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 어떤 영향 끼치려나…

▲벤딩머신의 눈부신 진화발전. 하이테크놀로지 덕분에 동전넣는 기계따위로 생각하면 안된다.
 

 

오랜 세월 캐나다 사람들에게 ‘자판기’(vending machine)하면 캔디, 피넛, 팝음료 등 주전부리나 음료수 가 연상되는 물건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국내 자판기 취급 제품이 웰빙 대세를 반영한 식음료와 여타 제품군을 훨씬 다 다양하게 취급하게 되면서 자판기 시장에 근본적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에 혹은 가까운 장래에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판기 시장은 주목해야 할 뚜렷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혼동을 피하기 위해 ‘자판기 시장’이라고 표현할 때 행여 자판기 설비의 제조 생산 판매 시장 규모로 이해하면 안되며 자판기를 통해 판매되는 상품 매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퀸즈 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캔 웡(Ken Wong)교수는 “자판기는 재래식 소매업과 전자상거래 사이의 한 틈새를 파고든 흥미로운 균열(crack)”이라고 묘사한다. 교수는 마켓팅 분야와 비즈니스 개발 및 전략 분야에서 국내 으뜸가는 석학 중 한 사람이다. “은행이 있지만 도처에 ATM머신이 있는 것과 유사한 관계가 바로 편의점과 자판기의 관계다. 이렇게 공존하는 관계로 자판기 시장에 중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그 이상의 무엇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는 하고 있다.”
 

웡 교수에 따르면 자판기 시장에서 살펴볼 두가지 이슈가 있는데 첫번째가 대금결제와 관련한 기술 발전이고 두번째가 인건비 문제다. 이 둘은 자판기 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추동하는 두가지 요소이며 특히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 일명 ‘극소상권’(極小商圈 micro market)이라 불리는 시장의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참고로 극소상권이라는 표현 자체는 편의점 왕국 일본 시장을 가리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표현이다. 자판기가 워낙 발전한 일본이다보니 자판기 편의점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고 이 또한 시장이기는 마찬가지이며 단지 초미니 시장이기 때문에 마이크로 마켓이라는 표현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 마켓은 또 전자 칩 등 컴퓨터 산업과 관련해서도 유행어로 자리잡고 있다.
 

2017년 미국 휴스턴에서 나온 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캐나다 자판기 시장 규모는2016년 대비 42%가 증가한 9.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자판기 수로 보면 5,000여 개 이상이 추가되면서 총 18,000개 가까운 자판기가 캐나다 전역에 설치돼 있다. 2022년이 되면 35,000여 개로 늘어나고 2027년의 자판 기를 통한 상품 판매 연평균 매출액은 16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판기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도 넘친다. 몬트리얼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자판기는 신선한 샐러드를 취급하는가 하면 밴쿠버 초고층 콘도 1층 상가에 설치된 자판기에서는 우유, 계란,베이컨 등 기초식 재료도 살 수 있다.
 

시장조사 기관 유로모니터가 2017년 2월에 내놓은 국가별 자판기 관련 동향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사람들이 현금을 점점 덜 휴대하고 다니는 “현금불필요 증가국”(an increasingly cashless society)에 속한다고 분류했다. 그런데 이 이슈와 맞닿아 있는 것이 바로 현금 결제 불가능 자판기가 늘고 있는 현상이다. 현금 사용이 안되며 보다 편리한, 예를 들어 애플페이(Apple Pay)와 같은 결제 수단만이 가능한 자 판기가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캐나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판기를 통한 쇼핑을 보다 용이하게 해 주는 환경 조성이다.


 

자판기 천국 일본처럼? 캐나다는 아니야


 

물론, 보고서는 캐나다에서 당분간은 전통적인 아이템인 포장용기 식음료가 자판기 아이템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점은 지적하고 있다. 캐나다 자판기 취급 품목이 일정 부분 다양하게 옮겨가는 것이 놀라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본만큼 광범위하게 사회적으로 용납되거나 기술적으로 세련된 수준에는 결코 미치지 못한다고 웡 교수는 말한다.  일본은 초밥, 국수 등 온갖 먹거리부터 의약품 등 웬만한 생필품 은 물론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상품을 자판기로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자판기 천국이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천국’이라는 단어가 참 많이 붙어다니는 나라다. 편의점 천국, 노인 천국 등등. 오죽하면 마이크로 마켓이라는 말이 일본의 자판기 만연 현상때문에 새로운 개념을 함의하며 사용되고 있는가 싶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편의점 인테리어 전문 회사 대표 휴 라지(Hugh Large)씨도 웡 교수의 말에 동의한다. “자판기가 고전적인 식음료 수준을 벗어나 취급 가짓수를 넓히며 웰빙 식음료까지 발전한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많은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변화가 앞으로 급격한 추세를 보여 편의점에 부담과 손해를 끼치는 정도로까지 자판기 시장이 고속 행진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는 않는다.”
 

라지씨는 이런 주장의 근거로 샌드위치를 하나의 예로 들고 있다. “자판기에서 뱉어낸 포장샌드위치가 제아무리 근사해보여도 제품 수명주기를 늘이기 위해 질소가스 치환포장(nitrogen flush)을 한 것이며 맥스나 세븐일레븐 등 체인 편의점 푸드서비스 코너에서 제공하는 신선하고 고품질을 자랑하는 그리고 시각적 매력까지 더한 샌드위치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참고로 가스치환포장(MAP ; Modified Atmosphere Packaging)의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식품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포장 기술로 간단히 말해 식품 포장 내부의 공기를 가스 혼합물 – 주로 질소나 이산화탄소 – 로 대체한다. 가스치환 포장은 농산물의 품질을 보존하고 유통기한을 연장하며, 생산자로 하여금 부패하기 쉬운 식품도 더 넓은 시장에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육류, 소시지, 유제품, 빵, 청과물, 생선, 그리고 자판기에서 볼 수 있는 샌드위치같은 간단한 먹거리 포장에도 적합하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포장 기술이라 하더라도 천연 샌드위치의 신선도와 비교할 수는 없겠기에 저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 편의점 푸드서비스 기술과 제품의 질은 실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보여주고 있어 많은 고객들이 편의점에서 한끼 식사거리를 더 빈번히 해결하고 있다. 어떤 편의점은 담배, 복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푸드서비스로 승부를 걸겠다고 집중한 결과 전체 순익의 20~30%를 푸드서비스에서 얻고 있는 정도다. 라지씨 말을 좀더 들어보자. “푸드서비스의 핵심은 신선도다. 바로 이것이 자판기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구하든 얻을 수 없는 결정적인 결함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자판기 시장은 계속 잘 굴러갈 것이고 이런 저런 새로운 아이템을 건드리며 상품 목록을 추가해갈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판기에서 뭔가 아쉬어 먹거리를 뽑아먹으면서도 품질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구심을 가지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확실하게 얻기에는 상당한 시련이 따를 것이다.” 한마디로 자판기가 제아무리 진기한 아이템으로 구미를 당긴다고 해봤자 편의점의 신선한 먹거리를 따르지 못하니 편의점은 자판기 시장의 확산에 그리 신경쓸 것 없다는 진단이다. 바로 이런 판단이 캐나다 자판기 시장과 일본 자판기 시장의 근본적 간극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틈새시장  그 이상?  캐나다는 아니야


 

본인이 자판기 시장 전문가는 아니지만 토론토를 중심으로 소매업 비즈니스 상담 전문가이자 과거 로브로 중역을 지낸 바 있다는 데이빗 바르톨리니씨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무인(無人)편의점이라 할 자판기 사업의 매력과 잠재력을 인정하는 인물이다. “사람이 붙어있지 않으면서 소매 영업이 가능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최저 임금이 14불로 껑충뛰었고 곧 15불까지 올라갈 우려가 높은 마당에 인건비를 최소화하며 장사할 수 있는 기회 중 하나가 바로 자판기 영업이다.”
 




 

 

 

 

 

 

 

 

 

 

 

 

 

 

 

 

 

 

 

 

 

 

 

 

 

 

 

 

 

 

 

 

 

 

 

 

 

 

 

 

 

 

 

 

 

 

 

 

 

 

 

▲일본에는 술꾼들에게 호평인 100가지 사께를 판매하는 사께 자판기도 있다. 오른쪽은 자판기에서 나온 300엔짜리 맛좋은 우동이다.  가히 일본을 자판기 천국이라 부를 만 하다.


 

여기까지 들으면 그의 견해가 앞의 휴 라지씨하고 다른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으나 그 다음의 말을 들어보면 역시 같은 견해임을 알 수 있다. 클라우드에 기반한 스마트폰과 자가 계산이 가능하도록 무선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자판기 시장은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캐나다 그리고 캐나다 사람들의 마인드이다. 즉 캐나다는 문화적 조건도 그렇고 아직 틈새 메우기 수준의 자판기 그 이상의 서비스를 기대할 만큼 수요가 없다는 말이다. 보수적인 성향에 자판기를 통해 식사까지 해결하겠다는 쇼핑 트랜드 혹은 식사에 대한 습관이나 경향은 아직 형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공항과 같은 특정 지역에 제한적으로 자판기 영업이 먹히는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일본처럼 자판기가 일상 생활 공간에 깊숙히 자리하고 있고 자판기에서 얻는 상품 – 먹거리든 뭐든 – 수준이 아주 고급스 럽기 때문에 하등의 저항감없이 기꺼이 자판기를 애용하는 수준하고 캐나다는 거리가 한참 멀다. 내가 보기에 캐나다에서의 자판기 시장 확대의 동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과 같은 일반 소매업소보다 더 신선하다거나 가격이 저렴한 매력적인 상품을 자판기에서 기대할 소비자 수요는 없어보인다.” 역시 자판기 시장 확산에 대해 편의점은 염려말라는 조언이다.
 

자, 지금까지 자판기 시장 현황과 편의점의 향후 영향과 관련해 살펴본 것을 간단히 요약 정리하며 글을 맺는다.
 

● 자판기 시장 규모는 분명 증대하고 있다. 최저임금 부담감 해소와 결제수단의 편리성 등 기술 발전에 힘입어 자판기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 틈새 시장의 한몫은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그러나 캐나다 국민은 단순한 주전부리거리는 자판기에서 찾겠지만 식사해결을 위해 수준있는 먹거리를 자판기에서 기대하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 따라서 신선하고 수준높은 푸드서비스는 자판기 시장 규모 확대와 상관없이 편의점 고유의 몫이며 이 영역을 감히 자판기가 넘보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