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의 성공적 대물림

퀘벡 시골의 베로니크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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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하던 가게를 인수하고 곧바로 푸드서비스를 추가해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베로니크씨의 업소는 술판매, 주유소까지 겸하며 거의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도시에서의 삶에 지치고 염증이 난 베로니크 쉬아쏭(Véronique Chiasson)씨는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이 경영할 수 있는 사업체인 편의점을 하나 샀다. 『Dépanneur Chiasson Service Super Sagamie』 라는 상호다.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가 반영됐고 그 중 하나가 신선하고 간편히 소비할 수 있는 푸드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틴에이져 시절 베로니크씨는 퀘벡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비포장 시골 구석의 라크생장(Lac-Saint-Jean) 마을에는 계속 살고 싶지 않다고 입버릇처럼 내뱉곤 했다. 그랬던 그가 소원대로 멀리 큰 도시에 나가서 긴 세월을 살고 난 끝에 귀향 후 주유소가 딸린 편의점을 인수한 것이다. 가게는 다름아닌 그녀의 부모가 소유하고 운영하던 것으로 위치는 읍내를 살짝 벗어난 변두리에 있다.

 “더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고 내 나이 18세에 시골 내 마을을 떠났다. 이렇게 사업한다고 고향으로 되돌아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해봤다. 그것도 부모님이 하고 있는 사업을 인수하다니…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며 커온 나였는데 말이다.”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지난 과거를 회고하는 그녀의 말이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지기 직전인 작년 3월, 그녀 나이 35세에 일어난 놀라운 변화였다. “엄청나게 일을 많이 하게 됐지만 일이 즐겁다. 함께 일하는 모두가 협조적이며 내 꿈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부모가 하던 가게였기 때문에 상호에 성씨 Chiasson이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더해 온주의 LCBO같은 퀘벡주류공사(SAQ) 아웃렛도 운영하며 술판매를 하고 있다. 그녀의 것 이 된 가게는 부모 때부터 정유사 크레비어(Crevier) 배너하의 주유소를 겸하고 있으며 전기차(EV) 충전소도 갖추고 있다.

여기에 간편 식사용 푸드서비스로 즉석 소비 가능한 포장 음식이 있고 샐러드와 건강 스낵류가 갖추어져 있다. 푸드 서비스는 그러나 자체 메뉴가 아니다. 퀘벡에서 명망을 떨치고 있는  Beaudry & Cadrin 이라는 회사로부터 기성 간이 식사물과 주전부리 음식을 공급받는다. 몬트리얼이 본사인 이 회사는 턴키(turnkey ; 일괄 공급체계) 베이스로 편의점과 제휴한다. 이곳 온타리의 편의점에서 팀호튼이나 컨츄리 스타일을 운영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된다.

 

 

 

 

 

 

 

 

 

 

 

 

 

 

 

 

 

 

 

 

 

 

 

 

 

 

 

 

 

 

 

 

 

 

 

 

 

 

 

 

 

▲아침부터 일찌감치 간편 식사 손님을 위한 포장 음식을 만들기 위해 부엌의 일하는 아줌마 손길이 바쁘다. 식재료는 유명 식품공급사인 Beaudry & Cadrin으로부터 받는다. 어줍잖은 업소 고유의 손맛 대신 지명도가 있는 유명 회사와의 제휴를 선택함으로써 손님의 신뢰를 확고히 했다.

샌드위치, 모듬 과일, 건강 쿠키 등 수십가지의 웰빙 간편 스낵, 식사를 편의점 뿐 아니라 여러 소매업소에 공급하는 회사다. 미리 준비된 간편 음식들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사서 바로 들고 나가 편한 곳에서 아무때고 소비할 수 있고 맛과 영양이 뛰어나 손님들로부터 큰 호평을 얻고 있다.     

그녀는 가게를 인수하자마자 바로 신선 푸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결정은 어머니 그리고 오랜 세월 이 업소에서 함께 일해온 종업원 낸시 아줌마와의 의논끝에 이뤄진 것으로 낸시의 부엌 전담은 큰 신뢰와 믿음성을 주고 있다.

그녀의 말을 그대로 옮겨본다. “반응은 놀라울 정도였다. 맛좋고 영양높은 간편 먹거리 식사대용물이 취급되자 몰려드는 손님으로 분주해졌다. 2020년 코로나 대역병의 시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출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읍내에 있는 사람들까지 방문했고 그냥 지나가다가 기름넣는 뜨내기 손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로 늘 붐볐다. 잘 기획된 푸드서비스 추가로 업소의 면모가 일신한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가게는 그녀의 아버지가 37년 전에 장사도 신통치 않던 자동차 수리점 – 이 공간도 원래는 집에 딸린 주차공간을 개조한 것이었다 – 을 편의점으로 바꾼 것에서 시작됐다. 딸인 베로니크씨가 작년에 인수하고는 하늘과 땅차이의 변신이 일어났으니 본인과 가족 모두가 어리둥절했다. “지난 긴 세월 부모님은 늘 지금의 이 공간에 계셨다. 가게는 항상 손님이 없어 한가했고 나는 거기서 숙제를 하곤 했다. 그리고 이 무료한 가게에서 난 틴에이저때부터 밤시간과 주말에 오빠와 함께 일하며 부모님을 돕곤 했다.” 한마디로 잘 되지도 않는 가게에 잠재 실업자가 여럿 매달려 있던 셈이었다.

팔팔한 청춘이 한산하고 무료한 편의점에 갇혀 있으니 오죽 답답했겠으며 시골 구석이다보니 탈출을 하고 싶었을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래서 그녀는 집을 떠나 퀘벡시티로 옮겨가 비즈니스 공부를 했다. 그곳에서는 이미 오빠 마크가 와서 캐나다 포스트에서 일하며 터전을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불어밖에 할 줄 몰랐는데 도시로 왔으니 영어를 마스터하자고 결심해서 열심히 했다. 그리고 노바스 코시아 핼리팩스에서 관리직 일자리를 얻어 그쪽으로 옮겼다.

노바스코시아에서의 생활이 2년 쯤 지났고 일을 그만 둔 후 그녀는 한 남자친구와 뉴질랜드로 날아가 6개월의 시간을 등산과 하이킹으로 보냈다. 그리고 캐나다로 다시 돌아와 캐나다 철도(Via Rail)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근무지는 토론토 다운타운의 유니언 스테이션. 여기서 1년 정도 일한 후 몬트리올로 다시 근거지를 옮겨 퀘벡의 큰 도시 생활을 수년간 보냈는데 도시 생활 또한 염증이 났다. “내가 자란 탁 트인 곳에 대한 동경이 일어났다. 그무렵 부모님은 긴 세월 운영해오던 편의점을 팔려고 하시던 참이었다. 이왕이면 내가 사기로 작정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일대기 식으로 듣다가 보면 젊은 시절의 긴 방랑생활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종착지는 결국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의 귀환이었다. 편의점이라는 비즈니스가 계기가 된 것이고 부모의 일을 대물림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부모 입장에서도 여하튼 수십년간 밥을 먹고 살게 해준 정든 삶의 터전이었는데 이를 남에게 넘기는 것 보다 자식에게 넘기니 절차도 손쉽고 안도감도 있었을 것이다. 업소를 딸에게 넘기기 전에 부모는 이렇게 다짐을 줬다고 한다. “스몰 비즈니스는 시간을 많이 투입하는 고된 일임을 각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긴 안목을 가지고 임할 것이며 이왕 시작한 것이니 올인해라” 그녀의 아빠는 딸에게 매각을 한 후에도 재고 주문과 관리 파트는 계속 도와주기로 했고 이런 저런 고칠 일들을 도맡는 핸디맨 역할도 하기로 했다.

이후 부모는 딸이 처음 겪어보는 자영업임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추진력과 일에 대한 자세와 태도에 무척이나 놀랍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커뮤니티에서는 그녀의 비즈니스 운영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들 좋아했고 칭찬이 이어졌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자랑스러워했다. 그녀의 아빠는 딸이 멀리 객지에 나가 떠돌 때 마치 자신의 마을이 정작 먼 곳으로 느껴졌는데 그녀가 돌아와 이제 이처럼 커뮤니티 전체의 미담이 되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미담의 주인공인 딸 베로니크씨는 이렇게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부모님들의 경험은 나에게 많은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있고 특히나 내가 필요로 하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내가 이곳을 떠나 살았던 삶의 시기가 만약 없었다면 평소대로 수줍고 자신감없는 성격때문에 업소를 인수할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결국 방황하던 긴 시기가 헛된 세월이 아닌 강인함을 키운 보약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이 증명된 것 이다.

협회 회원 수가 급감하고 있다. 독립 편의점 경쟁력 저하가 가장 큰 이유이겠으나 고령화와 자식 대물림 기피도 무시못할 요인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렇게 시골 편의점 하나가 부모에서 딸에게 대물림해 성공한 비 한인의 이야기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래서 한결 크게 마음에 다가온다.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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