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 저임금 / 24시간 영업 / 본사의 막강 갑질

수년전부터 한국 편의점의 외형적 초고속 성장의 부작용에 대한 고발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업주 甲의 착취와  알바 乙의 고통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바로 잡기 시작한 것이다. 업주(체인인 경우) 갑이 갑이 아니라 그도 역시 본사와의 관계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왜소한 을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실상을 알면 결코 경이롭지 않은 대한민국 편의점의 끔찍한 성장은 저소득, 저임금을 매개로 한 비정상적 먹이사슬의 구조하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를 생생히 전달해주는 한 알바 노동자의 글 한편을 요약 소개한다.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된 글인데 외적 팽창만 추구하는 비인간적 자본의 논리를 경계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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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업계의 양적 발전을 통계로 보자. 2016년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4,000억 원을 기록해 전년 보다 18.6% 늘어났고 전국 편의점 수도 2016년 말 3만 2,611개를 기록해 전년보다 12.5% 늘었다. 편의점 시장 규모는 5년 만에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게 편의점 업계가 고속 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매출이 늘어난 측면에만 주목해 1인 가구의 증가를 꼽는다. 하지만 편의점 알바 노동자에 지불된 낮은 임금과 매장 내 1인 근무, 야간 영업체제로 달성할 수 있었던 적은 운영비용이 편의점 산업을 팽창 하게 만든 진정한 원인이다.
 

사람들이 편의점을 찾는 이유는 싼 가격이 아니라 보다 질 높은 서비스와 편의성때문이다. 1인 가구가 늘어감에 따라 멀리 있는 대형 마트보다 집 앞 편의점에서 비싸더라도 꼭 필요한 물품을 소량 구매하는 소비형태가 자리 잡게 됐다. 따라서 시대 흐름에 발 맞춰온 업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는 분석도 말이 된다. 하지만 양적으로 성장한 편의점 업계 전체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인건비와 가맹점의 수익은 여전 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자세히 보자.
 

한국 편의점 가맹 구조의 특수성
 

현재의 편의점이 미국과 일본을 거쳐 승승장구 해온 데는 두 가지 중요한 요인이 있다. 하나는 소량 판매이고 다른 하나는 POS 도입이다. 구매자의 행태와 매출 간의 관계를 분석해 잘 팔리는 물건만 소량씩 매대에 진열함으로서 다양화된 소비자의 욕구에 발맞춰 오면서 편의점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수북이 먼지 가 쌓인 물건을 놓고 파리를 쫓으면서, 카드를 내밀면 인상을 구기는 골목 상점들이 편의점에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게 된 것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편의점 가맹업의 특수성이 있다. 바로 가맹본사 중심의 이익 독식구조이다. 한국의 편의점 가맹 점주는 일본과 유사하게 본사에 소속된 직원의 성격이 짙다. 점주는 본사의 일 률적인 정책에 맞춰 물건을 주문하고 총 매출금에서 로열티를 제외한 금액을 정산 받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국 점주는 일본과 다르게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점주가 계약서에 사인을 한 순간 결정된다. 이들에게는 매출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자율성이나 위약금을 물고 그만둘 자본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독식구조는 대기업 가맹본사의 출혈적 점포 늘리기 경쟁으로 귀결된다. 만약 장사가 안되거나 인근에 다른 가게가 들어서서 가맹점에서 마이너스 매출이 나오더라도 여전히 본사로서는 이익이 된다. 따라서 본사의 입장에서 가맹점의 매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총 가맹점수다. 본사의 입장에서 가맹점은 그 자체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최근 한국의 편의점 점포수가 늘어나는 추세는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유례가 없다.
 

저임금과 서비스 수준 하락
 

가맹본사는 통상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 최저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인책을 쓴다. 설령 예측이 빗나가 손해를 보더라도 본사에서 그 만큼을 보전해준다는데 하지만 일본과 달리 한국의 가맹본사가 제공하는 최저 수익보상책은 좋게 말하면 과장이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사기에 다름아니다.
 

물론 계약 시점부터 꼼꼼히 따지지 못한 가맹점주의 책임도 있겠지만 때늦은 후회는 소용이 없으니 저수익으로 가게를 운영해야만 하는데 유일한 돌파구가 바로 인건비다. 다양화된 소비패턴에 맞춘 본사의 전략에 따라 택배, 복권, 분식, 커피, 세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노동 자는 일을 하면 할수록 저임금의 늪에 빠져버린다. 그나마 이 낮은 임금도 주지 못할 지경의 편의점도 많다. 2017년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편의점 중 임금체불이 발생한 사업자의 비율은 39%에 이른다.  
 

아르바이트가 할 일은 많아지는데 급여는 그대로라면 고객과의 갈등은 당연하다. 최근 점원과 손님간의 끊이지 않는 사건사고의 밑바탕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고통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줄어드는 정규직 일자리를 떠나 자영업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에 몰릴 수밖에 없는 고용구조도 편의점 가맹점수 증가에 불을 지폈다. 본사가 주최하는 창업설명회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을 그만둬도 점주는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된다. 기형적이고 열악한 한국의 노동환경이 가맹본사의 독식 구조가 잘 작동하도록 판을 깔아놓은 셈이다.  
 

1인 야간 근무
 

한국 편의점 근무는 1인 체제가 대세다. 아무리 규모가 크고 바쁜 매장이라도 한 푼이라도 아쉬운 점주 입장에선 두 명 이상을 쓰기란 어렵다. 과거엔 두 명이 일했을 매장에서도 한 명씩 교대근무를 하게 되었다. 편의점 근무는 그 특성상 두 명이서 일할 때 얻는 이점이 많다. 예상치 못한 사고 발생 시 대처에도 훨씬 효과적이다. 하지만 가맹점주에게 내려진 인건비 절감이라는 생존명령은 고스란히 알바 근로자의 노동 조건 악화로 귀결된다.
 

한국의 내로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 본사와는 달리 체인 가맹점은 영세사업장이라는 근거로 1.5배의 야간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이것은 24시간 영업을 기본으로 하는 편의점 업계에 적잖은 득이 된다. ‘영세하지 않은’ 대기업 가맹본사는 ‘영세한’ 가맹점주의 신분 덕에 야간 영업을 하는데 큰 지장을 받지 않는 것도 한국 편의점 초고속 성장 신화의 밑거름이다. 영업용 야간 전기세가 싼 것도 또 하나의 호조건 이다. 가맹 점주들을 저소득의 감옥에 가두고 역시 그 밑에서 일하는 알바를 저 임금의 늪에 가둔 비인간적 한국 편의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