골 구분없이 뒷뜰에 주로 야채를 심어 자급하라는 것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때도 유사한 캠페인을 모방하며 재차 등장했었다. (사진은 1939년 부터 1945년까지 2차 대전 기간 캐나다의 유명 기업이 공동 텃밭에서 직원들 공동작업을 통해 토마토를 재배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관에 따르면 문제는 농장에서 일할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한다. 평년같으면 농장 근로 인력들이 원활이 공급돼야 하나 코로나 바이러스때문에 일시적인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문제라는 말이다. 그중에 서도 식품가공분야에서의 인력 부족이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장관은 “캐나다 시스템이 충분히 강력하고 복구 저력 또한 믿을만 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양호한 적응력을 보이겠으나 당장에는 이겨내 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자 회견도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때문에 비디오 촬영으로 전해지는 방식을 취했는데 질의응답은 장관의 자택이 있는 퀘벡의 셔브룩에서 행해졌다. 장관은 “전체 식품의 수급은 부족하지 않으나 일부 품목들에서 약간의 차질이 있을 것이고 가격 안정성도 다소 문제의 소지가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연방 정부는 농가 부양책으로 이미 4월 하순에 수백만 달러 지출을 발표하기도 했다. 연방식품검역청 (CFIA)이 충분한 검사 인력을 갖추기 위해 책정한 지원금 2천만 달러는 별도다. 이 예산은 바이러스로 인해 업무 중단하고 격리되는 직원때문에 인력이 부족할 것을 대비한 예산이다.

앞에서 언급한 장관의 인력부족 관련한 우려의 내막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농식품 산업이 직면한 일차적 이슈는 장관이 말했듯이 농가 인력 부족이다. 해외에서 국내 농가에 투입되는 특정 계절의 한시적 외국인 근로자는 연간 약 6만여 명이다. 이들은 농장이나 농식품 가공 공장 등에 집중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국경이 봉쇄돼 이들의 유입을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어렵사리 들어오는 이들에게는 도착 즉시 2주간 격리수용돼 검역 조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연방정부는 농장 고용주들에게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위해 종사원 1명 당 월 1,500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돈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근로자 합숙소 내부 구조 변경 지원 용도도 포함한다.

여하튼 농장에서 일할 외국인 일시 고용 인력이 지구촌 차원의 봉쇄정책으로 거의 길이 막혀있다. 정상적인 예년에도 수천명의 인력이 모자라 힘들었는데 이번 역병 사태로 어려움이 가중된 형편이다. 뾰족한 답이 없자 연방은 내국인 실직자나 실질적 실업자들을 이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도 쏟는 중이라고 한다.

외국인 근로자 일시 고용 프로그램의 취지는 농장 일을 내국인이 맡으려 하지 않고 농장주들도 꼭 내국인을 쓰고자 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에서 기인한 인력부족 메우기 차원에서 도입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워낙 농장일이 노동강도가 세기 때문에 캐나다인들은 기피한다. (*이는 마치 한국이 3D 기피 산업에 내국인이 실업을 감수하고라도 일하려 하지 않아 제 3세계 외국인들을 대거 고용한 오늘의 현실과 닮아 있다.)

여기에다가 한번 집중 훈련을 받은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미 숙련돼 있기 때문에 이듬해 또 이듬해에도 반 복해서 고용하는 것이 본인들이나 농장주 입장에서 모두 장점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차질이 발생한 것이다. 장관은 “상황이 어렵지만 그래도 내국인을 격려해서 이쪽으로 유입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장에 이어 식품가공회사들은 두번째 이슈의 발원지가 되고 있다. 퀘벡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돈육과 가금류 가공포장 식품회사로 얼리멀(Olymel)이라는 회사가 있다. 전체 종업원 1만여 명을 거느리고 있는 큰 규모의 회사인데 몬트리얼 북동쪽에 돼지고기 가공식품 생산라인이 하나 있다. 여기가 일부 근로자들의 코로나 확진자 판명으로 2주동안 잠정 폐업을 했다가 최근 다시 가동됐다.

캘거리 남쪽에는 그 유명한 다국적 미국 곡물기업인 카길(Cargill)의 육고기 가공업체 카길미트솔류션 (The Cargill Meat Solutions) 생산라인이 있다. 캐나다 우육가공물량 전체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막강한 생산기지인데 2교대로 돌아가던 시스템을 1개조만 돌리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함이다. 회사 노조에 따르면 코로나 확진자가 38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육류 가공 회사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게 되자 회사들도 회사지만 그 여파가 목장주들에게 미쳤다. 전국축우협회(The Canadian Cattlemen’s Association)는 생산차질로 남아 도는 소들을 계속 키우는데 드는 비용 충당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특별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 요구에 대해 연방 정부도 집중해서 타당성 검토 중이다.

야당인 연방 보수당에서도 당장에 합당한 지원 정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가, 생산자, 가공업자 등이 밤낮없이 일에 매달리는 덕분에 국민들이 그나마 집에만 머무르며 소비하는데 필요 한 식품을 제대로 공급해주고 있다.” 농업정책 전문가들이기도 한 3명의 보수당 의원들은 이렇게 농축산 업계의 희생을 치하하며 자유당 정부의 조속한 지원책을 요청한다.

 

 

 

 

 

 

 

 

 

 

 

 

 

 

 

 

 

 

▲기초식품 대란의 위험성은 상존하고 있다. 사진은 3월 중순의 사재기가 한창일때의 토론토 소재 한 식품점 풍경. 주무 장관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농가와 농식품 가공 플랜트의 인력 공급 차질이 가장 염려되는 변수임을 지적했다.

농업 관련 이익단체들 역시 식량 공급 안정화를 정부가 으뜸 과제의 하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농업연맹(CFA)은 코로나 비상시국 동안은 농업을 정부의 우선 의제로 삼아야 하며 국민 보건 이슈 다음으로 국가 먹거리공급 안전이 중요 이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맹 매리 로빈슨 회장은 최근의 한 기자회견에서 농산업이 코로나 사태와 한시적 외국인 근로인력 공급 차질로 인해 큰 희생을 당하고 있는 농가 문제 해결을 위해 진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패닉을 조장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현재의 전국 농가 현실에 무감각하다면 이는 무책임한 것이다. 즉각적이고 의미있는 정부로부터의 지원을 기대하며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농업은 국민 전체 식량 공급의 근간으로 당장에 손을 쓰지 않으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를 위험이 높다.” 회장은  농식품 가공업이 예기치 못했던 사태로 인한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작금의 고통을 정부가 신속히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체적인 지원금액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회장이 지적한 또다른 걱정은 노동인력이 적절히 투입되지 못할 경우 다른 일부 나라에서도 경험하고 있듯이 들판에 농작물이 그냥 썩어가는 것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상태를 맞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그녀는 “일반 소비자들이 식품점에서 앞으로 기초 농식품의 감소와 일부 식료품 공급 단절 사태를 겪을 수도 있고 확보한다 하더라도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으니 적기에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비보 장관은 업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이같은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 “농업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그래서 이미 충분한 지원금을 책정해 지원에 들어간 상 태”라고 말했다. 장관은 “연방이 여타 요구들도 검토하고 있으며 기초 식품 공급망의 원활한 가동을 위한 정책 조정을 긴밀히 취하고 있다”는 점도 역설했다. 그리고 농가와 식품 비즈니스가 기여하고 있는 막대한 공헌을 잘 알고 있으며 그들이 정부의 지원을 자신해도 좋다는 말도 했다.

기초 식량 공급 문제를 놓고 장관은 미국측 파트너인 소니 퍼듀 농무장관과도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있는데 기초 식량 또는 식품은 매우 중요한 인프라 자원으로 양국간에 긴밀히 협조해서 수급 차질을 방지하자는 의논이 있었음을 밝혔다.

전국식품제조업 마이클 그레이던 회장 역시 정부의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농가는 국가 먹거리 공급의 최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인만큼 안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상이 먹거리 산업에서 목하 벌어지고 있는 주요 이슈들이며 업계와 연방 정부의 입장을 모두 살폈다. 결론적으로 말해 기초 식량과 식품 공급의 역량이나 자원은 절대 부족하지 않으나 다만 코로나 사태로 인한 원활한 생산 기지 가동이 국내인력이든 해외 조달 인력이든 어느 방면에서라도 차질이 생김으로 인한 쇼크는 얼마든지 예상가능하다는 점이다. 편의점을 포함한 식품 취급 소매업과 소비자들 모두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고 사태의 추이를 예민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