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를 지내며...

얼마전 발렌타인 데이가 지나갔다. 한국은 한달 늦은 3월 14일이 화이트 데이로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날로 이곳의 풍습과는 달리 조금은 특이한데 영국에서 발상이 되어 나중에 일본의 초콜릿 판매 마케팅 전략으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언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주어야 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정설이 있듯 여기 캐나다에선 이곳의 관습을 따름이 옳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남성이 여성에게 한아름의 부케나 초콜릿, 반지 등을 선물로 전달하며 사랑을 고백하거나 다짐하는 날로 알려진 이곳의 발렌타인 데이에 당신은 아내 혹은 연인에게 무엇을 선물하였는지요?
 

요즘 세대의 젊은이들은 인식이 현대화되어 소신껏 자신의 정성을 작은 선물로 대신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58년 개띠 전후 세대의 한국 남성에겐 선물이란 게 아직도 낯설은 느낌이 없지 않다.
 

어느날 절친한 친구를 만나 “발렌타인데이에 자네는 아내에게 무엇을 선물하였는가?” 묻게 되었는데, “가게에서 팔다 남은 꽃이 얼마나 예쁘고 많은데 그중에서 뭐 하나 가져 가겠지” 라고 하는 농담섞인 답변이 돌아왔다.


꽃을 선물받은 여성이 감동하는 것은 꽃이라는 매개체를 선물받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상대방의 정성과 사랑을 느낄 줄 아는 여성만의 특수한 감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설령 조금은 허접한 꽃다발이라도 험한 눈길을 뚫고 운전하여 어느 길가 좌판에서 골라 바치는 꽃에서 여성들은 더욱더 섬세한 반응을 보인다는 팩트를 남성들은 알고있으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하는 게 아닌지…?
 

꽃을 선사 받은 여자는 그 예쁜 꽃 자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어린아이들이 딴전을 피우듯 꽃이 참 예쁘다고 표현을 하는 것일 뿐, 실제 그녀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는 것은 그대의 정성어린 손길과 진솔한 마음이거늘, 차마 대놓고 표현하기 부끄럽고 쑥스러운 마음에 칭찬의 대상을 꽃이라 칭하 였던 것임을 어이해 남자들은 모르는 것인지…
 

거기에 조금 더 나가서 아내의 생일, 어머니날, 결혼기념일, 크리스마스 정도에 작지만 정성 담긴 선물을 전하는 습관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 남편 최고!’ 라는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조금은 무안했던지 잠시 머뭇거리던 한 친구가 슬쩍 불평을 털어 놓는다. 아내가 얼마 전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값비싼 버버리 핸드백을 마음대로 샀다는 것이었다. 친구에게 다시 해줄 수 있었던 말은 “아 내가 고급 차를 운전하고, 명품백을 들고 다닐 때 사실은 그렇게 꾸미고 다닐 수있게 해준 능력있는(?) 남편으로서 당신의 위상이 올라감을 어찌 모르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가끔씩 보면 어떤 이들의 지나친 허영심은 막아야 할 필요는 있겠으나 그 정도 나이의 여인들이 통상 한두개씩은 가지고 있는 중상품 핸드백에 왜 브레이크를 걸려고 하는 건지 종종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오히려 비싼걸로 하나 장만 하고나면 수년간은 중간 값의 백 매장은 거들떠 보지도 않을테니 오히려 가계부 대차대조표 상으로도 플러스가 될 것이다.
 

위로 모시는 노인들께는 존경과 공경의 마음으로 당연히 모셔야 하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이야 부모의 본능으로 아끼고 보살펴 주게 되지만 평생을 당신 옆에서 희노애락을 같이 해준 아내에게는 남편 아니면 그 누구가 그만큼 아내를 위로해줄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나이들어 나처럼 머리칼에 흰서리 내린 많은 남편분들이시여! 지금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나만 고리타분하게 옛날 사고방식만을 고집한다면 혼자만 점점 더 외로운 세상이 됩니다. 묵묵히 모든 수발 들어가며 고생해 온 아내를 위해 조금만 더 배려해 주면 아침상은 물론 온 세상이 다 바뀌어지지 않을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