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사라지는 밴쿠버

치솟는 재산세가 원흉

밴쿠버 시에서 지난 10년 간 70개 이상의 편의점이 문을 닫았다. 국영TV CBC가 지난 9월 6일 자 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인데 원인은 증가하는 재산세 때문이라는 것이다. 재산세 인상은 비즈니스를 자기 건물로 소유로 하든, 세를 들어 하든 지나치게 높을 경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높은 재산세로 인해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그저그런 이발소를 하는 한 업주는 월세를 5,000달러씩 내고 있다.  CBC방영 내용을 토대로 실상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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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 사장과 단골 손님이자 친구 빅터가  새벽부터 마주하고 수다를 떤다.


 

아직 해가 뜨려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하지만 해리 마(Harry Mah)씨는 참치 통조림과 마요네즈  쌓아놓은 사이에서 입담을 늘어놓는다. 단골 손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마씨 가게에 모여 짙은 커피를 마시며 세상 돌아가는 온갖 주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예를 들어 건강에 커피가 더 좋은가 차가 더 좋은가? 따위도 논쟁거리다.
 

이런 장면은 밴쿠버에서 과거에는 흔하디 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산세가 자꾸만 오르면서 많은 독립 편의점이나 식품점이 폐업으로 내몰려왔다. 예를 들어 2008년에 편의점으로 영업 등록을 한 302개의 업소는 10년이 지난 2018년에 226개가 남아 있다. 76개가 그 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마씨가 운영하는 업소 ‘맥길 그로서리’(McGill Grocery)를 새벽 출근길에 어김없이 들렀다 가는 빅터 젠 타일씨는 이런 말을 한다. “편의점 등 스몰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밴쿠버 고유의 어떤 모습이 자꾸 사라지는 느낌이다.”
 

주변 단골 손님들이 항상 거리낌없이 들러 5분이고 10분이고 정담을 나누고 지구촌 뉴스나 스포츠 소식 등 온갖 얘기거리를 교환하는 이상적인 장소가 편의점이었다는 것이다. 해리 마씨 가게도 그런 곳 중의 하나다. 우리식으로 말하면 사랑방이나 노인정 같은 곳이랄까. 그런 인간미 넘치는 사교의 장을 밴쿠버에 서는 편의점이 안성맞춤으로 제공했다. 하기사 이런 풍경이 토론토라고 달랐겠는가 마는…
 

가족운영 체제
 

마씨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업소는 그의 모친이 지난 1977년에 매입한 것이다. 건물인데 주차장도 크고 인근에 방 3개 살림집도 있어서 마씨 가족에게는 넉넉했다. “어머니 세대는 대개가 이민자였기 때문에 자영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영어때문에 취직이 어렵고 편의점같은 소자영업을 택했다는 의미 로 우리의 초기 한인 이민자 세대 처지와 똑같다.) “특별한 기술이 있지도 않고 언어도 짧고 그러니 그들은 꽤나 힘든 역경을 안고 시작했다.” 올해 55세인 마씨는 두명의 동생이 있다. 어머니로부터 지난 89년 에 가게를 물려받아 3형제가 함께 운영을 하는데 당분간은 계속 할 생각이다. 대충 65세까지는 할 요량이다.
 

밴쿠버에는 마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흔했다. 그러나 그것도 옛말이고 최근에는 매년 수십개씩 편의 점이나 식품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시 당국은 편의점이 보호를 받아야 할 처지임을 인식하고 개발관련 부서가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지대설정(zoning) 구상을 하는 중이다.
 

돈 안되지만…소일 삼아
 

 

 

 

 

 

 

 

 

 

 

 

 

 

 

▲은퇴후 천직으로 알고 만족해 하는 왕 사장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플로이드 왕(Floyd Wong)씨는 결코 원하지 않았던 지금의 일거리를 사랑한다. 그의 아내가 17년 전에 지금의 식품점 버논드라이브 그로서리(Vernon Drive Grocery)를 샀다. 자신은 당시 밴쿠버 교육청 직원 이었다. 어느날 느닷없이 아내가 식품점을 산다고 말해서 절대 안된다고 말렸다고 한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다고. 교육청에서 은퇴한 후 이제 왕씨는 가게 카운터 뒤에 앉아 일을 본다. 급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쇼킹할 현실이라고까지 표현한다. 그런데 해보니 차츰 적응이 돼 이제는 즐길만 하다고 한다. 하지만 돈을 모으지는 못한다. 은퇴 자금을 갉아먹는다. 업소가 문을 연 것은 1904년이었으니 100년이 훌쩍 넘은 전통이다. 팔려고 내놨다. 달리 방안이 없었다고.
 

편의점 전망 있나?
 

편의점은 지역사회의 사랑방같은 존재다. 향토사학자 존 앳킨씨는 이런 인간적 교류의 공간 활성화를 적극 지지 성원하는 사람이다. 그는 두개의 가장 전형적인 장소를 예로 들었다. 하나는 퀘벡스트릿의 페더 럴스토어(Federal Store)이고 또 하나는 키퍼스트릿의 와일더 스네일(Wilder Snail)이다. (*두곳 모두 밴 쿠버에 소재함)

 



 


 

 

 

 

 

 

 

 

 

 

 

 

 

 

 

 

 

 

 

 

 

 

 

 

 

 

 

 

 

 

 

 

 

▲편의점에서 변신한 사랑방 공간으로 고객들로 부터 사랑받는 편의점 페더럴 스토어(위)와 와일더 스네일


 

앳킨씨 말에 의하면 그저그런 편의점 수준의 가게가 테이블 몇개를 입구 바깥에 차려놓은 사교모임의 훌륭한 공간으로 변신하더란다. “업소 그 자체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의미는 있었지만 이웃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이 공간이 바로 인간미를 주고받는 미팅 장소라는 사실이다.”


SFU라는 도시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도시 설계가인 앤디 얜씨는 스몰 비즈니스의 변신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하면서 밴쿠버에서는 높은 재산세때문에 스몰비즈니스 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밴쿠버의 재산세를 감당하려면 밀크를 얼마나 팔아야 하며 몇센트짜리 캔디를 얼마나 팔아야 가능한 노릇인가?”
 

맥길 그로서리의 마사장은 아직까지는 장사가 수지를 간신히 맞추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해뜨기 전에 문을 열고는 친구들과 정담이나마 나누는 지금의 생활을 만족해한다. 버논드라이브 그로서리의 왕사장은 결코 원치 않았지만 지금은 만족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해가 지면 교대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며 즐거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