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김윤배 회원)

책상 앞에서

이곳에서 누가 나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자영업이라고 말한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회사 업무들이 전문화되고 분업화되어 있지만 내가 일하는 편의점에서는 나와 집사람이 모든 일을 나누어 꾸려나간다. 그중에서 내가 맡아하는 일중의 하나가 현금관리다.
 

손님들이 물건 값을 지불할 때 요즘에는 대부분 직불카드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돈을 지갑에 넣고 다니거나 그냥 주머니에 꾸겨넣고 다니는 사람, 조그만 수첩이나 편지봉투 또는 로또 슬립 같은데에 넣고 다니며 사용하거나 크립을 이용하여 돈을 반 접어 갖고 다니는 사람, 핸드폰 케이스에 넣고 다니는 사람 심지어는 양말 속에다 넣고 다니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보관한다. 
 

현금을 지불할 때 주머니나 다른데서 돈을 꺼낼때는 돈이 더 많이 구겨져 있고 또한 찢겨진 경우도 많으며 가장자리가 접혀져 있거나 1/3정도가 짤려 나간 돈 그리고 불에 타거나 눌어진 돈 등 갖가지 모양의 돈들이 들어온다.

돈을 받으면 우선 신권인 경우에는 흠없고 티없는 첫번째 것을 야훼께 바쳤다는 성경 말씀대로 성당에 봉헌할 때 쓰려고 따로 모아둔다. 그리고 돈이 찢어진 경우에는 스카치테잎으로 표시 안나게 잘 수리하여 사용하며 수리가 된 돈이 들어왔다 하더라도 너무 허접하게 수리된 경우에는 테잎을 떼어내고 다시 수리 하는 경우도 있다.

 

동전을 받는 경우에도 담배 진이나 끈적거리는 것 등이 묻었을 경우에는 페이퍼 타월에 올려놓고 윈덱스를 뿌려 깨끗이 닦아 사용하고 너무 지저분하거나 찌그러지고 심하게 훼손되어 사용하기에 부적절한 것은 모았다가 은행에서 교환한다.
 

그리고 저녁에는 그날의 돈을 정리하면서 20불 짜리는 가게에 있는 ATM기계에 넣으려고 책상에 앉아 깨끗한 돈과 그렇지 못한 돈을 구별하는 별도의 선별작업을 한다. 이 작업을 하면서 나는 문득 우리가 젊었을 때 있었던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을 떠올린다. 병아리가 태어나면 암수를 구별하는 직업인데 얼마나 많은 수를 감별하느냐와 얼마나 정확히 감별하느냐에 따라 몸값이 정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내가 마치 새 돈과 헌 돈을 구별하는 돈 감별사가(?)된 양 빠르게 돈을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깨끗한 돈을 구별하는 기준은 첫째가 돈이 오염되었거나 이물질이 부착되어서는 안되고 둘째로 전체적으로 너무 많이 접혔다거나 특히 가운데 부분이 아주 선명하게 접힌 흔적이 있어서도 안되며 가장자리가 접혀 있어서도 안된다. 다음으로는 돈이 수리되어 있다거나 자글자글하게 너무 많이 구겨진 돈들도 제외 시켰다.

몇년전에 워렌 버핏이 한국에 왔을 때 어떤 젊은사람이 자기 이름을 적어놓은 돈을 갖고와서는 거기에 사인를 해 달라고 청하였는데 돈을 그리 함부로 다뤄서는 안된다고 사인을 거절하였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돈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수염을 그려 놓는다거나 또는 계산을 하는 그런 경우도 종종 있는데 이런 것들은 다 은행에 디파짓을 하거나 도매상에서 물건을 살 때 사용하고 깨끗한 것만 ATM기계에 집어넣는다.

구겨진 돈을 보면서 우리가 태어날 때는 마치 은행에서 금방 발행된 신권같이 깨끗한 상태로 태어나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조금씩 구김이 가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구겨진 돈이 흡사 그동안 우리가 살아온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같다. 돈을 선별할때 깨끗한 돈은 주저없이 좋은 쪽으로 분류되지만 이 돈은  어느쪽으로 놓아야 하나 하고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참 많이 있다. 그러면서 나는 훗 날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때 선택되는 그 선별 기준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라는 화두에 접하게 된다.

 

나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때 내가 깨끗한 돈을 선택할 때처럼 망설임없이 선택되어야 되는데 내가 과연 그렇게 될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게 선택되기 위하여 나는 어떻게 살아 가야 되는가? 성경에 나와있는 십계명대로 살아야 하는가? 사회의 법과 윤리를 기준으로 살아야 되는가? 아니면 나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야 하는가? 하는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돈이 중간에 접혀져 있듯이 반으로 뚝 접혀진 인생, 여러번 접히면서 접힐 때마다 힘겹게 일어선 인생, 수없이 많은 굴곡을 겪으면도 거기에 굴하지않고 헤쳐나온 인생, 밝은 인생과 어두운 인생, 칭찬받을 인생과 비난받을 인생, 본받아야 할 인생과 반면교사로서의 인생, 기억되어야 할 인생과 잊어버려야 할 인생 등 수없이 많은 방법의 삶으로 우리들은 살아오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돈이 여러번 구겨져 있고 또 가장자리가 접혀져 있듯이 모두들 다 흠이 있고 결점을 갖고 있다. 비록 구겨진 돈과 같은 인생이더라도 누구에게 건네 줄 때 미안하고 부끄럽지 않는 상태로 만드는 그런 정화작업도 우리의 삶에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한다. 아마도 그러한 작업은 나 자신을 더욱 존중히 여기며 생활하고 가족들과 다른 사람들을 더욱 더 배려하며 또 시간을내어 봉사활동을 통하여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나의 삶이 정화되었을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같이 균형잡힌 그런 삶을 살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 나라에는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조금만 잘해도 천국으로 선택된다거나 착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두번 실수를 하였다 하여 천국에서 떨어지는 그런 나라가 아닌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선의 입장에서 판단되어지는 눈같이 희고 깨끗한 나라일 것이다.
 

누군가 나를 평가할때 아~ 이사람? 하면서 조금도  지체하거나 망설임없이 선택되어 천국의 문을 지키고 있는 베드로가 당신은 이곳에 들어올 충분한 자격이 있소 그동안 참 수고가 많았소. 어서 들어와 하느님 의 정원에서 편히 지내시오! 하는 영접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삶을 꿈꾸며 지금부터라도 나의 삶을 다시한번 다잡아보고 나한테 주어진 삶을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오늘 하루 역시 책상 앞에서의 돈 선별작업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