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차량 연료 시장 구조

정유사 지배력 미약, 도소매업 독립성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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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석유 소매시장의 지형은 지난 긴 세월동안 큰 변모를 겪어왔다. 현재 전국적으로 모두 67개의 회사가 93개의 브랜드를 달고 각축전을 벌이는 군웅할거의 형국이다. 이 수치는 특히 지난 10년에 걸쳐 캐나다 석유 시장 또는 주유소 시장이 겪어낸 변화가 무엇인지 잘 반영하고 있다. 특정 정유사에 예속된 중앙집중식 소매시장 장악과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다.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는 일부 정유회사와 그 산하의 주유소 채널에 의한 독과점 형식으로 시장 분점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만 하더라도 정유사 중심의 수직, 독과점적인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에 반해 캐나다는 정유사의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며 독립적인 공급사가 난립해 지방분권적 특성을 강력히 유지한다고 볼 수 있다. 본 지면에서는 캐나다 석유 소매시장의 역사와 변화 그리고 그 현주소를 상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캐나다 시장 특성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먼저 소개한다. 한국의 경우, 유통구조면에서 정유사의 자본 참여가 있는 직영 주유소와 정유사의 자본 참여 없이 독립된 자영주유소로 나뉜다. 하지만 자영주유소라고 해도 결국 대형 정유사와 상표계약에 의한 수직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결국은 정유사의 지배력으로부터 간접적으로 깊은 영향을 받게 돼 있는 구조다.

미국의 석유 소매유통시장은 두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잘 알고 있는 브랜드인 쉘, 비피(BP) 등 메이저 회사를 중심으로 한 브랜드 계열의 유통시장이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독립적 유통터미널과 수송체계를 갖춘 독립계열 석유유통시장이다. 두 영역이 적절한 점유력을 가진다.

캐나다 시장으로 돌아와보자. 일반적으로 주유소에 대한 인식은 앞에서 한국과 미국 사례를 살펴봤듯이 크게 두가지 유형이며 거대 정유사 산하에 통합된 수직 계열 구조를 가지는 모양이 훨씬 보편적이다. 이런 구조하에서 업주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산으로서 주유소를 경영하는 방식인데 캐나다는 이 포멧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난다. 물론 캐나다도 초기에는 보편적인 방식이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오히려 앞서 소개한 방식이 예외적으로 됐다. 전체 주유소 가운데 21%인 2,508개만이 정유사의 계열하에 가격 통제를 받는다. 나머지 79%는 정유시설을 가지지 않은 독립 공급사와의 계약하에 독자적 가격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2004년에는 68%였던 것이 그 사이에 독립적 구조의 주유소 비중이 더욱 확대된 것이다. 결국 캐나다는 정유사업과는 별개의 독자적 석유도매상 그리고 부지기수의 이들 석유도매상과 거래하는 자율적 소매업소가 시장을 장악하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는 나라인 셈이다.

참고로 캐나다는 일정 품질 기준과 환경기준이 미국과 거의 공통이다. 따라서 두나라 사이에 상호 대체가 가능하다. 최근 벤쿠버에서 유가 수급차질로 인해 미국쪽에서 상당량을 수입해서 충당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에 가능하다. 다시 말해 두나라 정유공장과 설비들이 공통 기준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유통구조와 관련해 용어를 정리하며 자세히 들어가 본다. 앞에서 반복해 표현해던 정유사는 정확히 표현하면 정유생산/유통업자(refiner-marketer)를 의미한다. 이는 석유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마켓팅까지 아우른다. 그래서 영어에서는 이 회사를 수식하는 단어로 ‘integrated’를 앞에 붙인다. 생산, 공급, 자체 마켓팅까지 일괄해서 다 하기 때문이다. 자체 판매업체까지 운영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금은 시장 판도가 달라졌지만 10여년 전의 시장 판도는 국내 최대 규모가 임페리얼 오일(Imperial Oil) 이었다. 당시 약 2,000여 개의 에쏘(Esso)를 소유했다. 이어서 쉘(Shell)이 약 1,700여 개, 페트로 캐나다가 1400여 개 등이었다. 이들이 우리에게 친숙한 소위 정유생산/유통소매를 통합해서 하는 간판급 회사들인데 이들의 위상은 이후로 계속 축소되면서 뒤에 소개할 독립유통업자들에게 점점 더 많이 점유율을 양보하게 된다. (당시 이들 3사가 전체 14,000 여개 주유소 중 16%를 장악했고 68%는 독립소매업자의 수중에 있었다.)

두번째 유형이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던  독립유통업자인데 이들을 영어로는 ‘non-refiner’ 혹은 ‘independent marketer’ 라고 표현한다. 혹은 둘을 합한 개념으로 ‘non-refiner-marketer’라고 부른다. 이는 앞에 언급한 정유생산과 유통을 합친 통합 업체가 아니라 석유생산 사업은 없이 독립적인 공급활동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특정 지역 기반으로 커다란 소매채널망을 가지는 곳이 많다.

그리고 첫번째와 두번째 유형은 둘 사이에 공생 관계를 가진다. 첫째 유형인 생산유통 통합형(refiner-marketer)들은 브랜드 존재감을 지역 공급사를 통해 확대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마찬가지로 지역 기반 공급사 역시 전국 지명도의 통합형 큰손들하고 공생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싶어 한다. 전자는 후자의 힘을 빌어 지역단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구축하는 모양이니 상호 공존 관계다. 예를 들어 앞에 소개했던 임페리얼 오일(Esso 소매업 체인 소유 모회사)의 예를 떠올리면 정확히 이해가 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지역 단위로 주유소 소매업체인 역할을 하려는 독립유통업자(non refiner)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들은 소매업 체인에 직접적 통제력을 행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파크랜드(Parkland)를 들 수 있다. 생산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다 가진 대표적 독립 석유유통업체이다. 알버타 켈거리에 본사를 둔 파크랜드의 소매채널 간판은 파이오니어 (Pioneer), 울트라마(Ultramar)이다. 쉐브론의 일부도 파크랜드 산하에 있다. 여기에 자잘한 규모를 보태자면 소비(Sobeys), 코스코(Costco), 세븐일레븐, 쿠쉬타르 등 기존 편의점 체인이나 할인매장 체인들까지 가세해서 공급과 소매 유통을 맡아 나서고 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석유 유통회사의 40%는 다른 회사 소유 브랜드 우산아래 일정 부분 지분을 가지고 영업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길거리 지나가다가 눈에 띄는 간판은 그 간판 소유의 회사 것일 수도 있고 다른 회사에 간판명을 빌려준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정확한 수치로 말하자면 국내에서 눈에 보이는 주유소 간판의 37%는 그 간판명의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라고 한다. 이것이 15년 전만 하더라도 불과 6%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간판명 그대로 대부분이 그 회사 소유였다는 말이다. 지금은 판도가 달라진 것이다. 달리 말해 중간 공급/소매업체가 거대 정유사 예를 들어 쉘이나 에쏘(Shell, Esso) 같은 회사의 간판만 빌려 영업을 한다는 말이다.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 때문이다. 그리고 마케팅 지원 과 기존 브랜드가 주는 고객 충성 프로그램의 혜택 등의 요소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군소 유통업체 중 하나인 ‘개일 개스바’(Gales Gas Bars) 대표 제시카 프리즌씨는 나이아가라 지역을 중심으로 14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소매업주다. 비즈니스 수완이 꽤나 좋은 프리즌씨는 90년대 초 까지는 울트라마 간판을 달고 영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갑’으로부터의 해방을 원해서 상표 계약을 그만 두고 독립 간판으로 지금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는데 그만큼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부터 겪고 있는 코로나 사태에 이 독립성은 더 빛을 발하고 있다는데 그녀의 말을 들어보자. “위생 안전 관련해 내가 직접 연방과 주정부 발표를 듣고 내 스스로 대처 방안을 수립한다. 어디로부터 하달될 지시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마 브랜드 계약하에 있는 업소같으면 캘거리 본사에서 무슨 지시가 오는지 기다려야 할 것이다. 나와 종업원들 그리고 손님을 위한 가장 안전한 대응책을 내가 직접 만들어 더 안전하고 더 민첩한 보건안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독립유통업자들은 가격을 스스로 책정한다. 그리고 여기에 연방소비세(federal excise tax)를 가산하면 된다. 가격 관련한 실례를 하나 들어보자. 올해 1월 20일 기준이다. 페트로 캐나다의 옥빌 지역 주유소 레귤러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60.5 센트였다. 여기에 온주 유류세 6.3센트에 연방소비세 10센트가 가 산된다. 그리고 합계에 13%의 HST가 붙는다. 마지막으로 탄소세(carbon tax) 6.6센트가 추가된 것이 최종 소비자 가격이다. 이렇게 되면 리터 당 $1.10이 나온다. 업주에게 떨어지는 이윤은 리터 당 10센트가 안된다. 이걸 가지고 정유소에서 기름 배달온 수고료가 나가고 탱크 저장고를 채우고 관리하는 비용 나가고 주유기 유지비에 핼퍼 인건비가 나간다. 최종적으로는 리터당 2~3센트 남을까 말까 한다. 캐나다에서 주유소 평균 연간 판매량은 380만 리터라고 한다. (2센트를 기준으로 하면 연간 약 76,000 달러 가 남는다.)

또다른 독립유통업체로 그리너지(Greenergy)와 캔코(Canco)라는 두 회사가 있다. 앞의 회사는 본사가 영국에 있으며 캐나다 시장에는 4개의 거점을 쥐고 있다. (콘코드, 해밀턴, 썬더베이, 존스타운) 거점이 라는 것이 달리 말하면 공급 터미널 소재지를 말함이다. 소매업소 간판은 모빌, 미스터 개스, 브레이크어 웨이, 인버, 심플리 개스, 웨이포인트 등이다. 아마도 모빌 이외에는 그 지역 사람이 아니면 들어본 바 없을 것이다. 후자인 캔코는 지난 2016년에 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점차 독립성을 확대해 온 대표적 사례다. 주로 온타리오와 B.C에 집중해 있다.

 

 

 

 

 

 

 

 

 

 

 

 

 

 

 

 

 

 

 

 

 

 

 

 

 

 

▲큰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브랜드를 달고 영업하는 주유소. 이들 독립석유유통업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는 것이 다른 선진국에서 볼 수 없는 캐나다 차량 연료 석유시장 구조의 특성이다.

이들 두 회사의 관계자 말에 의하면 1센트가 소중하다는데 주유소 소매시장의 경쟁이 워낙 지독해서 독립업체의 경우 한국식 시쳇말로 ‘양떼기’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한다. 성공이라기보다 ‘살아남기’ 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그래서 이를 매우 잘 알고 있는 위의 그리너지와 캔코같은 회사는 공급가를 조금이라도 소매업소에게 유리하게 주는 것이 상호 공생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한다고 한다. 소매업주들 또한 좋은 가격 얻기에 사활을 걸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유지 관리에서 할 수 있는 원가 절감을 최대한 동원한다.

앞서 캔코의 마켓팅 담당 선임 매니저 스킵 밀란씨는 이렇게 말한다. “소매업주가 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우리 독립 공급사들도 최선을 다한다. 이들의 마진이 안정적으로 보장돼야 살벌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고 이들의 성공이 곧 우리들의 성공 기반이다.” 당연한 말이다. 그래서 이들 공급사들은 소매업소의 마진 확보를 보장하기 위해 알아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기 마련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먹이사슬은 정유소하고 다시한번 공생관계에 있다. 바로 제품의 품질 일관성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연료 공급을 동일한 정유사로부터 받는다.

이들 독립유통업체들의 단체도 있다. 권익보호와 친목 취지로 결성됐는데 ‘전국독립석유판매업협회’ (CPMA ; Canadian Independent Fuel Marketing Association)라고 옮기면 될 것 같다. 이 단체 회장이자 CEO인 제니퍼 스튜와트씨는 “독립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아주 사소한 것이 전부 소중하며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디테일을 강조한다. 석유장사는 모든 면에서 디테일과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주유소 마진이 워낙 작다보니 예를 들면 고율의 신용카드 수수료가 여간 신경쓰이는 이슈가 아니다. 1센트, 2센트 장사를 하는 업주에게는 어쩌면 카드 수수료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핫 이슈다. 이러다 보니 부설 편의점 영업 또는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차업까지 겸할 경우, 이들 부설 서비스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크게 중요성을 가진다. 그래서 주유소 병설 편의점들이 그토록이나 하이테크 기반한 주유기 광고 판촉전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름만 넣고 가는 손님을 업소 안으로 불러들여 추가 쇼핑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제니퍼 회장의 다음 발언은 주유소 병설 편의점 업주에게는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립 공급사, 그리고 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소매업주들 – 아마 이는 정유업을 겸하는 통합 회사들도 마찬가지 고민이겠지만 – 은 석유 의존도가 줄어들고 효율적인 엔진으로 달리는 차량들이 늘고 있으며 대체 연료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경제 환경의 거대한 변모하에서 경쟁력 제고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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