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흘리개  냉차장사까지 간섭하는 행정규제

▲애들 냉차장사도 원칙적으로는 영업허가를 요구받는다. 이 어린것들이 뭘 안다고 신청양식을 작성, 제출한단 말인가.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상(賞)이 넘쳐나고 간혹 세인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폭소를 자아내는 기상천외한 상도 많다. 캐나다에도 별나면서 의미심장한 상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Paperweight  Award : Celebrating the worst red tape in Canada
 

우리말로 어찌 옮길까… “최악의 관료주의에 헌정하는” 『서류무게으뜸상』정도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 부연 설명하자면 ‘paperweight’ 라는 영어 단어는 문진(文鎭) 혹은 서진(書鎭)으로 책장이나 종이 쪽이 바람에 날리지 말라고 눌러두는 쇠나 돌따위를 일컫는 말인데 여기서의 의미는 이와 전혀 무관하다. 행정편의주의, 관료주의로 인해 관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혹은 절차가 많고 번잡한 것을 비꼬는 표현 이다. 하기사 관청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하도 많아 행여 어디로 날아가 분실될까봐 묵직한 문진 하나쯤 올려놓아야 된다면 이 또한 통하는 의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하튼 이상의 정체는 부제(副題)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the worst red tape’를 celebrating한다니 복잡한 행정절차에 속꽤나 끓여본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은 이 조롱섞인 상이 매우 속시원할 것도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 상을 주는 기관은 도대체 어디일까? 물론 준다고 받지도 않겠지만…

‘캐나다개인사업체연맹’(Canadian Federation of Independent Business ; 이하 CFIB)이 바로 이 풍자 가득한 상을 제정 수여하고 있다. 1971년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창설된 이 조직에는 캐나다 전국 약 11만여 중소 상공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이 분야 최대 규모의 단체다. 단체 사이트 www. cfib.ca에 들어가면 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심각하고도 우스꽝스럽고 파괴적인 관료주의로 우리 소상공인의 비즈니스를 힘들게 하는 정부 및 산하 기관들에게 최고의 명예(불명예)를 안긴다.』원본의 ‘(dis)honour’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자, 그러면 2018년에 선정된 최악의 정부 기관은 어디일까? 일명 ‘Business Owners’ Choice’라 명명된 최대 불명예 상은 연방 재무장관 빌 모노(Bill Morneau)씨에게 돌아갔다.선정 사유인 즉 전체 소득을 가족 구성원과 나누는 방식으로 절세하는 소상공인을 타겟으로 삼아 이는 조세 회피 수단이므로 금지토 록 하는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모노 장관은 작년 10월 세법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개정 취지의 하나는 고소득자가 개인사업체를 이용해 소득을 분산, 내야할 세금을 내지 않는 사례를 방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이 개정 세법안에 대해 일부 지지하는 자영업자들도 있었지만 CFIB 대부분의 회원들은 조세 공평을 가장한 전적으로 ‘주관적인 합리성 테스트’(subjective ‘reasonableness test’)에 다름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는 기존 세법 체계를 더 복잡하고 불확실하게 만드는 꼴이라는 것이 다. 장관은 자신의 재산 내역 공개를 불성실하게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불)명예의 그랑프리가 올해는 단체가 아닌 사람, 즉 고위공직자 개인에게 돌아갔는데 이밖에 올해 선정 된 ‘서류무게 으뜸상’ 수여 명단에는 다음과 같은  기관 혹은 공무원들이 올라 있다.선정 사유를 간단히 소개하며 하나씩 살펴본다.  
 

 

• 온타리오 노동부 (Ontario’s Ministry of Labour)
 

 

온타리오 노동 관련 법령에는 업체가 사용하는 사다리가 오래 사용해서 상표가 벗겨져 식별이 되지 않으면 새 사다리를 사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전문 공사 업체들의 사다리는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상표가 금방 지워진다. 그런데 상표가 닳았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다리를 비싼 돈 주고 또 사야하는 불합리는 한시바삐 시정돼야 할 악법이라 CFIB의 눈에 걸려든 것이다. 사다리는 약 120달러부터 비싼 것은 300달러까지 간다. 사실 노동부 단속원이 돌아다니며 사다리를 눈독들이고 살피면 불법 사다리가 아마 태산같이 쌓일 것이다.

 

 

• 뉴브런스윅 주류관리법 (New Brunswick Liquor Control Act)



 

 

 

 

 

 

 

 

 

 

 

 

 

 

 

 

제도 즉  ‘법’이 불명예상을 받은 특별 사례다. 발단은 뉴브런스윅 주민 지라드 코모 (Gérard Comeau)씨에서 비롯됐다. 이 자는 이웃 퀘벡주에서 지난 2012년 맥주 14상자와 위스키 등 독주 3병을 사가지고 돌아오다가 주 경계선에서 RCMP의 검문을 받고 이 법 위반으로 벌금292.5달러를 물게 됐다. 그리고 이에 저항해 소송이 벌어졌고 장장 6년을 끌던 송사가 마침내 올해 4월에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막을 내렸다. 뉴브런스윅 주류관리법에 의하면 타 주에서 반입할 수 있는 술은 맥주 18캔 또는 18병, 와인이나 위스키는 합해서 1병에 한해 적법하며 이를 위반하면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코모씨는 법정 투쟁을 벌이며 이렇게 말했다. “You're a Canadian citizen and the Constitution gives you the right to go buy your merchandise wherever you like in the country and take it home,"(우리는 캐나다 시민이며 헌법은 우리 시민이 어느 장소에서라도 사고 싶은 물건을 사서 집에 가져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정부의 벌금 부과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사실 코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억울해서 소송을 불사할 만도 했겠다 싶다. 친구와 형제들 것까지 돈 모아서 한꺼번에 사오느라고 법이 정한 한도량을 초과한 것 뿐인데 무조건 법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가 상습적으로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1년에 두차례 정도였다. 그의 투쟁 이야기는 SNS등에까지 이슈화되며 공론을 형성할 정도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뉴브런스윅 주류관리법의 이 조항이 위헌의 소지가 없으며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려 결국 코모씨는 패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코모씨를 지지하는 편이며 CFIB 역시 악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 온타리오 노동부 장관 케빈 플린 (Ontario Labour Minister Kevin Flynn)
 

 

소자영업체 비용을 막대하게 증가시키고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법령들을 통과시킨 인물이다.법안 148호(Bill 148) 일명 ‘공정한 근로장에 관한 법률’(Fair Workplaces, Better Jobs Act)하에 소자영업자들은 졸지에 수도 없이 많은 준수 규정 소나기 세례를 맞았다. 예를 들어 소규모 회사도 정규직 인사 담당 인력을 채용해 늘어난 행정 서류 업무를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게 생겼다. 전에 없던 수많은 사항에 대해 근로자에게 주인 혹은 사장은 일일이 서면으로 통지를 해야 한다. 행정 간소화에 역행하는 일을 앞장서 만든 장본인이라 CFIB의 눈에 포착됐다.
 

 

• 퀘벡 노동부 (Quebec’s Labour Department)
 

 

업주가 근로자에게 특정 사실을 통지할 때 앞으로 이러저러한 내용의 통지문을 받게 될 것이라는 예비 통지 서한을 의무적으로 보내도록 하고 있다. 동일 노동에 대한 동일 급여, 성차별없는 보수 지급 등에 관한 규정인데 이에 대한 예비통보와 본 통보를 2중으로 하게 만든 번잡한 행정절차가 비난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 광역몬트리얼 (Montreal Metropolitan Community)
 

 

몬트리얼은 원래 여러 다양한 지자체들을 아우르는 광역 몬트리얼 개념으로 통용되는데 각 지자체마다 비닐백 사용에 관한 규정이 다양하다. 원칙은 비닐백 두께가 50마이크론(micron)미만이면 손님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50마이크론은 0.05밀리미터) 그런데 원칙은 이렇게 정해놓고 각 지자체 마다 기준은 알아서 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예를 들어 자신의 사업체가 몬트리얼 중심지라면 손님에게 50마이크론 미만의 비닐 봉지를 제공할 수 없지만 이웃 다른 지자체들은 100 마이크론 미만이면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00 마이크론은 0.1밀리미터) 그런가 하면 드몽테뉴 (Deux-Montagne)에서는 환경친화적 생분해물질로 만든 비닐백이 아닌 모든 비닐백은 두께에 관계없이 무조건 금지다. 이쯤 되면 법은 누더기에 다름아니다.
 

 

• 스미더스 타운 (Town of Smithers, B.C.)
 

 

인구 5~6천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도시 지자체가 건물 개보수 등 공사를 할 경우 10만 달러 이상의 공사비가 들어가는 공사이면 인도(人道 ; sidewalk)를 의무적으로 지어야하는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인도 공사 비용이 1만 달러나 소요된다. 더 한심한 것은 이 인도는 다른 어떤 보행자 통로로도 이어지지 않는 다시 말해 용도가 없는 그냥 인도일 뿐이다. 업주들이 차라리 이에 드는 돈을 타운의 다른 공공 목적에 사용하자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최근 검토 중이라고 한다.


 

• 캐나다 통계청 (Statistics Canada)
 

 

긴 설문지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는 이에 협조하지 않으면 벌금 또는 징역형(최장 3개월)에도 처해질 있도록 하고 있다. 질문항도 난해하기 이를 데없어 다 작성하는데 수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한 CFIB 여성 회원은 6개월 간 두차례의 긴 설문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 둘 다 정보를 모아 제대로 기입하느라고 상당 한 시간을 허비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농장주들에게는 한창 바쁜 수확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문의 설문서를 보내 기일을 맞춰 작성을 완료하느라 애를 먹는 사례도 많다. 또다른 회원은 차라리 작성안하고 벌금 내거나 징역형을 사는 것이 속편하다는 다소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 수도개발관리위원 (NCC : National Capital Commission)
 

 

NCC는 연방정부 산하 특별 기관이며 수도개발계획 수립, 연방 소유 자산관리, 국가 차원의 각종 이벤트 행사 주관을 주요 활동 목적으로 운영되는 연방 기관이다. 그런데 이런 무게있는 기관이 재작년에 아동들이 기금마련을 위해 벌인 레몬쥬스판매 활동에 대해 딴지를 걸어 빈축을 샀다. 두명의 여학생이 여름 캠프 개최 자금 마련을 위해 가판대에서 레몬쥬스를 판매했는데 정부 허가없이 했다고 해서 금지시켰다. 여론이 아주 안좋아지자 NCC는 슬그머니 이를 허용하면서 대신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로 인해 동 기관은 사실 작년에도 불명예 수상 리스트에 올랐는데 올해는 여기에 진상짓을 한 술 더떠 연이어 불명예 상을 받게 됐다. 사연인 즉 NCC가 관리하는 자전거 도로에서 5~17세의 아이들이 레몬쥬스 가판대 영업을 하려면 3페이지에 달하는 신청 양식을 작성해 NCC로부터 승인을 얻도록 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허가증을 받으면 가판대를 벌이기 전에 워크샵에 참가해 소정의 교육을 이수 해야 한다. 아니, 어린애들이 길거리에서 냉차장사해 푼돈 벌어 여름 캠피 행사 기금에 쓰겠다는데 아무리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관공서라고 하지만 어지간하다 싶다.
 

이밖에 불명예 리스트에 오른 기관으로는 온타리오의 LCBO, 퀘벡 보건부, 오타와 시, 캐나다국경서비스국 (Canadian Border Services Agency) 등이 있다. 모두가 아주 사소하고 조잡스러울 정도의 시시콜콜한 규정을 들이대며 행정력을 낭비하고 소상공인을 괴롭히는 사례들로 넘쳐나고 있다.
 

어느 나라고 관료제라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와 관료주의라는 병폐를 낳기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캐나다는 그 병폐가 좀 짙은 편에 속한다. 이유는 영국과 같은 뿌리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국이라 일컫기 부끄러울 정도로 행정규제와 불필요한 절차가 넘쳐났었다. 이미 사문화된 수많은 지자체 조례는 아직도 폐지하지 않고 있다.예를 들어 웨일즈의 어떤 마을에는 일요일에 모자를 쓰지 않고 외출하다가 걸리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의 어떤 마을은 행인이 문을 두드리고 화장실 사용을 요청했을 때 거절하면 불법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웃기는 것 중 하나가 엘리자베스 여왕 우표를 거꾸로 붙이면 반역죄다. 물론 이런 중세 유물이자 골동품같은 규정이 실제로 집행되지는 않지만 엄연히 법령이나 조례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비즈니스하는 영국의 소상공인들은 최근까지도 끔찍한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이제 조금씩 규제개혁이 단행되고 있다니 캐나다도 어서 빨리 그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편의점 운영과 관련해 규제 관리를 받게되는 관련 법령은 온타리오의 경우 총 141개다. (연방 52개, 주 83개) 만약 토론토에서 영업하면 시 조례 42개가 보태져 모두 183개의 법령이 해당된다. 2014년 기준 자료인데 이후 몇년이 지나도 전혀 개선의 기미가 없었다. 협회가 지난 총선 전에 SOS 캠 페인을 벌이며 제시한 5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의 하나가 바로 과도한 행정규제 간소화였다. 그리고 주 총선 결과 15년 자유당 정권이 보수당 정권으로 교체됐다. 당 대표가 편의점 영업에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했고 협회를 직접 방문해서 내건 공약도 있는 만큼 편의점을 옥죄는 레드테이프가 얼마나 감소할지 큰 관심과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