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담뱃갑 포장 통일화 일정 확정

내년 2월 7일부터 소매상 시행

캐나다가 마침내 담뱃갑 포장 통일화, 일명 ‘평범한 담뱃갑’(plain packaging) 정책을 시행하는 나라가 됐다. 세계 최초로 지난 2012년 호주에서 시작된 이 정책은 주로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여러나라가 뒤를 이었고 같은 영연방인 캐나다가 밴치마킹을 하더니 2020년 2월 7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담뱃갑포장통일화 정책 시행  9개국>
 

 


 

 

 

 

 

 

 

 

 

 

 

 

 

 

연방 정부의 정책 추진 경과와 향후 시행 일정은 아래 표와 같다.
 

 




 

 

 

 

 

 

 

 

 

 

 

 

 

 

 

 

2020년 2월 7일부터 편의점에서는 종래의 디자인과 로고로 차별화되던 담배 모습은 자취를 완전히 감추고 대신 호주에서 보던 바와 같은 칙칙하고 규격도 동일한 담배만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갈색 바탕의 색상을 띤 담뱃갑이다. 영어로는 “plain, dull and brown pack”이라는 전형적 표현을 쓰고 있는데 한마디로 시각적 매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민무늬 표면 처리가 돼 있다는 말 이다.
 

또, 여하한 형태의 로고도 인쇄될 수 없고 단지 하단에 정해진 아주 작은 사이즈의 브랜드명이 박힐 뿐이다. 담뱃갑 형태는 현재의 상단 뚜껑 개폐형(flip top)과 신 모델인 탄창형(slide & shell)을 병행 유통시키다가 1년 정도의 유예 기간이 지난 후, 즉 2021년 2월 쯤 부터는 탄창형으로 일원화되고 뚜껑 개폐 형은 사라진다. 그런데 탄창형으로 일원화되는 시점을 업계에서는 다르게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임페리얼 토바코측은 2021년 11월 9일부터 탄창형으로 일원화해서 공급에 들어가고 소매상은 2022년 2월 7일부터 탄창형 담배만을 판매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정부 요구 시점대로 제조사와 소매업계는 따르면 그만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정품담배는 이 형태가 매우 드문데 반해 불법담배들의 대부분은 탄창형이라니 짝퉁 담배 제조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 같다.
 

 


 

 

 

 

 

 

 

 

 

 

 

 

 

 

▲뚜껑 개폐형과 탄창형의 전형적 모습. 1년여 동안 병행하다가 오른쪽 형태로 통일된다.
 

 

이미 정부 정책으로 입법 시행이 확정됐으나 제조사든 도.소매업계든 담배업계의 우려는 과거와 동일하다. 안그래도 짝퉁과 탈세 담배들이 횡행하는 상황에서 단순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과 형태의 담배로 획일 화되면 짝퉁 담배가 더 수월하게 제조돼 범람을 부추길 것은 명약관화하다. 온주편의점협회(OCSA)는 “조직범죄단이 지하 시장을 키울 환상적 기회(fantastic opportunity)”라고 까지 비아냥거리는 표현으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연방정부는 담뱃갑포장통일화 시행을 담은 법안 Bill S-5를 의회에서 통과시킨 후 관련 시행령 준비에 거의 1년을 보냈다. 그리고 시행에 9개월의 유예를 뒀다. 이만 하면 여론 수렴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주장할 만하다.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청취를 위한 각종 모임과 자료 수집 등을 위해 약 3개월을 보낸 점도 눈에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특히 편의점 입장에서는 호주 사례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종업원 실수, 신변 안전 문제 등 부작용을 앓을 것이다.
 

국내에 앞으로 등장할 담배를 견본 그림으로 한번 체험해보자. 25개비 라지 사이즈로 살펴본다.
 

 

 

 

 

 

 

 

 

 

 

 

 

 

 

 

 

예를 들자면 저 그림과 같은 모양이다. 바탕 색상은 칙칙한 갈색이고 거의 대부분의 표면이 건강 경고 메시지와 흉칙한 그래픽으로 뒤덮힌다. 그리고 브랜드명은 하단에 명회색(pantone cool gray)의 사이즈 14포인트로 인쇄된다. 지금처럼 브랜드명이 회사마다의 고유 디자인이나 색상으로 차별화되는 것이 아 니라 색상과 규격이 획일화되는 것이다. 
 


 

 

 

 

 

 

 

 

 

 

 

획일화되는 규격과 디자인으로 불법 담배 제조가 더욱 수월해지는 것에 더해 가장 심각한 지점은 바로 각각의 개비 담배 모양이다. 그림은 맨 위가 정품담배(legal)이고 가운데는 앞으로 나올 담배이며(plain packaging) 맨 아래가 도처에 범람하고 있는 불법담배다. 위 그림으로 봐도 두번째인 평범한(plain)담배와 그 아래의 불법담배의 식별은 쉽지 않다. 현재의 정품담배는 나름의 고유 디자인과 브랜드명이 선명하게 인쇄돼 있어 불법담배와 금방 구별이 되지만 앞으로 나올 담배는 짝퉁과의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담뱃갑 표면만 통일시킨 것이 아니라 담배 개비에서도 통일화가 이루어지는 결과다. 그나마 식별 아라비아 숫자가 인쇄돼 있다고는 하지만 짝퉁 또한 숫자 찍어내는 작업은 별 일도 아니며 따라서 소비자들이 구별할 수도 없다.

 


 

 

 

 

 

 

 

 

 

 

 

담배 개비 규격도 킹사이즈와 레귤러 두종만 가능하다. 현재의 다양한 모양들인 각종 슬림형이나 100밀리짜리 담배 등은 제조 금지된다. 따라서 소매상에서 팔 일도 없다. 또, 담배 말이 페이퍼의 색상은 흰색으로 통일되며 필터말이 부분은 무광(無光; matte)처리에 색상은 흰색 또는 코르크 칼라에 한한다.
 

이상 여러 디테일을 살펴보건데 불법담배 업계로서는 지난 수년간의 매출 부진에 소강 국면을 겪다가 재도약(?)할 희망과 기회를 얻은 여간 반가운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정품 담배 제조사들은 기존의 불법담배 제조 방식을 표준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다는 말이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도 거의 차이가 드러나지 않게 된다. 불법담배업계는 앞으로 더욱 과감하게 정품담배 행세를 하며 담배들을 광범위하게 유포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모학 원주민 지역의 하나인 퀘벡의 카나와케(Kahnawake)에서 제조되고 그 지역내에서만 유통돼야 하는 금수품(禁輸品) ‘PlayFare’는 인기 프리미엄급 담배 ‘Player’s’하고 매우 닮았다. 물론 이런 담배들이 무조건 불법(illegal)담배는 아니다. 유통 지역에서만 만들어 유통되면 적법한 제품이지만 이것 이 지역을 벗어나 유통되기 때문에 불법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담뱃갑통일화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의 인기 정품 브랜드 모조품 제작은 매우 용이하고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위 그림은 원주민 마을에서 제조되고 있는 대표적인 금수품(禁輸品 ; contranband) 담배들이다. 오인하기 쉽게 디자인은 감쪽같이 모방했고 브랜드명도 약간씩 변경(Import ‘A’, Export, Rockmans, PlayFare’s) 처리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마음먹고 불법담배를 찍어내겠다고 작정하면 이정도의 수고도 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이미 연방경찰(RCMP)도 담뱃갑포장통일화 정책이 야기할 향후의 담배 시장 혼란에 대한 깊은 우려와 경각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그러나 가장 걱정이 큰 사람들은 담배를 취급하는 편의점 업계이다. 성실하고 열심히 일하며 정품 담배만 판매하는 편의점 주인들과 종사자들에게 내년 2월부터 상당한 시련이 시작될 것이다. 늘상 그래왔듯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수십종의 똑같이 생긴 담배에 적응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을 것이고 현장에서 맞닥드리는 소비자들과의 사이에서 빚어질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버거운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앞서가고 있는 다른 나라들, 영국이나 호주의 편의점 업주들과 종사자들이 여러해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겪고 있는 고통을 반복해서 겪게 될 것이다.
 

소비자들 특히 프리미엄급 담배를 고집하는 고객들은 자신이 애호하던 브랜드가 외관상 무미건조하고 다른 저가 담배와 구별도 안되는 그저 그런 자신의 담배를 대하며 소비의 매력을 크게 잃을 것이다. 담배 소비의 하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나면 편의점 매상 판도에 적지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담뱃갑포장통일화 정책 시행을 눈앞에 둔 모든 이해당사자들, 즉 소비자는 물론 제조사와 도·소매상들에게 적지않은 당혹감을 안길 이 새로운 제도의 향후 파장이 크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