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커뮤니티의 중요성 재확인 사례

▲어둠침침한 소굴같던 가게가 조명 교체부터 업소 안팎의 환경미화로 거듭난 후 마을회관을 방불케하는 북적이는 가게로 바뀌었다.


 

미국 미네소타 주의 주요 도시인 미네아폴리스에 ‘36린 리퓨얼스테이션’(36 Lyn Refuel Station)이라 는 상호의 편의점이 있다. 얼핏 보면 그냥 평범한 편의점일 뿐이다. 주유소가 딸려 있고 담배, 음료, 스낵류들을 판매하는 여느 편의점하고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저그런 편의점처럼 보인다.
 

그러나 좀더 유심히 관찰해보면 큰 차이를 간파할 수 있는데 종업원과 손님에 대한 매우 자상한 배려다. 평범한듯 비범한 이 업소 이야기를 본 지면에서 소개한다. 성공의 요체는 결국 사람에 대한 자세라는 점에서 일깨우는 바가 많은 스토리다.
 

주인 로니 맥쿼터씨가 현재의 이 업소를 인수한 것은 13년 전이다. 그가 가게를 살 당시의 모습은 처참했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회생불능의 지경으로 한마디로 죽은 가게라고 보면 된다.새 주인을 만난 가게는 이제 단순히 기름이나 넣는 주유소 편의점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면 웰빙 음식까지 먹을 수 있고 마을 회관같은 기능을 발휘하는 놀라운 장소로 변했다.
 

맥쿼터씨는 가게를 인수하자 마자 제일 먼저 손봐야 할 대상을 종업원이라고 판단했다. “솔직히 말해 빨리 손쓰지 않으면 큰일날 지경에 처한 것이 종업원들이었고 근로 환경이었다.” 종업원의 마음에는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감도 없었고 비즈니스 정책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우선 이들의 마음에 기대감을 심어주고 일관된 영업 정책이라는 것을 주입했다. 그리고 대면하는 첫날부터 이들에게 시급을 3달러씩 올렸다. 시간 당 임금을 3달러나 올린다는 것은 지나치게 대범하고 위험스러운 결단이었지만 새 주인의 마음은 확고했다. “가게에 대한 강렬한 애착을 갖게 하는 조치이며 적극적으로 손님을 응대하겠다는 마음 자세가 솟구칠 것이라고 기대했다.노동의 윤리, 즉 근면이라는 문제다.”
 

일단 종업원의 사기가 진작되고 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자 그다음으로 착수한 것이 업소 환경미화였다. 유리창, 문짝 청소와 이런 저런 낡은 홍보물 부착된 것들은 다 뜯어내고 안팎으로 광이 나도록 닦고 훔쳤다. 재고 파악 작업도 다시 했고 상품기획에 대한 기본 틀을 짰다. 당시를 기억하며 맥쿼터씨는 이렇게 회상한다. “선반에 있는 물건이라고는 그저 그런 무미건조한 것들뿐이고 주민특성에 전혀 맞지도 않는 상품기획이었다. 뭐랄까… 손님이 들어오면 여기저기 오랜 물건들이 널부러져 있는 골동품가게라는 이미지였을 것이다. 발디딜 틈도 없이 잡동사니들이 쌓여있고 널려있으니 무엇을 사고 싶었겠는가.”
 

 

 

 

 

 

 

 

 

 

 

 

 

 

 

 

 

▲주인과 종업원이 함께 행복하니 손님도 행복하다. (가운데가 이 글의 주인공 로니 맥쿼터)


 

재고 물갈이
 

다음으로는 재고 관리 다시말해 상품기획을 완전히 새롭게 가져가기 위해 손님 반응조사에 착수했다. 가게 내부와 외부도 말끔해졌겠다, 종업원들도 근무의욕이 생겼겠다, 이제는 손님의 마음을 잡는 일만 남았으니 일종의 여론조사를 시행한 것이다. 종업원들에게 손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상하게 물어보고 확인시켰다. 어떤 손님들이 방문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상품기획을 위한 가장 초보적인 지식이다. 그리고 손님들은 원하는데 정작 이 업소에서 취급하지 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질문의 과정에서 그와 종업원은 손님과의 관계를 새로이 정립했고 그들의 니즈 파악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손님이 원하는 것, 첫번째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것은 캔디나 칩스가 아니라 무언가 신선한 것, 보다 충족적인 어떤 것들이었다.”
 

편의점 공간만 따지면 불과 800평방피트에 불과한 맥쿼터씨의 가게는 많은 것들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크고 여유있는 공간이 아닌 만큼 모든 신선하고 새로운 먹거리들은 최소한의 서비스에 국한돼 있지만 손님들은 과거와 달리 큰 만족감을 느낀다. 회전그릴(roller grill)은 몇가지 더운 요리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곰부차, 프로바이오틱 소세지, 유기농 요구르트 등 지역 특화 식품들이 쿨러와 선반을 채우고 있다. 지역 고유의 회사들이 신선한 패스트리 제품들을 매일 공급해준다. 주인 맥쿼터씨는 조만간 가게에서 샌드위치를 팔 계획이라 재료를 어떤 것으로 해서 특화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연구 중에 있다.
 

음료쪽은 커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역 회사와 제휴해서 원두커피를 공급받아 직접 갈아 흘러내려 신선함을 자랑하고 있다. 여기에 요즘 인기를 모으는 콜드 커피의 일종인 빅와트커피(Big Watt Coffee) 두 종류와 카프치노 등을 완제품으로 함께 취급한다.
 

 

 

 

 

 

 

 

 

 

 

 

 

 

 

 

 

 

 

▲미네아폴리스에서 시작된 지역 특화 캔 커피 ‘빅와트’
 

 

빅와트커피는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2014년 5월 두 사람의 동업자가 이곳 미네아폴리스에 파이브 와트커피(Five Watt Coffee)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는 이듬해인 2015년 12월에 캔에 담은 더치 커피인 빅와트커피(Big Watt Coffee)가 처음으로 출시됐다. 제조된 커피를 편의점과 같은 소매 유통채 널에 공급하는 생산라인을 개발한 것이다. 빅와트커피는 미네소타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상품이름들을 사용한다. 맛이나 풍미는 겨울에 눈이 많이오는 미네소타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잘 살린 지역 특화 제품 으로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맥쿼터씨가 지역 고유의 생산물을 취급하는 것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였다.
 

사람사는 공간으로
 

주인이 중요시하는 비즈니스 원칙의 또다른 축은 ‘좋은 이웃’ 만들기다. “편의점은 한 지역 공동체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때때로 편의점은 범죄의 소굴인양 부정적인 모습으로 인식되는 때도 있지만 손님과의 긴밀한 관계형성을 통해 편의점이야말로 지역 사회의 중요한 한 구성요소로 만들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맥쿼터씨의 편의점에 관한 나름의 철학이다.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은 영업장 전체 환경 변화에까지 확대된다. 그의 업소 36린(36 Lyn)은 현재 8개의 주유기를 가지고 있는데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을 위한 직류 충전설비도 한켠에 갖추고 있다. 그는 또 주유소와 편의점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 조달을 위해 재생 에너지를 구입하기도 하는 환경 정책에 깨어있는 마인드의 소유자다. “사실 재래식 에너지보다23~24% 더 소요되지만 지역 사회 전체의 청정을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감수한다.”
 

그런가 하면 맥쿼터씨의 업소는 ‘지역공동체지원농업’(CSA ; 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회원 40여 명의 주문 채소를 수령할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한창 여름이면 농장에서 신선하게 자란 채소와 과일들이 출하되는데 이를 주문한 소비자들은 물건을 받을 공동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왜냐하면 각각의 소비자들 집으로 배달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정 공터나 장소에 물량이 집결하면 여기서 각자의 주문 상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전달된다. 그런데 바로 이런 장소로 맥쿼터씨의 편의점 유휴공간이 활용되고 있다.
 

“43명의 CSA회원분들이 매주 한번씩 물건 픽업하러 우리 업소를 온다. 물론 온 김에 가게에 들러 쇼핑도 하니 영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를 떠나서 나는 우리 가게가 편의점 이상의 공간으로 의미를 가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꺼이 이 서비스에 동참하는 것이다.” 지역사회에 대한 밀착과 애정이 흠씬 느껴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지역공동체지원농업’이라는 개념은 원래 유럽- 네덜란드, 독일 등 – 에서 태동한 것인데 미국으로 건너와 198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고 캐나다에서도 많이 활성화되어 있는 시스템이다. 1개 농가 혹은 복수의 농가와 일정 수의 소비자들이 연간 베이스로 단체 계약을 맺어 원하는 채소나 과일을 신선하게 공급받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농가에서는 전체 주문을 가늠해 연간 농사 계획을 세우고 이에 따라 재배를 해서 공급하고 서로가 윈윈하는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한해 농사의 규모를 예견해 불필요한 투자나 노력이 들지 않아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화학비료를 쓰지않고 유기농으로 안전하게 재배된 농산물을 연중 공급받으니 마음이 든든해서 좋은 것이다.
 

맥쿼터씨의 지역사회의 유대의 끈은 이밖에도 각종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벤트, 예를 들어 싸이클링 대회, 걷기 대회 등에 스폰서를 자임하고 나서 열심히 돕는다. 작년 여름에는 거리 축제 때 업소 지붕위에서 밴드 연주회도 열었다. 지역 행사에 동참한다는 차원이었다. 지역 사회에 대한 그의 소망을 전하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나는 내 가게 손님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만족감을 안고 업소를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동시에 나와 손님, 우리 모두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변함없는 마음을 함께 간직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