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의 실상

코로나 와중에 가격 같고 양은 팍~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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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소비자 입장에서 하등 반갑지 않은 용어가 있다. ‘줄어든다’는 의미의 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유행이 시작되다가 2015년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 이라는 사람이 다소 학술적으로 사용하며 유포시켜서 정착화 됐다. 가격은 그대로 가져가면서 내용물이 줄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을 일컫는 표현이다. 원래의 용량이나 수준을 유지하며 가격을 올리자니 소비자 저항이 거셀 것이라 이를 무마하며 은근슬쩍 가격 인상과 동일한 효과를 거두는 제조사들의 얍삽한 정책의 하나 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주변에서 꽤 자주 겪는다. 늘 즐겨먹던 칩스 또는 애용하던 생필품이 머리가 갸우뚱해지도록 뭔가 양이 줄어든 것을 종종 느낄 수 있다. 그래도 역시 집중되는 상품군은 식품에서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누구나 경험하는 터이고 가격이 안올랐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용량이 줄어든 것을 생필품 중심으로  많이 발견한다. 배송 비용은 오르고 노동력은 모자라니 제조사 입장에서 원가 상승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최근의 주요 원인이다. 결국 원가 상승은 피하고 소비자들에게 물가 인상하는 주범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피하자니 포장 규격을 묘하게 줄여서 내용물을 덜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나 마찬가지다.

식품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포장 사이즈를 야금야금 줄여왔으며 가격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수지를 맞추고 있다. 그런데 과거와는 달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제조사들의 이 얌체짓이 이번에는 어느정도 소비자들도 수긍을 하는 분위기다. 워낙 타격이 컸으며 그 실상은 다들 생생하게 목격하고 겪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노바스코시아 달하우지 대학교 부설 농식품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실뱅 샤를보아 교수의 설명을 들어 보자. “인플레이션 시장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이 제조사의 입장이다. 그런데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며 양을 줄이는 방식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국 가격 인상을 떠안는 것이다. 당분간은 원가 상승의 압박으로 이런 수단이 만연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생생한 사례를 들어본다. 오레오(Ore)쿠키의 원래 포장은 303그램이다. 그런데 여기서 쿠키 3 개를 줄이면서 현재 무게가 270 그램이 됐다. 무게만 놓고 보면 10%가 줄어든 셈이다. 몬델레즈 캐나다 대변인에 의하면 자사 아이콘이라고 할 이 간판급 쿠키를 올해 초에 줄였다고 한다. 그의 설명을 들어본다. “이런 변화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한 결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크게 높아진 원가 상승때문이며 이쪽 업계가 당분간 겪어야 할 과제다. 고객에 부담주지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지구촌 수백만 소비자가 애호하는 오레오의 맛과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타협점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303그램이 올해 초에 270 그램으로 줄어든 오레오

물론 소비자들이 봉지 안에 든 칩스의 양이 몇개 줄었고 박스안의 크레커가 몇개 줄었으며 그라뇰라 바의 크기가 약간 줄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도 있다. 프리토레이의 감자칩은 원래 180그램이던 것이 지금은 165그램이다. 퀘이커 브랜드의 씹는 그라뇰라바는 156그램에서 120그램으로 줄었다. 암스트롱 치즈는 700그램이던 것이 현재 600그램이다.

식품 제조사들은 또 오렌지 쥬스의 병을 새로 디자인했다. 더 멋지게 보이려는 것이 주 목적이 아니다. 디 자인에 변화를 주면서 동시에 들어갈 내용물이 줄어들게 하기 위함이다. 외관상 부피는 같아 보이지만 밑 바닥이든 어느 부위를 파고 들어가서 전체 용량이 축소된다. 가격 유지하며 용량 줄이기의 고전적 수법이다. 라송드(Lassonde)의 오아시스 오렌지 쥬스는 용기 디자인 변화를 통해 쥬스 용량이 1.65리 터에서 1.5리터로 맞췄다. 트로피카나 쥬스 용기는 1.75리터에서 1.54리터로 축소됐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오, 용기 디자인이 달라졌네… 이쁘네, …” 이런 시각적 차원의 이야기는 하지만 형체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용량은 눈치채지 못한다. 가격은 계속 같으니 더욱 본질적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용기의 디자인과 소재가 우아하게 변신하면서 용량이 1.75리터에서1.54리터로 축소됐다.

 

그러나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해 눈밝은 소비자는 있게 마련이다. 이 지능적 술책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교활하게 가격 올리는 술책”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댓글 공세가 쏟아진다.

이와는 다른 이야기이지만 식품점에서 포장을 100그램 당 또는 100밀리리터 당으로 판매하는 제품들의 경우, 소비자가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가격이 매겨져 있다. 이 경우에는 음식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품목에 따라서는 대용량을 어쩔 수 없이 사다가 다 소비하기도 전에 상해서 버려야 하는 것들도 있으니 말이다. 필요한 만큼 소용량으로 사서 소비하면 단가 측면에서 가격이 다소 비쌀 수 는 있어도 손도 못대고 버려서 잃는 돈하고 비교하면 이득일 수도 있다.  

결국 코로나 사태 동안에 식품과 관련한 인플레이션은 이같은 제조사들의 눈속임 용량 줄이기가 본질이 아니라 정말로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를 수준이냐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라는 것은 시차를 두고 정해진 장바구니에 담기는 재화 – 물론 서비스도 측정 가능하지만 – 의 변화 (가격)을 비교해 나오는 수치다. 생필품 전문가들은 CPI에 가격인상이 반영될 수 있도록 포장용기와 그 안의 내용물의 양적 변화를 세밀히 검토한다. 이 작업이 곧 캐나다 통계청이 하는 일의 하나다.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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