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담뱃갑 정책 11월 9일부터 시행

소매업계는 3개월 유예, 내년 2월부터 적용

지난 11월 9일자로 제품 로고와 다양한 디자인이 인쇄된 기존의 담배 모습은 캐나다에서 사라지게 됐다. 담배 제조사들이 이 날을 시작으로 기존의 담배 생산을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신 지금까지 수년동안 되풀이 언급해왔던 “포장이 통일화된” 담배 –일명 plain packaging정책이 제조사부터 일차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는 연방 정부의 결정이므로 전국에 걸쳐 시행된다.
 

앞으로 편의점에 담배사러 가면 기존의 담배와 평범한 담배가 섞여서 진열된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는 이미 메이저 담배회사의 포장 통일화된 담배가 11월 첫주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공급사는 11월 9일을 기점으로 더이상 기존 담배를 생산하지 못하고 "평범한 담배"를 소매업계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소매업계는 기존 담배 재고량이 있기 때문에 이를 소진할 때까지 당분간 취급해야 하고 추가로 공급받는 담배는 법적으로 평범한 담배(plain packaged cigarette)뿐이므로 두 종류가 혼재될 수 밖에 없다. (*내년 2월 7일이면 유예기관이 종료됨과 동시에 소매업소에서도 오직 평범한 담뱃갑의 담배만 취급해야 한다.)

 

 

 

 

 

 

 

 

 

 

 

 

 

 

 

 

 

 

 

 

 

 

 

▲담뱃갑포장통일화 정책 일정별 추진 경위.(제조 공급사는 11월 9일부터 현행 담배 생산 중단에 들어갔으며 90일 유예를 거쳐 내년 2월 7일부터 소매상에서도 오직 plain packaging담배만 취급해야 한다.)

 


 

앞으로 공급되는 모든 일반 담배들은 동일한 색상인 갈색(brown)을 바탕색으로 깔고 브랜드명은 회색으로 규격도 아주 작게 처리돼 있다. 이를 두고 담뱃갑 포장 통일화, 혹은 담뱃갑 포장 표준화라고 부르는데 모든 종류의 담뱃갑이 크기, 모양을 동일하게 하고 있고 안에 들어 있는 낱개 담배 또한 그러하다. 시가 제품도 이 규정의 일부를 적용받게 된다.
 

보건 전문가들과 이 정책 지지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강도높은 담배 통제 정책으로 흡연 욕구를 억제하는데, 특히 청소년 담배 유혹을 억제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전국암협회(Canadian Cancer Society) 롭 커닝햄 수석 정책분석가는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평범한 담뱃갑 정책이 “세계 최고”라고 한껏 추켜세웠는데 이는 그가 다른 나라 13개국의 사례를 연구 비교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커닝햄 박사는 “여성들에게 상당히 어필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최장형(extra –long) – 보통 원헌드레드 (100)시리즈로 불림 – 담배와 슬림형 담배를 없앤 점에서 캐나다 제도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담뱃갑 자체의 스타일도 오는 2021년이 되면 ‘탄창형’(slide-and-shell)으로 의무화된다. 현재는 상하 뚜껑개폐형이 대부분이지만 이때가 되면 뚜껑개폐형은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담뱃갑이 탄창형으로 통일된다. 이유 는 그렇게 해야 옆으로 밀었을 때 담뱃갑 표면이 최대화되고 이 넓어진 공간을 이용해 건강 경고문구나 그래픽이 현재보다 훨씬 더 많이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방면에 연구가 꽤나 깊어 보이는 커닝햄 박사는 “이번 조치가 시간이 더 지나면 보다 중요한 차이점을 보일 것인데 미성년자가 더이상 지금같은 화려한 디자인과 브랜드가 박힌 담배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워터루 대학 심리학과 죠프리 퐁(Geoffrey Fong)교수는 담배 제품 광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자 담배 회사들은 대신 포장술에 더 많은 공을 들여 호소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해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시 말해 광고는 통제를 받아 소비자들 눈에 띄지 못하게 되니(TV, 잡지 등 모든 언론 매체에서 담배 광고가 불법) 제조사들은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담뱃갑 디자인을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매력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 었고 실제로도 소비자 어필 정도가 큰 위력을 보이는 것으로 증명됐다. 한눈에 봐도 저마다 특색있는 디자인과 로고를 동원해 시각적으로 눈부시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특히 호기심많은 사춘기 학생들한테 더 강렬한 자극으로 작용한다.
 

 

 

 

 

 

 

 

 

 

 

 

 

 

 

 

 

 

 

 

 

 

 

 

 

▲ 담뱃갑 포장이 미치는 소비자 심리에 관한 1인자라 할 제프리 퐁 교수.


 

퐁 교수는 국제 담배통제정책평가 프로젝트(International Tobacco Control Policy Evaluation Project) 창안자이자 수석조사관이기도 하다. 교수는 “프로젝트를 통해 발견한 점은 담뱃갑포장 통일화 정책이 담배에 대한 애착이나 매력을 감소시키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퐁 교수의 조사 결과를 대략 요약해보면 이렇다. 『담뱃갑 포장술에서 핵심은 특정 브랜드가 다른 것들에 비해 인체에 덜 해로울 것 같다는 인상을 받도록 소비자 심리를 기만하도록 디자인돼 있다. 예를 들어 엷 은 색상의 바탕이나 흰색 여백은 짙은 색상이나 톤의 제품에 비해 건강의 위험이 덜할 것이라는 하등 근거없지만 묘한 정서를 유발한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정책은 바로 이런 기만적 착각을 여지없이 깨트려 버릴 수 있다. 시각적 유혹을 제거함으로써 건강 경고문이나 그래픽쪽으로 더 시선이 집중되는 구조다.』
 

평범한 담뱃갑에 대한 여론 조사까지 직접 해본 교수는 국내 흡연자 28%만이 이번 새로 변경되는 담뱃갑을 지지했다고 하는데 이제까지 정부가 구사해온 그 어떤 담배 통제책보다 낮은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즉, 교수는 이런 여론 결과를 가지고 여론이 정부의 이번 정책을 반대한다고 해석하지 않는 다소 독특한 입자을 내놓고 있다. 지금 당장에는 흡연자로부터 인기가 없는 정책으로 여겨지겠으나 더 길게 볼 때 그 결과가 어떠할 것인지는 장담해서 안된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교수는 흡연자들이 이 제도에 익숙해져가면 지지쪽이 커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까지 하고 있다. 상식에 반하는 독특한 해석이다. 아마도 학습효과, 환경결정론쪽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 아닌가 싶다.  
 

교수의 입장을 강화하기라도 하듯, 담배 제조사들은 학습의 결과로 일어나는 소비자 행동변화에 기대를 거는 눈치다. 즉 소비자가 새로운 포장 외관에 적응해가면서 새로운 브랜드 네임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벨몬트 실버는 벨몬트 셀렉트(Belmont Select)라는 새 브랜드명으로 바뀌는데 이는 브랜드면에서 해당 제품의 색상이나 필터 등 특성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없도록 한다는 법규를 따르는 결과다. RBH의 대외홍보 담당 제프 굴랑 이사는 이미 회사가 한달 전부터 소매업주들이 새로 쏟아져 나올 변경 브랜드에 익숙해지기 위해 사전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 주문을 차질없이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전 교육이 중요했던 것이다.
 

또한 웹사이트도 새로 업데이트해서 온라인 상에서도 업주들이 새 정보에 쉽게 다가가고 정보를 얻도록 조치를 했다고 한다. 따라서 평범한 담뱃갑 정책에 업 주나 소비자들이 익숙해지면 지금의 앞서가는 다양한 우려들이 해소될 것이라는 꽤나 낙관적 입장이다. 굴랑 이사는 “모든 상황이 아주 원만하게 진행 될 것”이라면서 “물론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지만 – 예를 들어 주문량과 배달량이 차이가 발생한다든가 – 그것은 극히 사소한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RBH가 평범한 담뱃갑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표명하는데 반해 국내 최대 담배제조사 임페리얼의 법무총책 이사인 에릭 가뇽씨는 약간 결이 다른 입장을 보였다. 몇가지 점에서 여전히 이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들어보자. “제조 전체 설비를 바꾸는 중이다. 이게 자물쇠 바뀌며 열쇠바꾸는 그런 차원이 아니다. 모든 공정 자체가 바뀌어야 하고 장비, 설비 몽땅 교체다. 이는 명백히 대단하고 복잡한 공장설비 전체 교체로 인한 막대한 비용 희생을 수반한다.” 가뇽 이사가 지적하는 포인트는 기업의 막대한 비용 희생을 딛고서도 이 정책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으며 불법시장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다.
 

이 이슈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이해당사자들 역시 가뇽 이사가 비판하는 지점과 유사한 근거에서의 비판을 제기하는데 대표적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렇다. WHO는 “평범한 담뱃갑 정책은 근거가 취약하고 명확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기관이다.
 

가뇽 이사는 임페리얼이 이 정책에 반대해 소송전을 벌일 계획인지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였지만 전국암협회측은 여러 보건 단체들이 지난 1994년부터 이 정책을 제시한 이후 지금까지 임페리얼측이 계속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왔던 점을 상기시켰다.
 

앞에 소개한 암협회 수석분석가 커닝햄 박사는 지난 25년간 국내에서는 이번 정책 관철을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들이 힘을 받고 추진력을 키워왔는데 이는 다른 나라 사례에서 효과들이 입증된 것도 큰 몫을 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그 효과를 우리 캐나다가 입증할 차례”라고 말했다.
 

“여러 나라들이 담배 산업계로부터의 거센 저항으로 인해 썩 잘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캐나다 정책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반대도 그만큼 더 강하다. 바로 이 지점을 우리는 강조하고 싶다.” 박 사의 한껏 고무된 확신에 찬 말이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되돌릴 수 없는 정책이 됐다. 협회 회원들은 담배회사에서 제공하는 각종 교육자료와 정보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차질없이 과도기를 보내고 내년 2월 7일을 맞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