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과 자판기의 결합 시대

코로나 계기로 보건위생 안전도 담보

편의점의 진화 발전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들은 수도 없이 다양한 예측과 전망을 쏟아내왔다. 이미 실협뉴스를 통해 자주 소개해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겠으나 자판기와의 공생을 추구하는 편의점 시대는 색다른 주제로 관심을 끌 만하다. 본론에 앞서 이 시대 발명왕, 제 2의 에디슨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딘 카멘(Dean Kamen)이라는 사람 소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제 2의 에디슨, 딘 카멘

많은 사람들이 이 이름을 잘 모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람이 발명해 우리 주위 일상 생활에서 흔히 대하는 물건을 말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1인용 전동 이동수단의 원조 ‘세그웨이’(Segway)가 바로 이 사람이 발명한 물건이다. 지난 2001년에 출시됐으니 벌써 20년의 역사를 가진다. 발명자인 딘 카멘이 미국 ABC방송에 출연해 물건을 직접 소개한 장면이 방송까지 탔고 2003년부터는 아마존이 자청해서 온라인 판매까지 했다. 다만 가격이 하도 높아 시장성을 확인도 못하고 우여곡절을 겪다가 중국 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갔었다.

두개의 바퀴로 굴러가는 1인용 교통수단인 세그웨이는 도시 교통 혁신을 주도하고 자동차를 무용지물로 만들 것이라는 야심으로 출발했으나 일단 그 기세는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의 창의성과 친환경 마인드는 결코 외면받을 일은 아니다. 언젠가는 새롭게 무장해 재등장할 것이라 믿는다.

 

 

 

 

 

 

 

 

 

 

 

 

 

 

 

 

 

 

 

 

 

 

▲세그웨이가 출시된 이듬해인 2002년에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앞 쪽)가 이를 타고 뉴욕 시를 이동 하는 모습.

딘 마틴에게 결정적 명성을 가져다 준 제품은 ‘아이봇’(iBot)이다. 계단도 알아서 척척 오르고 내린다는 휠체어로 몸이 불편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의 발명품이었고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애용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용과 의료 장비로 각광받는다. 물론 시장성은 없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니 그 가치가 사라질 일은 아니다.

 

 

 

 

 

 

 

 

 

 

 

 

 

 

 

 

 

 

 

 

 

 

 

 

 

 

▲아이봇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진속 인물이 딘 카멘 자신이다.

이밖에도 의수(義手)인 류크 암(Luke arm), 당뇨환자의 인슐린 간편 투입기인 인슐린 펌프 등 생활 아이디어 발명이 400여 가지가 넘는다. 인슐린 펌프는 그가 20대였던 76년에 개발해 백만장자가 되게 해준 제품이다. 의수는 거의 천연 손에 가깝다는 평가를 얻은 바 있다.

코카콜라와의 인연

딘 카멘과 코카콜라가 제휴한 사연도 꽤나 흥미롭다. 한 기발한 발명가와 거대 음료 회사가 상생을 위해 서로를 필요로 했고 결과적으로 윈윈했으니 말이다. 그 배경에는 발명이 돈벌이가 아니라 소외받는 이웃을 먼저 배려해야 한다는 딘 카멘의 인본주의 정신이 자리하고 있어 더 가슴 따뜻하다.

그의 발명품 중 슬 링샷(Slingshot)이라는 것이 있다. 한마디로 말해 초 절전형 정수기다. 이 정수기를 돌리면 어떤 지저분한 물이라도 하루 최대 1,000리터를 정화한다. 지구상에는 20억 명이 물부족에 직면해 있고 물이 있더라도 비위생적이라 마음놓고 마실 수가 없다. 또 정수기를 돌리려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딘이 발명한 슬링샷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소똥을 연료로 사용해도 쉽게 가동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정수기를 지구 구석구석 보급하는 네트워크였다.

그의 목적을 달성해줄만한 보급망으로 코카콜라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착한 기계인 슬링샷은 코카 콜라가 흔쾌히 수락해준 덕에 원활하게 보급될 수 있었다. 대신 코카콜라도 그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보다 개선된 형태의 자사 음료 디스펜서(soda fountain)를 고안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그의 손에 의해 탄생된 제품이 바로 저 유명한 ‘코카콜라 프리스타일’(Coca-Cola Freestyle)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 디스펜서의 새로운 장을 연 ‘프리스타일’, “입맛대로 만들어 드시라” 맞춤형 디스펜서

기존 디스펜서는 미리 정해진 6~12개 정도의 구분히 명확한 음료 종류를 손님이 뽑아먹는 형태인데 반해 ‘프리스타일’ 은 카트리지를 기반으로 한 기술 응용작품으로 착상은 의료용 기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미소량의 배합으로 수십 수백가지의 손님 취향 맞춤형 음료를 뽑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미소량 배합이 의학용 마이크로도우징(microdosing) 기술이다. 환자에게 복용시킬 약의 제조는 밀리그램단위로 극소량의 배합이 중요한데 이런 기술이 코카콜라 프리스타일 디스펜서 기기 개발에 적용됐다는 말이다.

코로나 겪으며 더욱 빛난 프리스타일

코카콜라 프리스타일이 첫 선을 보인 것은 2008년의 일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2012년이 되면 이미 미국에 2,000대 이상이 깔린다. 코카콜라는 이 자판기로 2011년 에디슨상(Edison Award)도 받았고 최고 권위의 경제 전문 격주간지 포브스(Forbes)로부터 “지난 10년 기간 최고의 훌륭한 제품”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현재 이 기기는 전 세계 3만여 곳에 약 4만 대 이상이 보급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기계 발명과 출시 후 그냥 쉽게 굴러갔던 것은 아니다. 혁신적인 것은 좋았으나 문제점이 있었다. 기존 디스펜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음료를 뽑아먹는데 평균 7초면 끝난다. 새 버젼은 15초로 배 이상이 걸린다. 뭐, 이 정도야 그런대로 소비자들도 불편이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맛대로 복잡한 배합을 거치게 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고민의 세월을 보낸 끝에 지난 2019년 모바일 엡을 적용하자는 묘수를 찾아냈다. 역시나 스마트폰 앱 시대 다운 발상이었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폰을 이용해 현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디스펜서를 찾아내고는 자신의 입맛에 맞게 선택해 배합한 후 그대로 세이브(save)를 해놓는다. 그리고 디스펜서에 다가가서 자신의 폰으로 작동시키면 금방 본인만의 브랜드를 즐기게 되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때때로 벌이는 할인 판촉에 특별 상품, 경품 추첨 등 다양한 정보와 프로모션을 신속하게 접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방법이 2020년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고 보니 기가막힌 예방책 구실까지 하자 더욱 호평을 받게 됐다. 코로나는 무조건 비접촉이 최고이지 않은가. 전혀 키패드를 건드릴 필요없이 주문과 결과물을 얻는 과정은 환상이 아닐 수 없다.

셀프 서브와 자판기 천국시대

 

 

 

 

 

 

 

 

 

 

 

 

 

 

 

 

 

 

 

 

 

 

 

 

 

 

 

 

▲피자 자판기가 작년부터 캐나다에 등장해 화제다. 코로나도 피해가고 소비자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제 시작 단계로 회사측은 최고의 길목마다 설치할 계획이라고.

온타리오에서 볼 수 있는 두가지 반짝 아이디어 자판기가 있다. 피자포르노(PizzaForno)라는 피자 뽑아먹는 자판기가 있고 또 하나는 다크호스커피(Dark Horse Coffee)라는 자동 로봇 작동 커피 머신이다. 코로나 역병이 설치는 와중에 접촉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도록 해야 하는 보건 위생 수칙에 딱 부합하는 인기 자판기다. 둘다 기본 식생활에 필수적인 것들이니 안성맞춤이다. 사실 피자같은 것은 이미 이태리에서 고급 피자만을 제공하는 자판기가 2009년에 등장했다고 한다.

여하튼 기초 먹거리 제공 자판기의 트랜드는 최근 이야기가 아니라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편의점 업주 입장에서는 다음 4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며 자판기 도입에 대한 깊은 안목을 가져야 할 것 같다.

- 일과와도 같은 소비자 욕구 충족

- 비접촉 제공 서비스로 보건안전 보증

- 접근 편리성과 일관된 품질 확보

- 소비자 개별 맞춤형 욕구 증대

- 맞춤형 서비스에 따른 합리적 추가 지출 감수

 

시선을 일본으로 돌려보자. 서양에서 자판기가 낯설던 수십년 전부터 일본은 자판기가 도처에 깔리기 시작했고 여행자들은 너나없이 일본을 ‘자판기 왕국’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돌풍이 불어 한국도 속속 도입하며 자판기 천국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아직 미국이나 캐나다는 이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도저히 생각조차 하기 힘든 제품들을 자판기에서 제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 자판기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을 대표적으로 몇가지만 들어보면 실감이 날 것이다. 밥, 라면, 일본술 사케, 과일과 채소, 뜨거운 간편 식사, 날계란, 조각얼음, 우산, 휘발유 등 연료, 화장품, 속옷, 안경 등이 있고 심지어 그 용도를 알기 힘든 살아있는 딱정벌레(live beetles)도 살 수 있다고.

일본에는 자판기협회라는 조직도 있을 정도다. 여기서 발표한 재미있는 자료가 있다. 일본 전국에 깔려 있는 자판기를 일렬로 이어붙이면 도쿄에서 하와이까지 닿는다고 한다. 대략 5백만 개가 있는데 인구 23명 당 한 대 꼴이다. 자판기를 통한 전체 매출은 연간 60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하니 대단한 규모다. 이런 모습을 북미주 캐나다도 곧 맞이할 것이다.

편의점 + 자판기 시너지 기대

일본 내에 편의점이 6만개가 넘는다. 그리고 일본과 미국의 편의점 채널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지존이 세븐일레븐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일본 내의 세븐일레븐 매장 수는 미국의 두배가 넘는다. 미국 세븐일레븐도 일본 소유다.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회사 ‘Seven & I Holdings Co.’가 그 회사다. 로봇과 자판기의 제왕인 일본에서 최고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채널의 지형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일찌감치 기존 편의점 포멧에 핵심 아이템의 자판기를 보태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편의점과 자판기 보완 기능의 수용곡선에 주목할 일이다. 자판기 도입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판기를 언제 도입하냐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이 방면의 한 전문가 말을 인용하며 글을 맺는다. “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좋다. 하지만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면 그 영역에서 정착돼있는 테크놀로지를 따라는 가야 한다. 자판기도 마찬가지다. 도입할 준비와 연구를 시작하라. 도어대쉬(DoorDash)가 최근 샐러드 만드는 롯봇 제조사 쵸우보틱스(Chobotics)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주목하자. 편의점이 기술적 진보를 이룬 냉장 자판기를 통해 신선한 푸드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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