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철드나 보다

마더스데이가 가까이온다. 매년 5월이 되면 우리 가게는 봄철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하여 꽃을 사러 다닌다. 토론토 후드터미널에 가서 사오기도하고 해밀턴이나 나이아가라에 있는 농장에 가서 직접 꽃을 골라 오기도한다.
 

주로 사오는 꽃은 현관 앞이나 뒷뜰에 걸어두어 여름 내내 피어있는 꽃을 감상할 수 있는 행인 배스킷으로 사온다. 꽃의 종류도 수없이 많은데 우리는 그렇게 전문적으로 꽃을 취급하지 않는 가게이기에 그냥 평범하고 사람들이 잘 사는 꽃종류로 몇가지만 사온다.
 

제라늄,  마사 워싱턴 제라늄, 베고니아, 하이드란쟈, 밀리언 벨, 페츄니아, 임패이션스, 여러가지를 바구니에 함께 심어놓은 모듬 꽃 등등 그리고 조금 지나서 고추, 딸기 같은 채소, 과일류도 사다놓으면 팔리기도 한다.
 

1년 중 꽃이 제일 많이 팔리는 때가 마더스데이인지라 5월 초부터 이꽃 저꽃을 사서 미리 가게안에 보관해둔다. 꽃이 많이 팔릴 때는 기분이 좋고 신이 나며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른다. 그렇지만 꽃을 팔아본 사람은 안다. 꽃을 취급하는 것이 얼마나 일이 많고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라는 것을.
 

꽃을 사러 새벽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벼가며 꽃장에 가는것 도 힘든 일이지만 ( 많은 분들은 아예 잠을 안자고 밤 12시쯤 꽃장으로 향하는 분들도 있음) 꽃을 사오고 난 후에도 물주고 시든 꽃 따주고 아침에 밖에 내놓고 저녁에 가게 안에 다시 들여놓는 일 등등 해야 할 일이 보통 만만한게 아니다.
 

그것도 가게가 넓어 꽃이 다 들어갈 수 있으면 다행인데 가게안이 그리 넓을 리가 없지 않은가? 렌트비가 얼만데 ㅎㅎ… 그래도 꽃을 한번 취급하기 시작하면 안하고는 못배기는게 또 이 꽃장사다. 그래서 올해도 어김없이 또 꽃시장을 간다.
 

나는 새벽에 잠을 설치면서 푸드터미널에 가서 꽃을 사는 것보다 꽃 농장에 직접가서 골라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 꽃농장은 낮 시간대에 갔다올 수 있는 데다가 마치 여유있게 한적한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는 기분으로 다녀오면 비록 시간에 쫓기기는 하지만 마음이 편안하고 잠깐이나마 나들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다.
 

오늘도 나는 그 꽃장을 보러 첫 나들이로 나이아가라 농장으로 향한다. “귀찮고 일도 많아지고 힘도 들지만 올해도 또 시작해보자” 하는 생각을 하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나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언제부턴지 주기도문 33번를 외우고 가는 습관이 들었다. 오늘도 주기도문을 다 외우고 난 후에 자연스럽게 기도를 드린다.
 

“주님 지금 저는 꽃을 사러 가고있습니다. 제가 사러가는 이 꽃이 누구에겐가 팔려서 그 사람들이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갑자기 기도가 이렇게 나오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무릎을 탁 치며 “아~ 이것이 내가 꽃을 취급하는 이유구나”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여태껏 꽃을 팔아 얼마 돈이 남고 장사를 잘했느니 못했느니 이번에는 날씨가 나빠 장사가 잘 안되었느니 그런 생각만 했지 이 꽃이 누구에겐가에 전해져서 그가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었다. 그저 꽃을 상품으로만 생각했지 그 꽃의 가치나 꽃 자체의 아름다운 모습, 색깔, 향기 등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아~ 그렇다. 내가 준비하였다가 팔려나간 이꽃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그 꽃을 받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면 나도 그에게 행복을 전달해 주는데 도움을 준 사람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도 간접적인 행복 전도사가 되는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밝아지면서 가슴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치 내 몸이 무슨 큰 일을 하나 끝낸 뒤에 오는 홀가분한 그런 상쾌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이가 환갑이 넘었는데 이제 조금 철이 드나보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니 조금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기도 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이제부터는 너무 장사에만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조금 더 열고 세상을 좀더 넓게  바라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며 해바라기가 들려주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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