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를 대하는 英美 시각 차이

금연으로 가는 징검다리 vs 원천봉쇄로 미성년 건강 보호

요즘은 베이핑 제품(vaping products) 혹은 간편히 베이퍼(vapour)라는 단어로 통칭되는 전자담배는 지난 수년간 미국을 포함해 북미주에서는 수많은 논란과 사연을 만들어온 핫 이슈였다. 현재는 향이 가미되거나 특정량 이상의 니코틴을 함유한 베이퍼는 편의점 판매가 불허되고 있는 실정이다. 흥미로운 점은 전자담배를 대하는 대서양 건너 영국과 반대쪽의 미국의 입장이 크게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미성년자의 전자담배 유혹을 차단하기 위한 방어책을 중시하고 다양한 정책 입안과 도입을 하는 것은 공통이지만 전자담배라는 제품 자체를 바라보는 본질적 시각 차이가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하 양국의 차이를 일별해본다.

미국 보건 당국은 미성년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베이핑 소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고취해왔다. 그러나 영국 보건 당국은 미성년자 문제보다는 금연율 증가를 위한 강력한 대체수단에 대해 더 집중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이 지점이 두나라의 전자담배를 바라보는 무게중심의 근본적 차이다. 다시 말해 두 나라 모두 미성년자 접근 차단과 성인 흡연율 감소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자는 정책은 공통이지만 어디에 더 집중하느냐 하는 차원에서 인식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말이다. 어느 한쪽을 도외시한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그런 나라가 있을 수도 없다. 그 미세한 두나라 정책과 입장 차이를 좀더 들여다 보자.

영국 왕립의사협회(RCP ; Royal College of Pysicians)는 의사들에게 전자담배를 가능한 한 널리 홍보 하라는 지침을 시달했다. 담배를 끊으려는 환자들을 집중 대상으로 한 일종의 계몽이다. 잉글랜드 보건성 (Public Health England)은 “베이핑이 일반담배보다 훨씬 덜 해롭다”고 공공연하게 언표한 바가 있다. (vaping is much less dangerous than smoking) 민관이 공통으로 전자담배에 대한 매우 융통성있고 호의적인 입장임을 확연히 알 수 있다.

미국은 이에 반해 전자담배에 대해 매우 비호감이다. 베이핑을 즐기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알 수없는 원인의 폐질환을 앓게 됐다는 데이터에 주목했다. 이들 대부분이 그런데 미성년자들이라는 점이 미국 의학계와 보건당국을 긴장시켰고 전자담배에 대한 적대적인 입장을 강화시켰다. 대책으로 연방정부와 일부 주 정부는 지난 수년에 걸쳐서 미성년자를 유혹하는 모든 향가미 전자담배(flavored e-cigarettes)를 단계적으로 금지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 ; Centers for Disease Contril and Prevention)는 애초부터 전자담배를 접근조차 하지말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표해왔다. 다시 말해 일반 담배를 흡연하던 사람은 물론이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이 아예 전자담배와 인연을 맺지 않도록 하자는 원천적 봉쇄 정책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의 CDCP는 요즘 한국에서 청(廳)으로 승격하며 코로나 사태 방역에 혼신을 다하고 있는 질병관리청(KDCA; Korea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Agency)의 롤모델이다. 이전에는 ‘질병관리본부’였는데 미국 CDCP를 충실히 벤치마킹해 2020년 9월 12일에 정부조직법에 근거해 청으로 승격시켰다.

다시 전자담배 이야기로 돌아와 영국 노팅험 대학 부설 ‘흡연/음주연구센터’(Center for Tobacco and Alcohol Studies) 소장 닥터 존 브리튼씨는 미국의 이런 근본적인 정책에 대해 매우 과격하다고 느꼈는지 ‘완전히 미친 정책’(complete madness)이라고 일갈한다. 소장은 “흡연의 실태적 측면을 도외시한 무지한 정책으로 베이핑을 중단하라는 말은 흡연자에게 전에 피우던 일반 담배 흡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흡연자가 금연하고자 과도기에 베이핑 제품을 대체물로 삼는 행위를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영국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는 질타이다. 매우 실용적인 열린 자세로 평가될 수 있다.

 

 

 

 

 

 

 

 

 

 

 

 

 

 

 

 

▲존 브리튼 박사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금연을 위한 전자담배의 유용성에 대해 위와 같이 당당하게 주장 을 펼치는 인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저마다 베이핑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정책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약 30개국 이상이 전자담배를 완전히 금지하고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 오스트리아, 벨기에, 독일, 이태리 등을 포함해 – 전자담배를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상당히 강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영국과 프랑스는 같은 유럽권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는 입장이다. 통제하는 법령이나 정책이 훨씬 덜하다. 이 두나라는 전자담배가 일반 소비재처럼 취급되고 판매된다. 프랑스가 흡연에 대해 최근까지도 카페에서 가능했을 정도로 관대한 정책을 보여왔던 것은 유명하다.

미국에서 전자담배가 처음 선을 보인 때는 2007년으로 당시에는 거의 통제가 없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고 미국 식약청(FDA)이 마침내 관리감독의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때를 같이해 전자 담배 암시장이 기승을 부리며 불법 전자담배 유통 규모가 빠르게 확대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놓고 2019년에 FDA 청장 네드 샵리스씨는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연방의원들은 전자담배를 담배시장에서 완벽하게 추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의 샵리스 청장은 “전자담배는 결코 안전한 제품이 아니며 해롭기는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다.”라고 공언했다. “일반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대체물로 전자담배를 찾는 경우 말고는 일반인이 전자담배를 소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나마 청장은 대체물로서의 기능을 간접적으로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다소 융통성이 있어 보인다. 여하튼 담배를 모르던 사람이 호기심으로라도 – 특히 미성년자의 경우에 – “전자담배는 해롭지 않으니 피워볼까? …”하는 식의 접근에 대해 원천적 봉쇄를 하는 것이 미국 정부의 근본 입장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흡연자든 비흡연자든 혹은 전자담배 경험자든 아니든 전자담배의 기본 작동이치는 알고 있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 말하자면 이렇다. 물론 제품마다 다양하지만 공통적이고 일반적인 과정을 소개하는 것이다. 흡입하는 도구(devices ; 본체)에는 니코틴을 함유하고 있는 용액(solution)파트가 장착돼 있는데 여기에 열이 가해지면(흡입하면) 기화(氣化 vapor)된다. 마치 일반담배가 입에서 내뿜을 때 연기가 나가듯이. 니코틴 함량은 천차만별이다. 나라마다 허용 기준치가 모두 다르다.

미국은 처음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은 나라였다. 그런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을 타며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하자 보건당국의 경고가 봇물터지듯 순차적으로 수위를 높여가며 쏟아져 나왔다. 전자담배 함유 니코틴이 미성년자들의 아직 여물지 않은 말랑말랑한 뇌에 치명적 손상을 가한다는 경고가 가장 강력한 메시지였다. 존스 홉킨스 대학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 라이언 케네디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영국에서 옳은 것이 우리 미국에도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다.” 영국 의 너그러운 정책을 의식한 경고성 발언이었다.

미국이 영국에 비해 초강력 대응책을 발동한 이면에는 암시장 유통 전자담배의 위험성이 대단히 높았던 이유때문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앞에서 언급했던 원인불명의 폐질환이 베이핑 제품에 함유돼 있는 THC 성분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을 2019년부터 하기 시작했다. THC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 (tetrahydrocannabinol)의 약어로 향정신성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을 말한다. 보통 마리화나(대마초)의 성분으로 포함돼 있으며 이 성분이 정신을 몽롱하고 기분좋게 들뜨게 만드는 작용(*속된 말로 ‘뿅가는 맛’)을 일으킨다. 그런데 이 성분이 암시장에서 범람하는 전자담배에 들어 있어서 미국 전자담배 시장이 열풍에 휩싸이게 된 측면이 있었다. 그리고 CDCP는 이 성분에 분석과 연구를 집중했다. THC 성분 관련해 약 800여 명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 물질이 단독으로 폐질환을 일으키는 것인지는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쉽지 않은 많은 연구노력을 요하는 과제였다.

이제 미국은 THC는 물론 니코틴과 여타 온갖 화학물질과 관련해 전자담배를 강력히 통제하는 급진적인 나라의 하나가 됐다. 방점은 미성년자 건강 특히 뇌 보호에 있다. 상대적으로 흡연자의 금연 보조 기능인 전자담배의 의미는 퇴색돼 보인다. 미국의 강력한 통제 조치때문에 베이핑의 대명사격인 쥬울(Juul)이 규제가 미국보다 덜한 이웃 캐나다 시장 공략을 맹렬하게 펼치며 상륙했던 2018년의 일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면에는 바로 이런 스토리가 있었던 것이다.

현재는 캐나다도 미국과 거의 유사 한 정도의 강력 대응책이 전개되고 있어 편의점의 틈새시장 효자 품목이었던 베이핑 제품의 매력이 거의 상실되고 있다. 그리고 전문 베이핑숍과 편의점에 대해 이중 잣대 정책을 펼치는 정부에 편의점 업계가 강한 비판을 퍼붓는 와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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